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후 밀린 일 하기
우리 집 냉장고에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이 몇 개 있는데, 두부 콩나물 달걀은 기본이고 감자랑 버섯 이다음 순위다. 뭐 잔뜩 사서 쟁여 놓는다는 게 아니라 하나 쓰면 다음 거를 주문하는 이런 시스템이다. 미역이랑 황태도 사놓고 향신채류도 사서 놓고 동전 육수랑 소금 간장 뭐 이런 거는 바닥이 보이려 할 때 하나씩 갖춘다. 쿠팡은 그래서 정말 고맙다. 풍족하지 못한 살림을 규모 있게 꾸리게 도와준다. 어차피 거창한 것을 3 해 먹는 것도 아니니 큰돈 쓸 일은 없다만, 내가 사는 곳은 마트가 멀다. 차비 들여서 사러 나가는 것 그리고 장보고 들고 오는 일도 쉽지 않고 3만 원 이상이 되어야 배송해준다는데, 적정량 구매를 하기는 쉽지 않다. 가격은 둘째 문제고.. 떨어질 때마다 사러 가기 번거로워 필요량보다 더사고(과거하던 짓이다. 쿠팡 같은 게 없었다. 그땐)
서울에 볼일 있어 다녀오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모해서 집에 가서 식사 준비 할 일이 아득했다. 냉장고를 살펴보고 살 것만 적어 가지고 그냥 나왔다. 쿠팡 주문해두는 걸 잊었어... 기차 타고 오면서 주문은 넣었지만, 내일 새벽에나 올 테고 뭘 해야 하나... 감자 몇 알과 두부가 있었다. 냉동실에는 청양고추 썰어 얼린 게 있고 종종거리며 동전 육수와 꽃게액을 넣어 국물을 만들고 끓는 동안 감자를 썰어 잠깐 물에 담가 뒀다가 감자를 넣고 끓였다. 인덕션은 참 빨리 끓어서 좋다. 맛있는 냄새가 나서 간을 하고 청양고추 한 꼬집 넣고 불을 꺼둔다. 아버지가 식사하시는 시간까지는 아직 좀 남아서 둘러보니 씻어놓은 살을 앉혀야 하네... 쿠쿠에게 밥을 맡겨두고 외출하고 돌아오니 정리해야 할 우편물과 빨래 등등이 기다린다. 엉덩이 붙이고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했다. 나야 자식도 없고 돌봐야 할 노인 두 분이지만 예전 어머니들은 어떻게 자녀 돌보고 부모님 모시고 남편 살피고 청소 음식 이런 걸 다 했을까? 직장에서 일을 하고 귀가해서도 일이 끊기지 않는 여성들도 있다지? 누가 안 하면 할 일 없고 찾아서 하면 끝이 없는 게 살림이라던데, 반나절 조금 넘는 외출 후 너무 할 게 많아 힘들다. 지금 이걸 쓰려고 앉는데, 외출을 서두르다 욕실에서 넘어져 부딪힌 부분이 아파온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께 경의를 표한다. 대단하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