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닦는 심정이다
별로 반갑지 않은 친척이 결국 집에 드나드는 중이다. 내가 차단을 하고 전화를 안 받으니 전화로 예전처럼 폭력에 가까운 언사를 하는 일은 없지만, 선물 이랍시고 한 보따리 씩 보내는 물건이 거슬린다. 생필품이니 쓰면 된다고 베란다 다 용도 공간에 쳐 박아 두길 여러 번이다. 이번엔 고구마를 보냈는데 맛탕이나 해 먹을 엄청난 크기다. 맛탕도 좋아하지 않지만 밤 고구마다. 에어 프라이어에 구워 보려고 했지만 한 개가 온전히 들어가지 않고 저걸 익히려면 잡아먹을 전기도 만만치 않다 칼로 간신히 토막 쳐 한 개를 구웠지만 팍팍하고 먹기가 힘들다. 자고로 어른들 있는 곳이면 달달한 그리고 크기가 적당한 고구마여야지 이 큰걸 어쩌라고... 자기 집에 들어온 거 못 먹겠으니 보낸 것 아닌가 싶어 불쾌해진다.
인터넷으로 활용법을 찾아보니 튀김 수프 조림 등이 나오는데 튀김은 원래 싫어한다. 식용유도 그래서 없다. 씻어서 간신히 깍둑썰기를 하는데 칼이 안 들어간다 어긋 나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것 같다. 한 개를 겨우 써니 집에서 쓰는 작은 프라이팬에 다 들어간다. 레시피는 가지 각색이라 좀 읽어보다 내 맘대로 하기로 했다. 고구마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익기 시작할 때 젓가락으로 찔러보니 반정도 익은 듯 보였다. 지난 추석에 쓰다 남은 갈비 양념장을 부어 봤다. 그리고 요리유 조금... 주걱으로 저어가며 익히는데 냄새가 그럴싸해진다. 냉장고에서 고춧가루 꺼내 조금 넣고 냉동실에서 꺼낸 청양 고추도 한 꼬집 넣어 휘휘 저어 보았다. 팬이 적어 자꾸 넘치려 한다. 인덕션 성능은 지나치게 좋아 눌어붙으려 하는 것도 마음이 급해지게 만든다. 맛을 보니 그럭저럭 먹을만하긴 하다. 간장을 한번 더 두르고 불을 껐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더했다. 식은 후 반찬 그릇에 옮겨두긴 했는데 끼니마다 먹어도 세끼 분량이다. 젠장.
베란다에 신문 갈고 내놓은 고구마도 아직 남아있는데 저건 어쩌나. 뭘 만드는 것은 둘째 문제고 내가 가진 가장 잘 드는 칼로도 썰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하는데, 고마움보다 화가 난다. 내가 손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함을 그 사람도 안다. 내 손이 이렇게 된 지 25년인데 그럭저럭 일상은 해도 힘을 주어 뭘 하지는 못하는 거 방망이질 같은 뭐 그런 거 못하는 줄 안다. 그런데 이렇게 애를 먹이나. 음식을 버릴 수도 없고... 어머니에게 내색을 안 하고 이것저것 하는데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