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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수영 Nov 10. 2024

우리의 대화의 시작은 항상 물음표로 시작한다.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의문문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대화는 의문문으로 시작했다. "잘 잤어?", "테이블에 식기 좀 놔줄 수 있어?""산책 가는 거 어때?" 등 다정한 안부의 말부터 상대방의 의사를 묻는 말까지 우리가 나누는 대화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오늘은 이 물음표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써보려 한다.


1. "내 얘기해도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항상 대화가 끊이지 않는 편이다. 즐겁거나 힘들거나 어떤 일이든 조잘조잘 공유하는데, 항상 대화의 시작은 “오늘 있었던 일 말해도 돼?”로 시작한다.

 나는 남편과의 대화를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남편에게도 그런 시간이었으면 해서 말을 나눌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저 말을 건넨다. 내 질문에 남편은 대부분 긍정적인 답을 주지만, 가끔은 바쁘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기다려달라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남편도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 동의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면 더 잘 통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지면서 다양한 대화로 흘러가서 더 즐거운 대화가 됐기에 꼭 저 질문을 한다.


2. "게임해도 돼?"

 게임을 좋아하는 남편은 언제나 컴퓨터 앞으로 갈 틈만 노리고 있다. 혹여 그 틈이 보일 때면 나에게 허락을 구하러 컴퓨터 방으로 달려간다.

 남편이 게임을 하러 가면 나는 그동안 할 일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해도 되지만, 내심 나랑 놀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남편의 게임이 그리 달갑진 않다. 남편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아서 꼭 저 질문을 보낸다.

 남편의 물음에 대부분 알았다고 하지만, 혹시나 내가 같이 있고 싶다며 게임 말고 같이 있어달라 하면 당연히 알겠다고 말하며 옆에 있어주는데, 언제든 내가 부탁하면 옆에 있어줄 남편이라 게임하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는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것 같다.


3. "누워 있어도 돼?

 앞서 게임해도 되냐는 말처럼 우리는 상대방에게 허락을 구하는 말을 자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건 누워있어도 되냐는 말인데, 우리 둘 다 집안일을 하기 싫을 때 말한다.

  평소에는 둘이서 집안일을 척척 해내지만 가끔 피곤한 날들이 있다. 특히 남편이 그런 날이 더 잦은 편인데, 식사 후 내가 뒷정리를 시작하고 있으면 남편은 눈치를 보면서 "나 누워있어도 돼?" 물어본다. 그러라는 대답에 남편은 일단 소파에 누웠지만 도와줘야 할 것 같긴 하고, 피곤해서 일 하기는 싫어 미안한 표정을 하며  내 모습을 구경한다. 또, 바쁜 일로 지쳐서 쉬고 싶은데 내가 딴짓을 하고 있으면 쪼르르 와서 "나 먼저 침대에 누워있어도 돼?"라는 허락을 구한다. 먼저 쉬고 있으라면 대답을 들으면 씩 웃으면서 신나게 방으로 들어가서 휴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보다 빈도는 낮지만 나도 누워있어도 되냐는 말을 자주 쓴다. 회사일에 지치거나 연속으로 약속이 생길 때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있다. 현관문을 들어올 때부터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들어오면 남편이 나를 따라다니며 케어해 주기 시작하는데, 잠깐 누워있으라 하고 밥도 차려주고 뒷정리도 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양심이 찔린다. 그럴 때 미안한 마음에 이 말이 자연스레 나온가. "나 누워있어도 돼? “ 남편이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말해주면 면죄부라도 받은 양 소파에 누워서 집안일을 하는 남편을 구경하면서 남편도 날 이렇게 구경했구나 생각하곤 한다.

 결국 "누워있어도 돼?"라는 말을 생각하면 서로 양심에 찔리는 표정으로 물어보는 얼굴이 선명해서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앞에 쓴 말들 외에도 우리는 수많은 물음표들을 꺼내는데, 이런 의문문들이 우리의 대화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상대방을 더 많이 이해하게 도와주는 것 같다.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앞으로도 우리는 물음표와 함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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