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약체 팀 여수의 반란, '은지만 아니면 돼~'

2025 여자바둑리그 3라운드 1경기 - 삼척 VS 여수

Jul 27. 2025

[3라운드 1경기 - H2 DREAM 삼척 VS 여수 세계섬박람회]

출처 : 여자바둑리그 홈페이지 https://w.baduk.or.kr/

여수 세계섬박람회 2-1 승리!

삼척은 '김은지 보유' 하나로 강팀으로 꼽혔던 팀. 하지만 그녀 외의 선수들이 모두 패하며 팀은 최하위권에 위치해 있다. 그에 맞서는 여수는 [팀 전력 분석] 때 '최약체'로 분류되었던 팀. 당시에 승부예측을 했다면 당연히 삼척의 승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주에 오더가 공개되었을 때는 그 생각이 달라졌다. 1지명 김은지와 3지명 최민서가 붙었고, 권효진-이영주, 김신영-정유진의 대진까지, 여수 팀에게 최상의 오더가 짜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지난 [3R 승부예측]에서 여수의 2-1 승리를 예상한 바 있다.

첫 승리를 따낸 쪽은 여수였다. 2국에 출전한 이영주가 권효진을 상대로 치열한 난타전 끝에 꺾어낸 것. 승리의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초반부터 좌변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고, 이영주는 거의 승기를 잡았다가 놓치기를 반복했다. 기회를 잡은 권효진이 날카롭게 상대의 약점을 찔러가며 이영주를 코너에 몰아넣는 데 성공했고, 권효진은 우변 대마를 지키지 않고 중앙 흑을 잡으러 가는 결정타를 날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수 지나지 않아 공수가 역전되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영주가 우변 대마를 추궁할 때, 궁도를 최대한 넓혀서 두었으면 모양은 좋지 않지만 그냥 사는 수가 있었는데, 불안한 나머지 확실하게 패가 나는 길로 손이 가 버린 것. 결국 패의 대가로 잡았던 중앙 흑을 모두 살려주게 되면서 승부는 이영주에게 기울고 말았다. 권효진은 끝까지 두어갔으나 차이가 더 벌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삼척이 반격했다. 3국에 나선 김은지가 빠르게 판을 장악하며 우세를 점했고, 최민서는 최강으로 맞붙어야 할 상황에서 쉽게 물러나며 상대를 편하게 해주고 말았다. 결국 이렇다 할 전투 없이 131수 만에 김은지의 완승으로 끝나며 스코어는 1-1이 되었다.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승리는 여수의 주장 정유진의 손에서 나왔다. 초반에 김신영의 잘못된 정석선택을 응징하며 쉽게 우세를 잡았던 정유진은 중앙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확실하게 승세를 굳혔다. 김신영은 마지막 발악으로 우상귀 패를 걸어갔으나 팻감이 모자라 역전에 이르지 못 했다. 정유진은 이후 판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여수 팀에 시즌 첫 승을 안기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삼척은 김은지의 3연승에도 나머지 모든 대국을 패하며 3전 3패, 최하위로 떨어졌다. 권효진과 김신영이 '환골탈태'라도 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인 대국]

2국 속기 : (흑)이영주 - (백)권효진

<장면도1>

<장면도1> 초반부터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 팽팽하게 주고받은 끝에 권효진(백)은 흑 모양 안에서 깔끔하게 사는 데 성공했고, 그 대가로 이영주는 1,3으로 좌상을 파고든 상황. 이때 무심코 막은 백4가 큰 실수로, 흑이 5로 젖혀가자 응수가 없다.

<참고도1>

<참고도1> 백은 1로 물러나 받아야 했다. 흑이 바로 A자리에 뚫기는 어렵다. 백이 B로 움직여 나가면 이쪽의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참고도2>

<참고도2> 따라서 흑은 2로 하나 선수해 두고 4로 중앙을 지켜야 한다. 백이 5로 받을 때 흑은 6으로 축머리를 방비한다. 이런 진행이라면 서로 만만찮은 바둑이었을 것이다.

(AI 추산 흑 승률 55%)

<실전진행1>

<실전진행1> 백은 내친걸음으로 1자리에 끊어갔는데, 이 수가 큰 실수가 될 뻔했다. 다행히 흑이 2,4로 물러나 줘서는 5자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백에게 다시 기회가 생겼다. 백9로 틀어막아서는 오히려 백에게 분위기가 넘어간 상황.

<참고도1>

<참고도1> 좌상귀는 아직 완전히 죽은 모양이 아니다. 백1,3을 선수한 다음 백5,7로 두면 패를 낼 수 있다.

<참고도2>

<참고도2> 사실은 백1로 끊었을 때 흑이 2쪽으로 끊었으면 여기서 끝장을 낼 수 있었다. 백3때-

<참고도3>

<참고도3> 흑4자리 팻감이 있어 패를 이길 수 있다. 백이 7,9로 좌하를 잡는다고 해도 상변이 뻥 뚫린 것이 커서 흑의 확실한 우세. (AI추산 흑 승률 95%, 10~14집 차)

<실전진행2>

<실전진행2> 되는 패를 걸지 못하고 물러난 대가는 컸다. 흑1~9까지 좌하를 살리긴 했지만 후수로 살게 되어서는 백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넘겨주게 되었다.

<장면도2>

<장면도2> 권효진(백)은 쾌재를 부르며 백1,3으로 미리 봐 두었던 패를 결행한다. 흑은 팻감이 없기 때문에 다음 수가 상당히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이영주는 그 순간 무언가를 봤다. 이영주는 빠르게 수읽기를 끝마친 뒤 흑4로 중앙 두 점을 따낸다. 권효진은 순간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참고도1>

<참고도1> 중앙 두 점이 컸다고 한들, 백1로 잡아버릴 수만 있다면 만사 오케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중앙 백 대마는 그리 탄력적이지 않다. 흑2가 독수. 백3때 흑4,6까지, 흑은 일직선으로 포위 섬멸에 나선다.

<참고도2>

<참고도2> 백이 7~11까지 발버둥을 쳐봐도 흑14,16으로 비집고 나올 때 막을 방법이 없다. 이 흑이 살아나가는 순간 안쪽의 백 대마가 자동으로 잡힌다.

<참고도3>

<참고도3> 흑2때 백은 A로 두지 말고 백3으로 나가야 했다. 흑은 4~8까지 밀어줄 수밖에 없는데, 그 다음에도 A의 뒷맛은 그대로이고, B자리 씌워 오는 것도 견뎌내야 한다. 백이 이렇게 두어갔다면 흑이 상당히 곤란했을 것이다.

<실전진행>

<실전진행> 백은 결국 1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사실상 백이 1자리에 둬서 두 점을 따먹힌 것과 같은 모양이 되고 말았다. 이 교환은 거의 10집 가까운 손해. 흑은 2로 패를 걸어가며 우세를 확실하게 다진다.

<장면도3>

<장면도3> 패싸움 진행 도중, 흑1이 헛패. 백이 2로 패를 해소해 버린 다음 백4로 팻감을 쓰자 흑의 다음 팻감이 없다. 흑의 필승지세였던 형세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참고도1>

<참고도1> 확실하게 흑1자리로 팻감을 썼어야 했다. 똑같이 팻감이 된다면 흑1보다는 A자리가 낫지만, 어디까지나 패를 이길 수 있을 때의 이야기.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백이 4에 팻감을 쓴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흑5로 따낸다.

<참고도2>

<참고도2> 백1로 뚫리는 것이 아프지만, 흑2,4로 하변에서 터를 잡는다. 패를 이긴 대가로 상변 A자리 공격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백은 11에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그때 흑이 12로 귀까지 살려내면 흑의 확실한 우세.

(AI추산 흑 승률 95%, 4~6집반 차)

<실전진행>

<실전진행> 흑은 1로 받고 3,5로 우변에 두 수를 두는 데 그쳤다. A의 자리 뚫리는 약점까지 남아 흑이 망한 결과. 백은 6으로 젖혀 수습에 나섰다. 이쪽만 큰 타격 없이 막아낸다면 이제는 백의 우세다.

<장면도4>

<장면도4> 거의 손에 들어왔던 승리가 날아간 탓일까. 이영주는 우변의 전투에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기회를 잡은 권효진은 상대를 계속 압박하며 우위에 섰다. 흑이 1로 연결할 때 백2도 좋은 타이밍. 흑이 A로 받는다면 B로 뚫고나갈 수 있다.

<실전진행1>

<실전진행1> 흑이 3으로 받으면 백4~흑11까지는 예정된 수순. 이때 백12가 좋은 수로 이겼다면 승착이 될 뻔 했다. 백12에 흑이 13으로 받자 권효진은 우변 백이 살아있다고 보고 14로 중앙을 잡으러 간다. 15,17로 발버둥 쳐 보지만 중앙 흑세모들은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다. 더 이상 다른 수가 없다고 본 이영주는 19로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다.

<실전진행2>

<실전진행2> 백1로 시간연장을 한 다음 두어진 백3이 패착. 흑이 4로 단수치자 A와 B가 맞보기가 되어 패가 되고 말았다. 패가 나는 순간 중앙 흑을 살리는 팻감이 너무 많아 백이 곤란하다.

<참고도1>

<참고도1> 백1로 크게 넓혀야 했다. 흑은 2로 잡아야 하는데, 이때 백3을 교환해 두고 백5,7로 계속 넓힌다. 모양이 좋은 건 아니지만 뒷공배가 많아 이 백을 잡을 수는 없다.

<참고도2>

<참고도2> 흑이 1,3,5로 조여 가면 한 수 늘어진 패가 난다. 하지만 백이 6으로 두어 팻감을 없애버리면 A,B 등 백의 팻감이 많기에 흑에게는 방법이 딱히 없다.

<실전진행3>

<실전진행3> 실전처럼 둬버린 이상 백이 잘 안된다. 백1,3으로 둘 때 흑4,6으로 조여가서는 단패. 안 되는 걸 알면서 백5로 두어가는 권효진의 손길이 떨린다.

<실전진행4>

<실전진행4> 패의 대가로 흑은 14~24까지 중앙을 살려 나오는 데 성공하며 승세를 확립했다. 차이는 거의 5~6집 이상. 이후 권효진이 마지막까지 버텨봤지만 이미 벌어진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

(흑4,10, 백7,13은 패 따냄)

<총평> 초반부터 누가 이길지 모르는 난타전이 이어졌고, 수읽기에서는 이영주가 우세를 잡았지만,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다시 팽팽한 싸움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승부가 갈린 장면은 역설적이게도 권효진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온 순간이었다. 권효진은 승리의 기회를 포착해 최강으로 두어갔지만, 완벽하게 숨통을 끊지 못하고 빗나간 수를 두며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영주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한 판이었다.

343수 끝, 흑 9집반승

[하이라이트]

1국 장고 : (흑)김신영 - (백)정유진

<장면도>

<장면도> 초반 우상 쪽의 정석 진행 과정에서 김신영(흑)의 1,3,5가 문제수. 이 한 번의 선택으로 바둑은 돌이킬 수 없게 되고 만다.

<실전진행1>

<실전진행1> 백은 1로 끊고 3으로 날아오른다. 흑4도 어정쩡한 수. 백이 힘 있게 5로 늘어두자 흑이 도저히 한 게 없다. 백이 때이르게 큰 우세를 잡았다.

<참고도>

<참고도> 흑은 지금이라도 1로 단수를 쳤어야 했다. 백이 2로 받을 때 흑3으로 상변을 압박한 다음 5로 지켜둔다. 이미 좋을 수 없는 모양이지만 다음 A의 추궁도 있기 때문에 그나마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실전진행2>

<실전진행2> 우변 느는 수를 당한 다음에야 흑1로 두어갔지만, 백2가 날카롭다. 흑은 3의 악수를 해주고 5로 늘 수밖에 없다. 이때 백이 6,8로 자리를 잡으니 중요한 곳은 백이 혼자 다 둔 상황.

(AI추산 백 승률 82%, 4~5집 차)

<참고도>

<참고도> 애초에 흑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우상을 건드리지 말고 흑1~9까지 좌상을 파내는 것이 좋았다. 백이 10으로 받는다면 흑11,13으로 상변을 눌러간다. 백이 14로 둔다면 백이 약간 잘 풀린 초반. 하지만 딱히 실수한 것도 없으니 차이는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