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자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 - 부안 VS 영천
[3라운드 4경기 - 부안 붉은노을 VS 영천 명품와인]
영천 명품와인 2-1 승!
오유진-박소율의 원투펀치로 지난 경기 승리를 따낸 부안 붉은노을과, 1전 1승이긴 하지만 유이한 무패팀인 영천 명품와인의 대결. [3R 숭부예측]에서 나는 오유진-박소율 콤비가 다시 한번 2-1 승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내 예상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살 나고 말았다. 영천의 주장 허서현이 박소율을 압도하는 내용으로 선취점을 따낸 것. 애초에 내가 예측할 때도 허서현 기준 6:4 정도의 승부라고 보고도 역배에 건 것이었긴 하지만 '길게 승부를 가져가면 박소율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초반부터 박소율의 큰 판단 미스가 나왔고, 조급해진 나머지 무리를 하다가 우변에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후에도 허서현은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상대를 몰아붙이며 항복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다행히(?) 장고판인 1국은 예상대로였다. 초반에 두텁게 판을 잘 짰던 오유진이 꾸준히 차이를 벌려가며 김은선에게 완승을 거두었다. 다시 5대5 승부로 돌아갈 뻔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마지막 패싸움에서 좋은 수를 찾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예상외였던 것은 김상인-양쯔쉔의 3국.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양쯔쉔의 승리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초반부터 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우변에서 사석작전에 걸리며 흔들렸던 양쯔쉔은 중앙에서 기회가 왔음에도 잡아채지 못 했다. 김상인이 상당히 유리한 채로 후반이 시작되려던 순간, 김상인이 모두를 벙찌게 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첫 번째는 우상에 크게 집을 짓지 않고 끝내기를 한 것. 누가 보더라도 우상이 넓고 큰 자리였는데, 굳이 좁은 좌상으로 눈을 돌려 한 점을 따냈다. 뜻밖의 상황에 양쯔쉔은 경계했지만, 함정이 아닌 상대의 실수라는 것을 깨닫고 우상의 큰 자리를 차지하며 어이없게 역전을 이뤄냈다. 거기서 멈추었다면 모르겠는데, 김상인은 거기서 실수를 하나 더 얹었다. 우상이 집으로 큰 자리이기도 했지만 약점을 보강하는 의미도 있었는데, 그 자리를 상대에게 빼앗기자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그런데 김상인은 당연히 지켜야 할 자리를 놔두고 우상귀 1선 젖힘수를 두어버렸다. 데자뷰가 느껴진 양쯔쉔이 또 멈칫했지만, 또 상대의 실수임을 알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약점을 찔러가 요석을 잡아냈다. 김상인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조금 더 두어보다가 돌을 거뒀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승부 끝에 영천 팀이 2-1로 승리, 무패를 유지하게 되며 2위로 올라섰다. 부안 팀은 1승 2패로 하위권으로 내려갔다.
<장면도1> 상변에 끊겨 있는 백을 연결해야 하는 상황. 백은 1,3으로 붙여갔는데, 이 수가 과욕이었다. 흑이 4로 반발하면서 예상외의 대변화가 일어났다.
<실전진행> 백은 1로 빠져서 오른쪽 흑 4점을 잡고, 흑은 그 대신 6,8로 중앙을 뚫는다. 단순 비교로는 백이 잡은 것이 더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의 자리에 고약한 뒷맛이 남아있어 흑의 우세. 오유진(흑)이 초반부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참고도> 백은 1로 늘어서 두는 것이 좋았다. 흑이 2~8까지 살고 나면 백도 9자리에 따내서 살아둔 다음 11로 중앙을 둔다. 이 진행은 만만치 않은 바둑.
<장면도2> 하변에서 접전이 있었지만 큰 위기 없이 넘긴 흑은 1로 두텁게 막아두며 우세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백이 2로 중앙을 둬 오자 살짝 기분이 나빠진다. 오유진은 중앙에 백집이 생기는 것을 견제할 생각으로 흑3에 두었지만 백이 4로 침투해 오자 아차 싶어 한다. A로 빠져서 받아 두었다면 흑의 상당한 우세. 하지만 백4의 침입을 당한 이상 그 전의 우세는 의미가 사라졌다. 이곳의 전투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실전진행1> 흑1은 절대. 백2때 흑이 3,5로 포위한 것도 예정된 수순이다. 흑은 좌변 집이 깨지는 것을 대가로 공격을 통해 큰 걸 얻어내야 한다.
<실전진행2> 백은 1로 연결 자세를 취했고, 흑은 2,4로 넘어가 삶을 확보한다. 의외로 중앙을 지운 게 커서 여전히 흑의 우세. 다만 흑6이 문제수였다. 백7과 교환된 것이 생각보다 큰 손해로, 단숨에 미세한 승부가 되고 말았다.
<참고도1> 우선 흑이 밑을 타고 넘는 게 싫어서 1로 두는 것은 욕심. 흑이 2로 나가는 동시에 포위하면 백은 3,5로 나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 흑이 6,10으로 좌하 백집을 깬다. 실전처럼 둬도 백은 살 수 있기 때문에 흑에게 좌변을 넘겨주는 것보다 좌하에 있던 내 집이 깨지는 것이 더 아프다.
<참고도2> 흑도 A를 교환해 둔 것이 상당한 악수. 그냥 흑1로 따내고 3으로 지켜두었더라면 흑이 우세했다.
<장면도3> 백이 1로 연결하자 흑은 기다렸다는 듯 2로 약점을 찔러간다. 이제 선택권은 백에게 넘어갔다. A로 얌전히 받아 연결을 할 것인가, B로 나가 아무 문제없다고 외칠 것인가.
<참고도1> 백은 1로 뻗어야 했다. 흑이 2로 둘 때 백3으로 선수 교환을 해두는 것이 좋은 수. 흑4로 받을 때 5,7로 틀어막으면 흑은 결국 A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진행했다면 5대5 승부.
<실전진행> 실전의 백은 1,3으로 연결했고, 좌상 흑을 선수로 살려주고 말았다. 오유진은 8,10의 노림수까지 결행하며 승세를 굳혔다. (AI추산 흑 승률 95%, 4~5집반 차)
<참고도2> <실전진행>의 백5로는 백1자리를 먼저 선수한 다음 3으로 막았어야 한다. 그랬다면 백7~11까지 중요한 곳을 선점해 차이를 줄일 수 있었다. (AI추산 흑 승률 70%, 반집~2집반)
<장면도4> 무난하게 오유진의 승리로 마무리가 되려던 시점, 사고가 발생했다. A,B,C 등 팻감이 널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흑2라는 애매한 팻감을 쓴 것. 김은선은 백3으로 따내며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실전진행1> 흑은 1로 끊어서 다시 패를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흑의 팻감이 더 많았고, '안 되나..' 하던 중, 김은선의 눈에 백18 자리가 들어왔다. 예상외의 일격을 당한 오유진이 동요하는 제스처를 보인다.
(백8,백14-백2의 곳 / 흑11,17-흑5의 곳)
<실전진행2> 오유진은 침착하게 흑1로 받는다. 김은선은 백2로 패를 따낸 다음 6으로 팻감을 쓴다. 오유진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는다.
<참고도> 오유진은 왜 심각해진 것일까. 흑이 계속 1로 패를 이어간다면 백12에 이르러 흑에게 단 하나의 팻감도 남지 않게 된다. 이 진행은 역전이다.
<실전진행3> 예상외의 수를 당하고, 시간도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오유진의 센스가 빛을 발한다. 흑1,3이 멋진 수로 승착. 백은 흑3에 응수할 수가 없다.
<참고도2> 백이 1로 끊어간다면 흑은 2와 3을 교환해 팻감의 크기를 키운 뒤 6으로 팻감을 쓴다. 이렇게 되면 흑이 패를 이기게 된다.
<실전진행4> 백은 1에 따내 패를 해소할 수밖에 없다. 흑은 2로 2점을 살리며 승리를 굳힌다.
<총평> 오유진의 저력을 보여준 바둑. 초반부터 한 번도 불리한 적 없는 완승을 거두었다. 중간중간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본능적인 감각으로 멋진 수를 찾아내며 승리한, 훌륭한 경기였다.
277수 끝, 흑 불계승
양쯔쉔(백)이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김상인은 초반부터 판을 주도하며 앞서나갔다. 다들 김상인의 승리를 예상할 즈음, 갑자기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 대국을 관전하던 사람들만이 아닌 당사자들, 상대였던 양쯔쉔과 당사자인 김상인조차 설명하지 못할 정도의, 이번 시즌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을 그 상황을 한번 살펴보자.
<장면도> 흑1과 백2는 예상대로의 수순. 여기서 당연히 흑은 A로 두어갈 줄 알았는데, 김상인(흑)은 돌연 흑3의 곳으로 손을 돌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에 해설자와 캐스터, 상대인 양쯔쉔까지 모두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린다.
<참고도> A자리는 집으로 전혀 크지 않다. 흑1,3으로 우상 쪽 집을 확보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
그나마 추정을 해보자면, A의 곳이 백의 선수 끝내기이기 때문에 큰 자리로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전진행1> 흑1에 대해 갈피를 못 잡던 양쯔쉔은 함정이 아님을 확인하고 2에 뻗으며 굴러들어 온 횡재에 미소 짓는다. 우상에 났어야 할 흑집이 사라진 것도 있지만, A의 약점까지 생겼기에 흑은 응수를 해야 한다. 이때 김상인의 손이 흑3으로 향한다. 우상 쪽 약점을 지켜야 하는데, 왜 굳이 저런 곳을 두고 있나? 관전자들은 의아했지만 양쯔쉔은 바로 백4에 받는다. 이제는 약점을 지킬 차례. 그런데 김상인의 손이 오른쪽 끄트머리로 향한다. '설마, 아니겠지.' 눈을 의심하던 관전자들은 진짜로 흑5의 자리에 돌이 놓인 것을 보고 경악한다. '또?' 연이은 횡재에 자신의 눈마저 의심하게 된 양쯔쉔이 한참을 고민한 끝에 백6자리로 손을 뻗는다. 이 한 방에 중앙 흑 5점이 끊어지며 승부는 끝났다.
<참고도> 흑은 1,3으로 받아서 눈모양을 확보해야 했다. A의 자리는 백이 절대 둘 일이 없는, 흑 입장에서 보면 장바구니에 킵해 둔 아이스크림 같은 자리였기 때문에 뺏길 걱정 없이, 아무 때나 꺼내 먹으면 되는 거였다.
흑1을 두지 않은 이유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 중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추론은 '흑1로 둬서 백 모양을 확정 지어주는 것이 악수가 될까 봐' 정도인데, 흑이 1로 뒀다면 백은 2로 자기 집을 메워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 이렇게 진행했다면 아직 긴 승부였다.
<실전진행3> 흑1,3을 교환하고 5로 끼운 수가 부분적인 맥점. 7,9로 끊은 다음 [가]에 끊으면 중앙 흑은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생환의 대가로 우변 흑세모 3점이 떨어졌고, 흑A는 완벽한 한 수 쉼이 되고 말았다. 김상인은 이후에 조금 더 버텨 봤지만 이미 걷어차 버린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줄평> ㄴ OㅅO ㄱ
218수 끝, 백 불계승
<장면도> 흑이 1,3으로 중앙을 연결한 장면. 백은 엷은 중앙을 보강하며 좌변 흑 두점을 노려야 할 상황인데, 마땅한 수가 보이지 않는 듯 박소율(백)이 손을 멈추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실전진행1> 이어서 두어진 백4~8이 눈을 의심케 한다. 흑이 9로 뚫고 나오자 상변 흑이 좌변 흑 두점과 연결되어버렸고 중앙으로 나가 있던 백세모들은 썩어버렸다. 백은 4,6,8로 뚫은 모양이라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기분으로 퉁 치기에는 두터움을 내준 것이 너무 크다.
<실전진행2> 백1로 추궁을 해보지만 흑은 2로 젖혀두고 4로 뛰어서 넘어간다. 2선을 타고 넘도록 만들었으니 이것 역시 '기분'은 좋으나, 백1은 어차피 공배. 이번에도 백이 얻은 것은 없다.
<참고도1> 백 1,3으로 압박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흑4로 끊어올 때 답이 없다. 백5,7로 뚫어야 하는데 흑12까지 나가 두면 오히려 백이 잡히는 모양.
<참고도2> 백은 평범하게 중앙을 받아두는 것이 좋았다. A는 큰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더라도 둘 기회는 많았다. 흑이 약간 편한 흐름이긴 하지만 판이 넓으니 충분히 해볼 만하다.
<실전진행3> 박소율은 <참고도1>의 수가 안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다른 수법으로 공략을 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말았다. 백3,5의 공격에 허서현의 흑6이 정확한 대응. A와 B가 맞보기가 되어 완벽하게 백이 걸려들었다. 승기를 잡은 허서현은 끝까지 상대를 몰아붙여 기회를 주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한줄평>
최선의 선택을 하려면, 정답만 알아도 된다.
나쁜 선택을 하지 않으려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171수 끝, 흑 불계승
지금까지 세 번의 라운드를 치렀고, 약팀으로 평가받았던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서고, 강팀으로 평가받았던 팀이 하위권으로 처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현재 단독 1위에 올라선 포스코는 4라운드에 휴번이다.
약팀으로 보였던 영천과 여수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김은지의 삼척과 작년 우승팀인 평택은 다시 올라갈 수 있을지 등등이 재미있게 지켜볼 포인트가 될 것 같다.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한 주에 한 라운드씩, 총 4경기를 진행한다. (하루 1경기)
매주 목-금-토-일 7시반에 바둑TV에서 중계하며, 바둑TV 유튜브에 들어가면 PC나 모바일로도 라이브 중계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