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겁했던 나였다.

주일 아침의 지하철에서

by 아이린

예배 후 식사를 마치고 정말 천천히 교회를 나섰는데 경찰이 길을 통제한다. 택시를 잡아서 안국동 방향으로 가다가 종로 2가나 아무 데든 1호선을 타게 해 달랬는데 기사님이 종로 방향으로 다 차단을 하는 통에 안국동이든 어디든 다 주차장이란다. 하는 수 없이 거꾸로 서울역에 가달라고 했다. 기사님이 마라톤 아니면 집회로 매번 길을 막으니 힘드시단다. 나도 다리가 불편해 걷기 힘든데 너무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맞장구. 택시비를 7000원이나 쓰고 서울 역에 도착했다. 그냥 화가 났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니고 교통비로 이렇게 지출하는 게 화가 났다. 걸으면 되잖냐고? 나도 걷고 싶다. 정말 점점 걷는 일이 힘들어지는 휘청거리며 꺾이는 다리를 어쩌란 건지 누구 말대로 집에 처박혀 나다니지 말라는 건지.


지하철에 빈자리가 없었다. 간신히 기둥을 붙들고 서 있다가 자리가 나자 염치 불고하고 몸을 던져 앉았다. 그다음에 잠깐이라도 눈 붙여 보려 했더니 술주정인지 아니면 정신 놓친 분인지 가운데 서서 사람들에게 뭐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 앉아있는 사람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죄인 운운 하며 결국은 예수 믿으며 올바로 살란다. 나는 지하철 전도자들을 싫어한다. 지하철에서 큰 목소리 내는 사람 싫어한다. 예전처럼 예수천당 불신 지옥 이런 외침이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이런 류의 소음은 민폐고 혐오감만 불러일으킨다. 참다 더 못하겠는지 어느 다혈질 중년 아저씨가 그 노인을 끌고 내리려 하니 반항을 한다.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나가라 내리라 여기가 당신 집이냐 잠자는 것은 글렀고 계속 지켜봤다. 그 할아버지는 하고 싶은 말을 다했는지 다음칸 쪽으로 이동하셨다. 그 리고 이런저런 뒷말이 계속. 소음을 싫어하는 나는 가방에서 헤드폰을 꺼내 귀에 꽂고 다시 눈을 감아 봤지만 정신만 말똥거리고 몸은 극도로 피곤했다. 점점 없어지고 힘이 드는 게 내 몸 탓일까 아니면 내 강퍅한 성품 탓일까? 누군가가 주말마다 열리는 도심 마라톤을 비판하자 그 정도 참을성과 여유도 없냐며 그 사람을 비난하는 걸 봤는데, 마라톤을 하며 기분전환과 건강 도모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것 알아줬으면 하는데,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민폐나 다름없는 행동도 말아 줬으면... 전도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삶 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면 꽃에 날아드는 나비와 벌처럼 사람들은 예수를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인간관계 하나하나를 통한 관계 전도로 전도방법이 바뀐 게 언젠데... 나이 들면 입은 닫고 귀와, 지갑은 열라고 누가 그랬다. 입이 하나고 귀가 둘이고 눈도 둘인 이유 좀 생각하셨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인데 그 자리에선 정작 아무 말도 못 했다.ㅠㅠ


귀찮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말이다. 몸이 피곤하고 아프니 의욕이 점점 사라지고 그래서 속이 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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