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만든 인연, 말이 남긴 흔적

오늘의 한 장면

by 이소


2025.04.05 (토)

밴드 3번째 굿바이 공연



작년 6월에 밴드 모임을 들어가 드럼스틱을 잡은지

약 10개월째, 3번째 공연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사람 인생은 종잡을 수 없어.


1년 뒤에 나는 지금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공연은 갑작스레 정해진

막냉이 기타의 굿바이 공연


공연하자고 정해지고 합주 2번만에 나선 공연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제는 좀 익숙해진 3번째 공연이라 그런지 공연하는 순간까지도 긴장되지 않아 나조차도 신기했다.


원래는 합주 1번과 연습 1번을 더 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러운 외할아버지의 부고로 당일날 부랴부랴

1시간 연습을 하고 갔다.



지난번에 쳐봤던 곡들임에도 할때마다 어려운지..


뭔가 지난번에 했던 거니깐 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데려다준다는 오빠의 배려를 밀어내고 도서관에서 상도까지, 상도에서 성수까지 가는 길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밀어낼거면 아무렇지 않기라도 하던지.

나도 참 괜한 투정으로 사서 고생한다.



장례식을 다녀온 후에 몸이 피곤한 것과 친척과 했던 얘기들, 오빠에 대한 생각 등 여러가지가 겹쳐 혼자서 조금 울적해있어서 내 생각만 해준 오빠에게 괜한 심술을 부렸다.


그럼에도 계속 연락 남겨주고, 공연도 응원해준

오빠가 너무 고맙고 미안했던 날.




5시에 리허설을 진행하고 6시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순서는 2번째.


앞에 팀은 3번의 공연을 모두 같이하게 됐는데,

역시나 너무 잘함. 확실히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잘하고 진심인게 느껴진다.




그 다음으로 올라간 우리 팀.


첫 곡의 아가미를 시작하는데, 하이햇에 악보대가 걸쳐져있어서 엄청 흔들리고 불안하더니 결국은 하이햇도 잘 안쳐지고, 악보도 떨어짐.


첫 공연때의 투게더 연주할때의 데자뷰...



미리 테이프로 붙이고 다 체크를 해놨어야 하는데,

또 안일하게 행동함. 그래도 다행히 너무 큰 실수는 없이 마무리가 되었고 이후 곡들도 실수는 많았지만 큰 실수는 없었음에 다행이었다.


하고나니 그 더운 열기가 훅 밀려왔고, 악보도 습기를 머금어 축축해졌다. 많은 실수를 해서 멋쩍게 내려왔지만 잘 했다고 해주는 팀원들 덕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이후 3번째 팀의 공연을 봤다.


보면서 느낀게 확실히 드럼이 박자가 무너지면 다른 세션들과 특히나 보컬도 흔들리게 된다. 메트로놈에 맞춰서 박자를 잘 맞추고 강약 조절하는 연습도 많이 해야겠다고 느낀 날.


드럼에 대한 흥미가 많이 식었던 상태였는데,

다시 좀 패드연습을 해야겠다.





공연이 끝나고 다같이 사진도 남기고 뒷풀이 타임.


1차 때는 분위기 좋았다가 2차에서 양주 먹고 조금 취하면서 딥해진 분위기.


장난 치다가 쌓인 약간의 상처들이 상대에게 다시 상처주는 말로 내뱉어지며 서로가 내일의 후회할 말들을 건낸다.


당연히 완전한 타인이 음악이라는 것만을 보고 맺어진

관계임에 트러블이 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준에서 상대를 마음대로 판단하고 내뱉는 말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특히나 우린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에 굉장히 많이

영향을 받고 의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내가 내뱉은

가벼운 말이 누군가에게는 계속해서 되새겨지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게 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말을 할 때, 더욱이 감정이 많이

올라왔을 때는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도 있지만,

죽마고우도 말 한 마디에 갈라질 수 있다.



점차 인생을 살아갈수록

말이 거친 사람과는 가까워지기가 싫다.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사람이나 불평, 불만이 가득한 말투, 진심은 없고 겉치레뿐인 말들. 그래서 나는 상대방과 얘기할 때는 최대한 잘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것또한 에너지가 드는 일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는 것이 좋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


내 인간관계는 그래서 좁나..


사람이 선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건

처음 만나고 몇 번의 대화를 하다보면 느낄 수 있다.




엄청나게 동안인 분이 있어 모두가 칭찬을 했는데,


칭찬을 재밌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모습과

누군가가 말을 할 때 경청해서 들으려 하는 모습과

그에 맞는 공감과 대답까지 참 선했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보면서 누군가가 나를 처음 보고,

나를 알아갈 때 그렇게 생각이 들면 좋겠다고 느꼈다.




같은 팀 내에 장난으로 자주 놀렸던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술기운이 올라온 상태에서 내가 장난치는 부분들과 하는 말에 대해서 진심으로 무례하게 느껴졌고 자신은 화가났다는 말을 했을 때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굉장히 미안했다.


웃으면서 잘 받아준다고 그 사람이 기분이 나쁘지 않거나 괜찮았던게 아닐 수 있는데, 나는 장난이니까의 마인드로 가볍게 그 사람에게 서슴없이 무례를 범했다는게 스스로가 참 많이 부끄러웠다.


나도 누군가가 한 말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신경쓰면서

정작 다른 사람이 그럴 건 생각하지 못했다는게

참 바보 같았다.



그렇게 서로가 쌓여있던 응어리를 풀어내었고,

나는 처음 만나게 된 사람들과 대화를 했다.



건축쪽 관리자부터 개발자, 연구원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다들 베이스를 들고, 기타를 들고, 건반을 치고, 드럼을 치기 위해 한 공간에 모였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고 그래서 밴드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접점이 없을 거 같은 우리에게 음악이라는 접점을

만들어주어 이렇게 닿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날 하루는 많이 피곤했다가 울적하기도 했다가 신나기도 했다가 재밌기도 했던 다이나민 했던 하루이다.




더 많은 날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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