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 결승3번기 2국 (흑)박정환 - (백)양카이원
[춘란배 결승2국] (흑)박정환(백)양카이원
<장면도> 지금의 형세는 백이 꽤 유리한 상황. 백을 잡은 양카이원이 1:0으로 앞서고 있기 때문에 이 판을 이기는 순간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이루게 된다. 우승을 눈앞에 둔 양카이원 입장에서는 손이 덜덜 떨릴 법하다.
백이 1,3으로 상변과의 연결을 차단하자 흑은 4로 연결했다. 백의 다음 수는 당연히 '가'의 자리일 텐데, 양카이원의 손이 멈춘다. 무슨 수가 있는 것일까.
<실전진행1> 실전에는 1,3으로 둬서 바로 끊으러 갔다. 하지만 흑이 4로 늘자 깔끔하게 연결이 되어버렸다.
<참고도1-1>
양카이원은 결정타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백1과 흑2를 교환해 두고 실전처럼 3,5로 두어가는 것. 이것으로 '가'와 '나'자리가 맞보기가 되어 흑 대마는 끊긴다.
<참고도1-2> 흑이 1쪽으로 이으면 백은 2로 끊는다. 3때 4가 좋은 수. 백8까지 진행되면 흑 대마는 더 발버둥 칠 곳이 없다.
<참고도1-3> 흑은 1,2를 교환해 둔 다음 백4쪽이 아닌 흑3쪽을 잇는 것이 최선. 8까지 패가 나게 된다. 하지만 '가'에 내려서면 팻감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 패는 백이 이기는 싸움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한 다음 <실전진행 1>이 아닌, 이 진행을 택했다면 이 판은 그대로 백승으로 끝나고, 양카이원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참고도2> 양카이원이 꺼렸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백이 1로 둘 때 흑2쪽으로 중앙을 먼저 공격하는 수. 이 수가 놓이는 순간 '가'로 중앙을 끊어가는 수는 사라진다.
<참고도2-1> 1로 이으면 2로 연결해 중앙 백집을 지운다. 백은 손해를 만회하려면 3자리 단수를 칠 수밖에 없는데, 4로 뛰어서 압박하면 중앙 백이 걸리게 된다.
<참고도2-2> <참고도2-1>의 백5로 <참고도2-2> 백1자리에 둔다고 해도 마찬가지. 흑 2,4로 틀어막은 다음 6~12로 연결하면 중앙 백이 모두 잡힌다.
양카이원은 여기까지 내다보고 <실전진행1>을 택한 것이다. 자신의 착오를 인정하고 냉정하게 최선을 택한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백의 좋은 수가 숨겨져 있었다.
<참고도3> 백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흑2로 두어왔을 때 백'가'와 흑'나'의 교환을 해두지 않고 그냥 백3자리에 단수치는 것. 이렇게 두었다면 백이 이길 수 있었다.
<참고도3-1> 흑이 똑같이 1,3으로 공격해 온다면 백은 4,6으로 받으면 된다. '가'자리와 '나'자리가 맞보기라서 흑은 더 공격할 수단이 없다.
<참고도3-2> 흑은 1~6까지 중앙 집을 깎는 정도이다. 백에게 우상귀 '가'자리를 당한다고 치면 백이 더 이득을 봤기에 백이 확실히 유리하다. 이 정도 차이를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양카이원은 처음에 <참고도1>의 진행을 예상하고 싸움을 걸었다가, 나중에 <참고도2>를 발견한 것 같다. 그리고 수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실전진행을 택했을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참고도2>를 아예 예상 못 하고 '결정타'를 날렸다면 자연스럽게 <참고도3> 진행처럼 되어 백이 이겼을 것이다. 또 기왕 거기까지 본 김에 <참고도3>까지 모두 읽어냈더라면 이쪽을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얄궂게도, '수가 보이는 바람에 손해를 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실전진행2> 결국 백은 1~5까지 두 점을 잡는 데 그쳤고, 대마도 살고 흑6의 자리까지 차지해서는 역전이 이루어졌다. 이후 박정환의 마무리 실력이 빛을 발하며 흑의 승리로 바둑은 마무리되었다.
승부는 1대1. 우승컵의 향방은 다음 날 펼쳐질 최종전에서 갈리게 되었다.
(흑)박정환 - (백)양카이원 285수 끝, 흑 2집반승 (흑1과 3/4자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