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전야의 카페일기, 우리의 공간에서

오늘의 한장면

by 이소

2025.04.23(수) 강남 카페 어딘가



감기이슈로 이틀전에 봤지만 오래 보지 못해

몸이 나아지자마자 너와 잡은 약속


시험 기간이라 우리가 항상 가는 회사근처 카페에 공부하러 가자고 한 날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면서도 너와 함께라는 이유로 1초라도 더 빨리 퇴근하고 가고 싶어져 조기 퇴근하고 너에게 달려간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너의 뒷모습에 미소가 피어난다.



5시도 안 된 이 시간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다들 무얼 하는가하고 궁금해진다.


나를 보자마자 또 한껏 광대를 올리며 웃으며 맞아주는

너가 너무 좋아서 방방 뛰게 된다. 월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까지의 짧았던 만남 때문인지, 보고만 있어도 참 행복해진다.



5시에 자리를 옮기기로 해 그 전까지 마비노기를 하겠다고 의기양양하게 탭을 꺼내드는 나를 보고, 본인이 신나서 같이 게임을 보며 이런저런 꿀팁들을 알려준다.


혼자였으면 하지 않았을 게임이었는데,

너랑 함께하는 것들은 평소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있던 게 아님에도 재밌게 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드디어 찍은 만렙으로 신나하는 내가 귀여운 듯

웃는 얼굴도 좋았고, 코딩하면서도 내가 사소한 거

하나 물어보면 바로 붙어서 알려주는 모습도 좋았다.




5시가 되어 우리의 집중공간으로 입성.


나는 소리에 너무 예민하다보니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의 키보드 소리나 음식 소리 등으로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너가 작업하는 카페의 3층은 너무 시끄러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아, 조용한 8층이 열리는 5시에는 같이 가자고 해주는 게 항상 고맙다.


지난번에 앉았던 자리에 창을 등지고

책상에 자격증책과 갤럭시탭, 물통을 세팅한다.

5시가 되자마자 바로 와서 우리가 맨날 첫 번째다.



너랑 장난도 치고, 같이 게임도 조금 하다가

너는 코딩을 나는 자격증 공부를 해본다.


서로 다른 것을 하고 있음에도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그 시간이 참 행복하다.



자격증은 전에 봤다가 불합격하고, 다시 보게되는 자격증인데 내가 이걸 어떻게 외웠지 싶을 정도로 외울 게 너무 많아서 막막하다. 그래도 어쩌랴. 시험날까지 계속 반복하면 외울 수 있겠지.



어느정도 각자의 공부를 한 뒤에 이번주인 시험의

요약정리본을 만든다. 말이 요약정리본이지 깜지다.


시험날에 손글씨로 쓴 이 A4용지 1장을 들고 보면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반 오픈북인 느낌이랄까.


타이핑하는 것을 선호하고, 펜으로 글씨도 잘 쓰지 않는 너가 꾹꾹 글씨를 쓰는 모습이 괜히 웃기고 귀여웠다.

얼굴은 귀여우면서 글씨는 태풍이 몰아친 듯 이리저리 휘날려쓴 글씨체도 참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렸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이어서 쓰는 이 깜지 작업이,

필사도 좋아하고 평소에 글씨도 쓰는 편인 나도 참 힘들었다.


거의 7포인트 크기로 빼곡히 한 쪽면을 채워갔을 때 내 집중력과 인내심은 바닥이 되었다. 옆을 보니 너도 이 효율성 없는 작업에 화가 잔뜩 난 듯 빠르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래도 같이 하니 힘들고 짜증나도 금방 기분이 좋아지고 그랬다.



50% 정도만 한 채 내일의 나에게 토스하며 우린 카페를 나왔다.


전날에 많이 잤는데도 잠이 쏟아져 집 가는 길엔 빨리

침대에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집 앞에

차를 대고 너와 얘기하는 그 대화들이 너무 즐거워서

내일이 고생할 걸 모른채하며 계속 붙어있었다.



챗 지피티 얘기가 나와서 실제 음성으로 대화를 해봤는데, 문서작업이나 데이터, 코딩 관련된 건 뛰어나지만 이런 음성기반의 대화는 멀었다고 느꼈다.

(궁금하다면 넌센스 퀴즈를 내달라하면 된다.)



그렇게 11시에 카페에 나와서 1시반까지 수다를 떨다가 서로 또 가기 싫어 울상인채 집에 돌아왔다. 너와 만나는 초반부터 지금까지 헤어질 때 아쉽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하나보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핸드폰 게임만 해서

자책하는 나에게, 당연히 그럴 수 있고 지금 너무 잘하고 열심히 살고 있으니 그럴 때 쉬어야한다며 나를 위로해주고 응원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너에게 고마웠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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