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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수영 Nov 03. 2024

주말에 뭐해요? 남편이랑 집에서 놀아요!

집 밖은 위험해! 우리의 작은 아지트

 우리 부부는 쉬는 날에는 집에서 둘이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바람을 쐬러 멀리 나가거나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그런 것들 보다는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처럼 집을 방공호 삼아 콕 박혀있곤 한다. 매번 이렇게 휴일을 보내는 우리 모습을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서, 오늘은 우리가 어떤 휴일을 보내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평화로운 휴일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9시쯤에 잠에 깬 나는 하루를 먼저 시작한다. 잘 자는 남편을 깨워 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휴일만은 푹 자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에 깨우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잘 자고 있는 남편을 구경한다.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게 조금 지루해질 때 즈음 이제 거실에 나가서 밀린 집안일을 시작한다.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기도 하고 정신없이 출근하느라 여기저기 어지럽힌 방들도 정리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면서 나 홀로 바쁜 아침 시간을 보낸다.

 12시가 가까워지면 청소기를 멈추고 슬슬 남편을 깨우러 간다. 더 재우면 사라져 가는 주말이 아깝다며 아쉬워하는 남편이기에 깨워줘야 하는데, 좀처럼 잠에서 깨지 않는 사람이라 1시간 정도 말도 걸고 간지럼도 태우고 코도 막으면서 장난으로 남편을 꿈나라에서 꺼내준다. 갖은 노력 끝에 남편이 일어나면 남편의 손을 잡고 거실로 데리고 나와 깨끗하게 치운 집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남편은 깨끗해진 집에 박수를 쳐주며 혼자 치우느라 고생했다고 함께 먹을 점심을 준비해 준다. 그렇게 식탁에 앉아 남편이 차려준 점심을 먹으며 도란도란 우리의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함께 티비를 보거나 침대에 뒹굴거리며 장난도 치고 핸드폰도 보면서 휴일을 만끽하다 약간 지겨워질 때쯤이면 남편이랑 손을 잡고 집 근처 산책을 나간다. 매주 걷는 길인데도 집에 있다가 바깥바람을 맞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봄에는 따끈따끈한 날씨에 나른하고, 여름에는 우산 아래 꼭 붙어서 쏟아지는 빗속을 걷는 게 좋고, 이젠 짧아져 버린 가을엔 시원한 바람을 잠깐 즐기다가 곧이어 오는 겨울에는 추운 바람에 패딩으로 무장하고 맞잡은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꼼지락 거리며 매주 새로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산책을 끝내고 시간을 좀 보내다 보면 이제 저녁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늘의 주방장이 누군지는 그날 먹고 싶은 메뉴에 따라 다른데, 주방장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바쁘게 보내고 보조는 자리를 세팅하고 재료를 손질하는 등 함께 우당탕탕 요리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테이블에 우리 취향으로 잔뜩 차려놓은 음식을 차려놓고 남편은 맥주 나는 음료수 한잔을 따라놓은 채 시원하고 푸짐한 저녁시간을 보낸다.


 부른 배를 통통 때리고 나면 이제 우리의 개인시간 아닌 개인시간이 시작된다. 게임을 좋아하는 남편은 컴퓨터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먼저 시작하는데 나는 혼자 거실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가 남편 옆으로 가서 내 자리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내 취미시간을 시작한다. 둘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 각자 할걸 하면서도 남편은 게임에 재밌는 게 나오면 불러서 보여주고, 나는 뭔가 만들다가 고민되거나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남편을 불러서 보여준다.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졸려서 들어갈 때가 되면 남편도 조르르 따라와서 같이 침대에 눕는다. 천장을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면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우리의 휴일은 이렇듯 평범하게 보내는 시간들이지만, 이 하루가 주는 평온함과 나른함이 어찌나 달콤한지 밖으로 나가면 못 즐길 이 하루가 아쉬워서 우리를 항상 집 안에 있게 하는 것 같다. 우리에겐 우리의 행복이 있으니 큰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집에서 우리끼리 알콩달콩한 휴일을 보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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