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내 아이

말의 무게를 아는 세상이 되기를

by 아이린

국가의 지원은 되려 ‘덫’이 되고 말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원종 측은 2심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니 판단에 고려해 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구상권을 행사해 자신이 피해자의 치료비 3300만 원 중 일부를 냈으니 유리하게 참작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이었다.


"제 여동생은 자기 아들을 바라보며, 매달 국제적십자협회에 후원금을 꼬박꼬박 보냈습니다. 세상에 가난한 아이들을 구해왔습니다. 이런 제 여동생을 제가 시체팔이 한다고요? 이런 엄마를 아들이 시체팔이 한다고요? 제 가슴에 제 조카의 가슴에 김미나가 막말로 칼로 찔렀습니다."

"보물보다 더 귀한 아이는 2022. 10. 29. 친구와 이태원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남아있는 가족은 아직도 그해에 멈춰있는데... 김미나 말에 의하면, 저는 어느 순간 시체팔이 엄마가 되어 있었고 우리 가족은 자식 팔아 장사하는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왜 일면식도 없는 저런 사람 때문에 우리 귀한 아이가, 제가, 우리 가족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말을 들어야 하고 왜 저런 사람 때문에 우리가 트라우마를 겪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저희 가족은 지금도 승연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날로부터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저런 공인이라는 사람이 앞장서서 사회적 재난참사를 지혜롭게 다루기는커녕 공감하지 못하고 입에 담지 못할 막말로 유가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으니 제가 떠나고 남아있는 제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무척 걱정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그에 맞는 벌을 받지 않으면 이 같은 2차 가해는 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것이며, 저는, 우리 가족은 2022년 10월에서 한 발자국도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살아남은 희생자의 친구는 아직도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근근이 약물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까지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실정입니다. 자식을 잃고 일상이 무너져버린 참담함에 가족들은 매일매일을 슬픔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김미나 의원의 발언을 언론을 통해서 전해 들었고, 마음을 추스를 수도 없던 고통 속에서 2차 가해를 당했고,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인은 정치적인 입지 때문에 그렇게 가볍게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하루아침에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자식을 잃어버린 저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으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생전 처음 거리에 선 유가족들은 어렵게 목소리를 냈지만 이런 혐오의 발언들이 유가족을 고립시켰고, 유가족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때도 죽은 아이들의 부모가 그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받았는지를 듣고 봐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다가 애끓는 다른 범죄 유가족의 이야기도 읽었다. 동생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는 누나 자녀의 죽음에서 멈춰버린 시간을 사는 엄마. 솜방망이나 다름없는 처벌을 받은 가해자를 죽여줄 사람을 고용하겠다고 돈을 모으는 중이라는 어느 어머니의 상담 사례가 적힌 책도 읽었다.


범죄로 희생되지 않고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어도 그 상처는 긴 시간 남으며 쉽게 극복하지 못한다. 세월호 그리고 이태원 참사가 그러하다. 그들은 자녀가 형제가 친구가 죽은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받는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물질적 보상이 얼마인지는 모르나 거기에 대해 막말을 할 권한은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그들은 시간을 다시 돌릴 수 있으면, 가족이 죽기 전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하지 보상이라고 주어지는 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범죄 피해자 구제를 위해 주어지는 돈도 그렇다. 2023년 8월 3일 퇴근 인파로 가득했던 경기 성남시 분당서현역 인근에서 ‘묻지 마 테러’ 사건이 벌어졌다.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들을 들이받은 뒤 인근 백화점으로 들어가 닥치는 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퇴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벌어진 테러로 총 14명이 다치거나 죽었다. 문제는 여기서 다친 한 피해자의 치료비로 국가가 지급한 돈이었다. 국가의 지원은 되려 ‘덫’이 되고 말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최 모 씨는 2심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니 판단에 고려해 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단다. 검찰이 구상권을 행사해 자신이 피해자의 치료비 3300만 원 중 일부를 냈으니 유리하게 참작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이었단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검찰에게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면 양형에 참작될 수 있다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며 “알았다면 치료비도 안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모 씨가 주장한 ‘피해자를 위한 노력’은 실질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이 아니지 않으냐”며 “유족구조금도 최 씨의 형이 확정되기 전까진 신청도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단다.


이 가족은 그래도 피해자가 생존했지만 다른 이들은 어떨까? 이 사건은 아니나 여동생을 잃은 딸을 잃은 한 가족은 동생의 시신을 보지도 못했고 충격으로 가족의 삶이 완전히 무너졌단다.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던 가족은 주거지원과 유족 구호 지원금을 받아 사건 현장에서 멀어진 곳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단다. 이 혜택을 받은 것만 해도 운이 좋은 케이스인데, 이 가족은 자신들이 이 구호금과 주거 지원을 받아 가해자의 형량이 줄어든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단다. 구조 청구권이 가해자의 감형 사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을 알았어도 그들이 구조 청구를 했을까?


죽은 자식 팔아 팔자 고쳤다는 막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의 무게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내 가족이 내 부모나 형제가 처참한 죽음을 누군가가 그런 말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될지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적극적으로 피해 입은 이들 즉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하늘의 별 이 된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를 도우라는 게 아니다. 나 하나라도 말로 죄를 짓지 말자는 것이다. 얼마전 했던 드라마에서 폭력에 가까운 댓글로 사람을 죽음으로 몬 이들이 자기가 뭘 잘못했느냐 항변하는 장면을 본 적 있다. 마지막에 내가 입으로 지은 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이가 없을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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