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게 나서세요

가정폭력 첫 번째 이야기

by 아이린


예전에 알코올 의존증이 심한 여성을 만난 일이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하시는 약국의 손님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소주 한 병 정도를 꼭 마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러면서도 술깨는 약을 사러 약국에 오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였었다. 병원에서 받아오그는 처방은 당뇨와 간나쁜데 먹는 약 혈압약으로 한가득이었다. 어머니는 매번 여자를 야단치셨다. 술 끊으라는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그녀는 꼬박고박 일나가기 전이면 술깨는 약을 사러 왔다


그녀에게는 아들도 남편도 있었다. 나랑 나이가 비슷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졌었다. 그녀는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도 일을 하고 집안 살림을 했다. 남편은 일 년이면 반은 놀고 반은 용돈 버는 일만 하는 이라 그랬다. 생활비를 주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아내가 집에서 지어주는 밥을 먹어야 하고 빨아서 주는 옷을 입어야 한단다. . 혹시 매를 맞는가 했었는데 그건 아니란다. 그녀는 고아였고 남편도 고아였다. 고아원에서 만난건 아니란다.


남편이나 자기나 처지가 비슷하니 가정을 이뤄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처음에는 자상하던 남편이 변한 건 아이가 태어나고 한차례 실직을 해 생활이 어려울 무렵이이었단다. 남편은 그녀에게 네가 매달려서 자신이 수렁 같은 결혼에 발을 딛었다나... 너만나고 잘되는 일이 없다고 그랬단다.떠나려는 남편을 빌면서 잡아둔 게 지금의 사는 꼴이 시작된때였던것 같단다. 남편이 떠나는게 무섭기도 했지만, 아들과 둘이 사는 것도 자신이 없었단다. 아버지 엄마가 다 있는 가정을 아들에게는 주고 싶었단다. 그녀의 남편은 집안에서 군림했고, 자신은 종으로 섬기며 산 게 20년쯤 되었단다. 돈을벌고 몸이 부서져라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웠는데 남편은 끊임없이 모자란 여자와 살고 있다고 말했단다. 남편의 가스라이팅에 뼛속까지 절어있는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대하는 것이 정서적 학대인줄 모른채 살고 있었다.




또 그 동네의 어느 아주머니는 약을 사러 본인이나 아이들이 다녀가면 어머니가 늘 걱정을 하셨다. 왜 그러냐니 저러다 어느날 맞아 죽을까 걱정이 된단다. 어머니가 그 아주머니 이야기를 하던 당시만해도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어머니가 약국을 그만두신 2022년까지도 2020~2023년 사이에 가정폭력·스토킹 관련 제도가 폭발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뭐 어떻게 하라는 고지를 들은바 없는 동네 조그만 약국 약사가 뭘 하겠는가.


“저렇게 위험해 보여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말해봐야 경찰도 ‘부부 문제’라고 하고…”
“괜히 끼어들다가 오히려 피해자가 더 위험해지면 어떡하지…”

그 시기 현장에서 일하던 우리 어머니 같은 약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많은 분들이 아마 우리 어머니 같이 안타까와만 하지 않았을가? 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선의만으로 개입할수 없는 때였다.



그 아주머니는 저러다 죽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맞고 산단다. 남편은 아주머니의 두 배는 될듯한 키와 체중을 지닌 사람이란다. 그 남편은 술만 마시면 아내를 때렸단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신고도 여러 번 했지만 , 경찰은 흥분한 남편을 달래다 돌아갔고, 아주머니는 더 맞았단다. 신고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아주머니는 미용기술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디든 가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 사람들이 집을 떠나라 했지만 아주머니의 발을 잡는건 자녀들이었다.아주머니에게는 남매가 있었다. 아이들은 늘 어두웠고 , 주위에 대해 배타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두들겨패고는 다음날이면 옷을 사주거나 돈을 줬단다.


맞아 죽지는 않아도 아주머니는 어머니가 그 동네를 떠나던 무렵까지 아픈곳이 많았다 남편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아들이 커가자 아들을 겁내선지 아내를 때리는 일이 줄었다고 들었다.


사람들은 물리적인 폭력만을 가정 폭력의 전부로 알지만 가정 폭력의 종류는 다양하다

신체적 학대:밀치기, 때리기, 발로 차는 행위 / 꼬집는 행위 / 뺨을 때리는 행위 / 사지를 비트는 행위 / 담뱃불로 지지는 행위 / 머리채를 잡아당기거나 조르는 행위 / 흉기를 휘두르는 행위 /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


정신적 학대: 경멸하는 말투로 모욕을 주는 행위 / 열등하고 무능력하다고 비난하는 행위 / 큰소리로 소리 지르거나 비난하는 행위 / 말로 공격, 협박, 위협하는 행위 / 대화를 거부하는 행위 / 희롱하는 행위 /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행위 / 피해자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등


경제적 학대:생활비를 주지 않는 행위 / 동의 없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 / 수입과 지출을 독점하는 행위 등


성적 학대:원하지 않은 성행위를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행위 / 상대방의 몸을 동의 없이 만지고 애무하고 움켜쥐는 행위 등


방임:끼니를 주지 않는 행위 / 불결한 생활환경에 장시간 놔두는 행위 / 학교에 보내지 않는 행위 /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행위 등(자녀에 대한 것)


통제: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행위 / 상대 배우자의 원가족과 접촉을 못 하게 하는 행위 / 어디에 있는지 항상 알려고 하는 행위 / 다른 이성을 만난다고 의심을 하는 행위 등


배우자나 동거인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기에, 동반자로 존중하는 법을 모르거나 알아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생기는 일이다.


아울러 이런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의 정서적 상태에 대한 분석 역시 다양하다.

매 맞는 아내 증후군 (Battered Woman Syndrome)”: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배우자 폭력으로 인해 피해 여성이 무력감, 자기 비난, 탈출 무력감 등을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학습된 무기력 (Learned Helplessness): 반복되는 폭력과 통제 상황 속에서 ‘어차피 바꿀 수 없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되는 심리 메커니즘을 말한다.

트라우마·복합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C-PTSD) 및 관계 내 트라우마: 배우자 폭력은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경제적 통제, 고립 등이 동반되므로, 피해 여성이 복합적 트라우마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관계 내 충성 또는 애착이론적 관점: 폭력 가해자가 동시에 보호자이거나 친밀관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떠나기 어렵고 ‘사랑’과 ‘공포’가 뒤섞인 상태에 놓이기도 한다

인지왜곡 및 자기 방어기제: “내가 잘못했기 때문”, “남편이 술 마시고 그랬다”, “애들을 위해서 참아야 한다” 등 스스로 책임을 감수하거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인식이 형성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렇게 분석되는 폭력행위 외에 집계가 되지 않는 숨겨진 폭력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정 내 약자인 아동과 노인에 대한 폭력도 포함된다. 때로는 피해자가 사망하여 살인등으로 집계되어 폭력에 관한 통계에서 빠지는 일도 있다. 나는 직접적인 폭력 피해자가 된 적도 없고 가정 폭력을 가정 내에서 경험한 적도 없다. 그러나 학부 때 교수님은 한 번이라도 폭력을 수용하면 그것이 연 이은 폭력을 불러오고 자존감이 무너진다는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폭력의 피해자들의 정신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무너져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도 그 폭력의 현장에서 벗어난 이들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폭력 그러니까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학습된 폭력의 피해자도 많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지만, 폭력의 수렁에서 무너진 자존감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엄두조차 못 내는 이를 도울길은 영원히 없는 것일까? 또 폭력의 수렁에서 벗어 나겠다고 결정한 이들은 제대로 도움을 받고는 있을까? 다음 차에는 국내에 존재하는 가정 폭력피해자 구조 제도와 그 절차에 대해 좀더 자세히 상술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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