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자바둑리그 3라운드 2경기 - 평택 VS 철원
[3라운드 2경기 - 평택 브레인시티산단 VS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 2-1 승리!
지난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던 평택과, 지난 시즌 압도적인 꼴찌를 달성했던 철원의 대결. 팀 구성으로만 봤을 때는 평택이 더 탄탄한 것이 사실이지만, 오더를 자세히 뜯어본 나는 철원이 유리할 것으로 느껴졌다. 나는 이번 주 승부예측에서 고미소의 카운터 타입인 이민진과, 노련한 주장 조승아가 팀에 필요한 2승을 만들어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번에도 초반은 철원이 앞서나갔다. 속기판에 나선 오정아가 상대 주장 스미레를 상대로 초반부터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장고판의 이민진 역시 고미소를 상대로 확실한 승기를 잡으며 2-0으로 끝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한번 밀린 이후로는 자포자기한 듯 멍하니 수순을 이어가던 고미소와는 다르게, 스미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금씩 차이를 좁혀갔고, 오정아의 고질병인 불안정한 마무리가 겹치며 역전을 코앞에 두는 듯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다행히도 역전이 되기 일보 직전, 스미레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차이가 다시 벌어졌고, 그 이후 오정아가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며 넉넉하게 2집반 승리를 거뒀다. 그 다음 한참 전부터 차마 항복하지 못하고 수를 이어가던 고미소가 마침내 돌을 내려놓았고, 철원의 2-0 승리가 확정되었다.
승패와는 상관이 없어진 마지막 판. 하지만 여기서도 반전은 일어났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두고 후반 승부를 노릴 것'이라는 나의 예측과는 다르게 조승아는 정면 승부를 택했고, 두터움을 베이스로 맹공을 퍼붓는 김주아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다. 대마가 둘로 갈라진 조승아는 하나를 확실히 살아두고 남은 우변 대마를 살리는 것에 승부를 걸었지만, 김주아의 정확한 공격에 대마는 잡히고 말았다. 더 해볼 곳이 없어진 조승아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렇게 해서 철원의 고대하던 시즌 첫 승이 터졌다. 승리가 확실해지자 철원 팀의 검토실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즌 첫 승리 후 검토실에 같이 있던 오정아는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자 환희에 차서 양 손을 흔드는 제스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선수들이 한 명씩 살아난다면, 철원의 저력으로 봤을 때 충분히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외
이번 경기는 내 승부예측과는 2판이 바뀌긴 했지만
(스미레-오정아 : 스미레 승 예상 / 김주아 - 조승아 : 조승아 승 예상)
경기 내용 상으로 보면 내가 예측한대로 흘러간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약간 놀랍기도 하다.
('김주아 존'에 걸리면 김주아가 이길 것, 스미레가 두터움으로 눌러야 한다 등)
<장면도1> 백이 1,3으로 밀어간 것이 자신의 약점을 생각하지 않은 안일한 판단. 흑은 상대의 허점을 노리기 전에 흑4로 상변을 먼저 안정시킨다.
<실전진행1> 백은 5,7로 가장 무난하게 받았고, 이때 흑8로 잇자 스미레(백)의 손이 딱 멈춘다. 물러서지 않는다면 백은 A로 꼬리를 내주어야 한다.
<참고도> 실전처럼 되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할 수 없다. 백의 정수는 1,3으로 끼워잇고 5,7로 한 점을 잡는 것. 물론 이것도 백이 많이 뭉친 형태라 흑의 기분 좋은 초반이지만, 실전에 비하면 한 수를 아낄 수 있다.
<실전진행2> 백은 차마 물러나지 못하고 1,3으로 더 판을 키운다. 중앙 싸움의 덩치를 키워서 A쪽에 손댈 틈도 없게 만드려는 속셈. 하지만 흑4가 백의 의표를 찌른 급소로 백이 5,7로 간신히 연결할 때 흑8로 모양을 갖춘다. 백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A의 약점이 거슬리는데, 이제는 흑이 B로 밀어가게 되면 백 전체도 걸리는 모양이다. 오정아는 이후에도 정확한 수순으로 백의 약점을 찔러가며 확실하게 우세를 굳혔다.
<장면도2> 초반에 크게 우세를 확립했던 오정아였지만, 스미레의 맹렬한 추격에 차이는 많이 줄어들었다. 흑의 엷은 곳을 잘 공략한다면 역전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 여기서 스미레의 백1이 패착이 되었다. 흑이 흑2~백5까지 선수를 해둔 다음 흑6으로 넘어가게 되며 역전의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참고도1> 백1,3,5로 좌변을 압박해 공배 연결을 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흑이 6,8로 연결할 때 백은 9로 상변을 뚫는다. 이렇게 두었다면 흑은 A에 손 돌릴 타이밍이 없다.
<참고도2> 만약 흑이 1자리에 두어 두 점을 살린다면 백은 2,4와 상변 백6자리를 선수한 다음 10,12로 중앙을 끊어간다. 위쪽의 거대한 대마도 완생이 아닌 데다가, 아래쪽의 대마(흑세모)도 위태로운 상태. 이 진행이었다면 백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참고도3> 실전처럼 좌하를 두고 상변을 빼앗긴 다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똑같이 백1~흑8을 교환하고 백9로 끊어가도 흑은 중앙만 무사하면 되기 때문에 12로 여유 있게 대마를 살려낼 수 있다.
<실전진행1> 백은 1로 큰 자리를 두었다. 집으로는 가장 큰 자리이지만, 지금은 중앙을 건드려 볼 마지막 타이밍. 흑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2,4를 선수한 다음 6으로 중앙을 선점한다. 차이는 크지 않지만, 중앙이 정리되면 백은 더 이상 변수를 만들 곳이 없다.
<실전진행2> 뒤늦게 백1~5를 교환해보지만 중앙을 선점당한 이상 백7,9로 나가는 정도가 고작이다. 흑은 12,14로 모양을 정리하며 승리를 확정짓는다.
<총평> 초반 포석에서 불리하게 짜였던 스미레가 순리대로 '불리하지만 길게' 가지 않고 난전을 통해 '한방'을 노렸다가 오정아의 정확한 대응에 나가떨어진 판. 오정아가 다소 불안한 마무리를 보여줬지만, 초반에 워낙 차이를 벌려두었기 때문에 뒤집을 수는 없었다.
291수 끝, 흑 2집반승
<장면도> 백이 1,3으로 좌상 흑대마를 공격해 간 상황. 흑 대마가 위험할 가능성은 없지만, A로 받게끔 유도해 B로 우변 흑집을 부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흑에게는 묘책이 필요한 상황.
<실전진행1> 고미소(흑)는 4로 우변을 지켰다. 하지만 이 판단이 큰 실수. 백이 5,9로 모양을 갖추자 좌상 흑 대마가 못 살아있어 한 수를 들여야 한다. 흑이 A로 끊어가는 수도 잘 통하지 않는다. 흑의 이런 실패는 '내 것'을 조금도 내주지 않겠다는 욕심이 판을 그르친 결과.
<참고도1> 흑1로 붙여가는 것이 좋은 수였다. 백이 2로 젖히면 흑은 3으로 늘어 A와 B를 맞보기로 연결한다. 백이 A에 이어두고 C로 우변을 깰 수는 있지만, 흑이 D자리에 받아두면 생각보다 크게 깨지지는 않는다.
<참고도2> 백이 1,3으로 차단하는 것은 무리. 백5때 흑6으로 찌르는 수가 있다. 백7,9로 끊고 나올 때 흑은 10으로 막아가 패를 만든다. 이후 A로 나가면 패가 되지만 흑에게는 B의 팻감이 있기에 백이 안 된다.
<참고도3> 다만 우상귀 패를 따내 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은 백1,3으로 차단하고 백5로 뛰어 연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역으로 흑의 낭패.
<참고도4> 따라서 흑1로 늘었을 때 백은 2자리에 따내야 하고, 흑은 무시하고 백4를 당해줘야 한다. 얼핏 보면 2,4를 따낸 백이 유리해 보이지만 흑도 상변에서 꽤 크게 이득을 봤기 때문에 서로 득실은 없다. 이렇게 진행했으면 5대5 승부.
<참고도5> 흑이 붙여갔을 때 백1로 젖히는 건 안 된다. 흑2로 끊기면 백은 3,5로 버리고 둬야 하는데, 흑6으로 연결해버리면 크게 당한 모양.
<실전진행2> 실전의 흑은 자포자기의 길을 걸었다. 되지 않을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흑1,3으로 끊어갔고, 백은 6,8의 맥점으로 쉽게 타개했다. A와 B가 맞보기여서 흑은 더 이상 수가 없다.
<한줄평> 교훈 : 사람은 '내가 갖고 싶은 것'과 '내가 지켜야 할 것'을 혼동하는 순간 잘못된 길을 선택한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 10년을 넘게 전문적으로 훈련한 프로기사일지라도.
230수 끝, 백 불계승
<장면도> 중앙에 떠 있는 백돌들을 수습해낸다면 백의 우세가 확실해지고, 어딘가 하나 부러진다면 바로 흑의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 중요한 상황에서 조승아(백)는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움직여나간다. 백1로 단단하게 연결해둔 다음 무슨 수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수를 찾는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중앙의 형태를 바라볼수록 최면에라도 걸린 듯 몽롱해지기만 한다. 조승아는 백3자리에 하나 선수 교환을 하며 정신을 다잡는다.
<참고도> 실전은 흑 입장에서 다소 쉬운 길이었다. 백이 1로 연결했다면 흑도 꽤 골치가 아팠을 상황. 흑이 2로 끊어가려고 한다면 백은 3,5로 다른 쪽을 공략한다. 흑이 약간 유리한 싸움이지만 백도 탄력이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실전진행> 조승아는 백1로 두어 이쪽을 확실하게 지켜버렸다. 흑이 2로 갈라올 때 우변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판단. 하지만 백3으로 둘 때 흑이 4,6으로 파호한 것이 강력한 수. 피해 없이 살아남기는 많이 어려워보인다.
<실전진행2> 백이 1로 받을 때 흑2가 최강수. 백이 5,7,9로 뭐라도 해 보지만 헛손질에 가깝다. 흑이 12까지 차지해서는 거의 확실하게 백 대마가 모두 잡혔다.
<참고도1> 백1,3이 최선의 수. 하지만 흑도 살려주지 않고 4로 하나 치중한 다음 6으로 포위한다. 백7때 흑8로 두어 끝까지 공격을 퍼붓는다. 이렇게 되면 A쪽도 후수 한 집, B쪽도 후수 한 집이 되어 살 수 없다.
<참고도2> 백1로 뻗으면 흑은 2로 밀고 들어간다. 백의 최선은 3,5로 패를 내는 것. 하지만 A쪽 백을 공격하는 팻감이 무한대로 있기 때문에 이 결과는 흑의 승리다.
<참고도3> 양쪽 다 생존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면 모를까, 양쪽으로 갈라진 백돌 모두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확실하게 한쪽을 살아둔 다음, 나머지 한쪽만 살리면 된다'는 판단이 안일했다.
백1로 멀리서 연결 태세를 갖추는 것이 좋았다. 이랬다면 오히려 흑이 '한쪽은 살려주고, 다른 쪽을 확실히 잡으러 간다'는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참고도4> 흑은 2~8까지 끊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때 백은 9로 두어 우변 쪽을 안정시킨다. 흑이 A의 수단을 방비하는 사이, 백은 B쪽 포위망의 약점을 건드려 탈출을 노린다. 이렇게 되면 흑도 쉽게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전진행3> 실전은 흑의 대응이 너무 쉽다. 백1,3에는 흑2,4로 받으면 그만이고, 백5와 흑6은 맞보기. 백9와 흑10 역시 맞보기. 이후 조승아는 몇 수 더 두어보다가 살 길이 없음을 확인하고 돌을 거두었다.
<한줄평>
어려운 선택에서 도망치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다.
다만 책임져야 할 어려운 선택을 '적'에게 떠넘길 수 있다면, 그것이 완벽한 태도이다.
= 내가 잘되기 힘들면 상대 발목이라도 잡자
135수 끝, 흑 불계승
3라운드 3경기는 전승팀 간의 대결이다. [서울 부광약품 VS 포항 포스코퓨처엠].
두 팀 중 어느 팀이 유일한 전승팀으로 남게 될 지 기대된다.
나는 김채영과 이나현의 승리로 부광약품이 2-1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5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한 주에 한 라운드씩, 총 4경기를 진행한다. (하루 1경기)
매주 목-금-토-일 7시반에 바둑TV에서 중계하며, 바둑TV 유튜브에 들어가면 PC나 모바일로도 라이브 중계를 볼 수 있다.
1국과 2국은 저녁 7시반에 시작하며, 마지막 3국은 저녁 9시에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