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주장 김혜민, '언니 믿지?'

2025 여자바둑리그 3라운드 3경기 - 부광약품 VS 포스코

by 이연

[3라운드 3경기 - 서울 부광약품 VS 포항 포스코퓨처엠]


대국결과.png 출처 : 여자바둑리그 홈페이지 https://w.baduk.or.kr/

포항 포스코퓨처엠 2-1 승!


팀 전적 2승으로, 선두 그룹에 위치한 두 팀. 다만 두 팀의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 부광약품은 두 경기 모두 2-1로 승리했고, 김채영과 최서비가 2승씩을 거두며 지켜냈던 승리였다. (이나현은 2패) 반면 포스코는 두 경기 모두를 3-0으로 승리하며 기세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

다만 나는 이번 경기에서 김채영과 이나현이 승리해 부광약품의 세 번째 2-1 승리를 만들어 낼 것을 예상했다. (부광약품의 2-1 승리를 예측한 이유 등, 자세한 내용은 [3R 승부예측] 편을 참조)


선취점은 포스코가 가져갔다. 속기판에 나선 김경은이 최서비를 상대로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고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쉽게 1승을 챙겼다. 앞선 두 판에서 놀라운 역전극을 보여준 최서비였지만, 김경은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광약품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1국에서는 김채영이 김혜민의 실수 덕에 크게 앞서나갔고, 3국은 이나현이 박태희를 상대로 초반을 압도하며 부광약품의 2-1 승리가 확실해 보이는 순간이 왔다.


반전이 일어난 곳은 1국이었다. 필승지세를 구축했다 보니 김채영은 안전하게 눈에 보이는 수 위주로 두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하며 상당히 추격을 당했다. 3국의 이나현은 압도적인 승세를 확보했기에 김채영만 이기면 팀이 이기는 상황. 하지만 김채영은 실수를 한 그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 수를 찾는 데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아직 이겼나?'하고 형세를 판단하는 데 정신이 쏠리는 바람에 큰 실수를 여러 차례 반복했고, 김혜민이 아껴 뒀던 노림수를 작렬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김채영은 끝까지 진행했지만 결과는 김혜민의 승리. 3국은 이변 없이 이나현이 승리하게 되면서 포스코가 2-1로 승리를 따냈다.


포스코는 이 경기를 이기면서 팀 성적 3승, 사실상 유일한 전승 팀으로 남게 되었다.

(다음 경기인 영천 명품와인이 1승 0패이긴 하다)


[메인 대국]


1국 장고 : (흑)김채영 - (백)김혜민


1국 1. 장면도.png <장면도1>

<장면도1> 초반부터 난타전이 벌어졌다. 김혜민(백)은 팻감이 많다는 생각에 백1~5로 패를 걸어갔는데, 이 백5가 수순착오였다. 김혜민은 아직까지 이 실수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1국 4. 실전진행.png <실전진행1>

<실전진행1> 흑1때 백2로 팻감을 쓴 김혜민은, 흑이 3으로 따내자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백이 4로 단수칠 때 흑5로 한 번 더 패를 걸고 흑7에 팻감을 쓰자 백은 다음 수가 없다.


1국 2. 참고도.png <참고도1>

<참고도1> 백1부터 끊어서 조여둔 다음 7로 패를 들어가야 했다.

1국 3. 참고도.png <참고도2>

<참고도2> 흑이 패를 따낼 때 백은 2의 곳까지 팻감으로 쓸 수 있다. 이 정도 활용했으면 백8,10으로 팻감을 쓰고 패를 내줘도 충분하다. (흑7-흑1의 자리)

(AI추산 백 승률 85%, 3집반 차)

1국 5. 실전진행.png <실전진행2>

<실전진행2> 실전과의 차이는 비교가 민망할 정도다. 똑같이 3,5로 뚫기는 했지만 우변 쪽 모양의 차이가 너무 크다. 김채영이 확실하게 우세를 잡았다. (AI추산 흑 승률 95%, 흑 4~5집 우세)


1국 6. 장면도.png <장면도2>

<장면도2> 직전의 모양에서 수순이 약간 진행된 상황. 백이 중앙을 넓혀가긴 했지만 약점이 너무 많아 집이 될 리 없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김채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1국 7. 실전진행.png <실전진행1>

<실전진행1> 흑1,3으로 나간 것이 방향착오. 게다가 흑5도 실수로 백6자리에 빠져 둬야 했다. 백이 6으로 젖히자 A의 자리가 선수가 되면서 연결이 되어버렸다. 체념한 듯하던 김혜민의 눈빛이 다시 살아난다.

1국 8. 참고도.png <참고도>

<참고도> 흑이 1,3으로 나갔다면 여기서 승부를 끝낼 수 있었다. 백은 4로 두어 A의 차단을 막아야 하는데 이때 흑5,7을 선수하고 9쯤으로 모양을 잡으면 더 이상은 공격당하지 않는다.

1국 9. 실전진행.png <실전진행2>

<실전진행2> 흑1도 악수. 백2~흑7까지 선수로 정리한 다음 백8로 받자 보태준 꼴이 되었다. 흑9에는 반응하지 않고 10으로 받아둔다.

1국 10. 참고도.png <참고도>

<참고도> 지금도 흑1,3이 최선이었다. 5,7을 교환해 둔 다음 9로 연결 자세를 취한다. 10으로 끊으려 든다면 11로 늘어둔다. 허술해 보이지만 A가 선수라서 끊기지 않는다.

1국 11. 장면도.png <장면도3>

<장면도3> 실수를 연발한 김채영은 초조하다. '지금도 이기긴 했겠지?' 하는 마음에 계가를 해 보고, 수를 읽다가도 다시 계가하는 것을 반복한다. 수읽기를 할 때 마음이 다른 곳에 있다 보면 단순한 수도 놓치기 마련이다. 흑5가 패착. 백6으로 받아서는 흑1이 보태준 수가 되고 말았다.

1국 12. 참고도.png <참고도>

<참고도> 좌상 모양은 흑1이 급소였다. 백은 흑세모 한 점을 잡을 수 없고, 백2로 물러나야 한다. 중앙을 A로 처리할 것인가, B로 처리할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이지만 흑1은 너무 쉬운 수였기에 더욱 아쉽다.

1국 12-1. 참고도.png <참고도2>

<참고도2> 흑1,3으로 중앙을 잡는 것이 최선. 흑5를 교환한 다음 흑7까지. 이렇게 진행했다면 흑은 충분히 유리한 후반을 맞았을 것이다.

1국 13. 실전진행.png <실전진행>

<실전진행> 흑은 1부터 끝내기를 시작했지만, 이미 판세는 백에게 기울었다. 우상귀 흑9의 단수를 받지 않고 백12를 선수하며 백은 승리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1국 14. 장면도.png <장면도4>

<장면도4> 흑은 1로 받아서 연결했고, 백은 2로 우상을 차지했다. 김채영은 흑3으로 지키며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때 김혜민이 백4로 찌른 것이 예전부터 노리고 있던, 쐐기를 박는 결정타. 김채영은 이 수를 당하자 패배를 직감한 표정을 짓는다.

1국 15. 실전진행.png <실전진행1>

<실전진행1> 흑은 1로 이을 수밖에 없다. 이때 백2가 준비된 수순. A와 B가 맞보기로, 흑이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1국 16. 참고도.png <참고도>

<참고도> 흑1로 따낸다면 백은 2에 젖혀 패가 난다. A와 B 등 백에게 팻감은 넘쳐난다.

1국 17. 실전진행.png <실전진행2>

<실전진행2> 흑1,3으로 두는 것이 최선이다. 백은 선수로 4자리를 따낸 다음 8,10으로 우상을 차지하며 승리를 굳혔다. (흑5-흑1의 자리 / 흑7-백세모 자리)


<감상평> '이겼다'라고 생각했던 바둑을 따라 잡히게 되면, '지금도 이겼나?'라는 생각에 형세를 자꾸 확인하려고 들게 된다. 하지만 형세판단 쪽으로 머리를 쓰는 만큼, '다음 수 감각'과 '수읽기' 등의 수준이 상당히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실수가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실수하고 나면 정신이 드는 게 아니라 '실수했는데, 아직도 이겼나?'라는 생각으로 회귀하게 된다. 또 계가를 하고, 또 실수를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회귀가 끊어지고 정신이 드는 때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황'에 몰려서 '지금도 이겼나?'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질 때다. 이런 식으로 역전당하고 나면 이런 후회가 들곤 한다. '계가 할 시간에 최선의 수를 찾았더라면...' 하지만 후회할 때는 이미 늦은 때이다. 이렇게 될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 하는 이유는 그런 식으로 대충 수를 읽어도 아무 일 없을 때가 많고, 그래서 사실은 '아무 일 없었던 게 운이 좋았던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다음 수 찾기'에 집중해야 할 때를 알고, '이때는 계가를 하면 안 되는 때'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하이라이트]


2국 속기 : (흑)김경은 - (백)최서비


2국 1. 장면도.png <장면도>

<장면도> 흑을 잡은 김경은이 유리하게 판을 이끌고 있는 상황. 김경은은 흑1부터의 공격을 통해 아예 변수를 차단하려고 한다.

2국 2. 실전진행.png <실전진행1>

<실전진행1> 최서비의 백1은 당연하지만 흑이 2로 받자 다음 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백이 A로 젖히는 것이 보통의 모양이라면 좋은 자리이지만 지금은 흑이 축이 유리하기에 B로 끊어갈 수 있다. 최서비의 고민이 깊어져간다.

2국 3. 실전진행.png <실전진행2>

<실전진행2> 고심 끝에 백1,3으로 두어갔지만 좋지 못했다. 흑은 6자리에 두면서 실리를 얻는 데 반해 백의 1과 3은 공배에 불과하다. 백7도 흑8로 받게 만들어 흑을 연결시켜주는 꼴.

2국 4. 참고도.png <참고도1>

<참고도1>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방법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백1을 먼저 두는 수가 첫 단추. 흑은 2로 두어 넘어가는 수를 방지할 수밖에 없다. 이때 백3으로 젖힌다. 흑은 앞서 말했듯 4로 끊어갈 것이다.

2국 5. 참고도.png <참고도2>

<참고도2> 백은 5~9까지 축으로 몰아간다. A의 축이 안 되기에 보통은 불가능한 수법이지만, 백에게는 다 계획이 있다.

2국 6. 참고도.png <참고도3>

<참고도3> 바로 백11~흑18까지 몰아둔 다음 19로 이어서 중앙 흑을 모조리 잡는 것. 이 정도 소득이라면 우변 백을 포기할 만하다. 이쯤 와서 보면 맨 처음에 우상귀에 하나 늘어둔 교환이 이해가 된다. 흑에게 이곳을 막힌 것과는 천지 차이다.

2국 7. 참고도.png <참고도4>

<참고도4> 흑은 1,3으로 활용하는 게 최선이다. 백은 4~10까지 중앙을 지켜낸다.

2국 8. 참고도.png <참고도5>

<참고도5> 이어서 흑1을 교환해 두고 흑3의 자리를 차지한다. 백이 6으로 끊을 때 흑은 7,9로 상변을 얻는다. 이렇게 진행되었다면 흑의 공격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5대5의 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2국 9. 실전진행.png <실전진행3>

<실전진행3> 실전의 백은 우변 쪽에서도, 중앙 쪽에서도 손해를 본 채로 백3~9까지 구차하게 살아야 했고, 흑은 A의 자리를 차지하며 넉넉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김경은의 공격이 잘 먹혀든 한판.


<한줄평>

AI: 이 공격은 크게 무섭지 않아요. 이렇게 저렇게 한 30수 정도만 내다보면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참 쉽죠?

나 : 밥 아저씨 여기 아니에요


3국 속기 : (흑)이나현 - (백)박태희


3국 1. 장면도.png <장면도>

<장면도> 초반 박태희(백)의 무리한 행마로 흑이 크게 우세해진 상황. 박태희는 불리한 형세를 뒤집기 위해 백2,4로 수를 내러 갔다.

3국 2. 실전진행.png <실전진행1>

<실전진행1> 이나현은 흑1,3으로 백의 수를 조여갔다. 얼핏 그럴 듯 해보이는 이 수가 큰 실수. 백에게 무서운 수가 숨겨져 있었다.

3국 3. 참고도.png <참고도1>

<참고도1> 백1로 단수치는 수가 바로 그 수. 흑은 A자리에 잇지 못하고 2로 물러나야 한다. 백은 3으로 뛰어나가 싸움을 이어간다. 이렇게 되면 반 수 가까이 백이 득을 본 모양으로, 흑의 우세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3국 4. 참고도.png <참고도2>

<참고도2> 흑이 2로 이었다가는 큰일이 난다. 백이 3으로 찌르고 5,7을 교환한 다음 9로 먹여치고 11로 빠지면 양자충이 되어 흑이 모두 잡히게 된다. 따라서 흑은 많이 당했더라도 <참고도1>처럼 두는 게 유일한 길이다. (흑8로 3점을 버리고 사는 수가 있지만, 흑2로 물러났던 <참고도1>보다 훨씬 손해다)

3국 4-1. 참고도.png <참고도3>

<참고도3> 흑1로 두는 것이 해결책. 백이 A로 막으면 흑은 B에 따낸 다음 실전처럼 D로 조여 가면 된다.

3국 4-2. 참고도.png <참고도4>

<참고도4> 백이 1,3,5로 두어 유가무가를 노린다면 흑은 6,8로 바깥을 뚫는다.

3국 4-3. 참고도.png <참고도5>

<참고도5> 백이 1,3으로 둘 때 흑은 4로 밀어두고 6으로 씌운다. 백7,9때 10으로 패를 걸고 A에 팻감을 쓰면 백은 팻감이 없다.

3국 5. 실전진행.png <실전진행2>

<실전진행2> 백은 1로 두어갔다. A로 따내 준다면 B에 끼워서 <참고도2>의 양자충 모양을 만들려는 의도.

흑은 2로 반발했고, 백은 3,5로 수를 조여갔다. 백의 다음 한 수는?

3국 6. 참고도.png <참고도>

<참고도> 백은 1로 따내야 했다. 흑2때 백3으로 받아두면, 흑은 4로 연결을 차단해야 하는데 이때 백5로 젖혀 상변 흑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진행했다면 흑이 완전히 망한 결과

(<장면도>에서는 흑 승률 95%, 지금은 백 승률 65%)

3국 7. 실전진행.png <실전진행3>

<실전진행3> 하지만 백은 그 수를 보지 못했고, 차선책으로 1,3으로 두어 잡는 수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 대가로 4로 뚫리는 모양을 내주게 되어 여전히 흑의 우세. 흑은 절묘한 타협으로 위기를 넘긴 후 흑6으로 우변을 잡으며 우세를 이어갔다. 상변의 흑이 잡힌 것은 아쉽지만 흑도 빵따냄과 우변을 얻었기에 큰 손해는 아니다. (AI추산 흑 승률 80%, 3~5집 차)


<한줄평>

이나현 : 아 착각했다

박태희 : 아 착각했다고 착각했다

이나현 : 아 착각했다고 착각한 줄 착각했다

박태희 : 아 착각했다고 착각한 줄 착각한 것처럼 착각을...

나 : ...?


209수 끝, 흑 불계승


4경기.PNG 출처 : 한게임바둑 뉴스

다음은 3라운드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안 붉은노을 VS 영천 명품와인]의 경기이다.

나는 부안 붉은노을의 2-1 승리를 예상한 바 있다.

바둑TV 유튜브.PNG 출처: 바둑TV 유튜브 / 매주 목-금-토-일 저녁 7시 반 생중계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한 주에 한 라운드씩, 총 4경기를 진행한다. (하루 1경기)

매주 목-금-토-일 7시반에 바둑TV에서 중계하며, 바둑TV 유튜브에 들어가면 PC나 모바일로도 라이브 중계를 볼 수 있다.


1국과 2국은 저녁 7시반에 시작하며, 마지막 3국은 저녁 9시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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