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러운 아버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 아니면 그리고 아주 추운 날만 아니면, 부모님은 산책을 나가신다.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근처 시장으로 걸어가 늘 가는 가락국수가게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신다. 오늘은 나에게도 같이 가자 하시길래 따라나섰다. 공원으로 가는 더 짧고 편한 길이 있는데 아버지는 처음 익힌 그 길로만 가시려 하는 게 아닌가. 더 걷는 것은 내 다리에 부담이 되는지라 나는 뒤로 빠져 공원으로 가는 지름길을 이용했다. 공원은 얼마 전 대규모 공사를 했다. 생태공원으로 명명된 그 공원은 지금은 겨울이지만 봄이 돼 내가 오면 나무가 우거지고 꽃이 피는 예쁜 곳이 될 것이다. 나는 길게 한 바퀴를 도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공원 한편 예전 그러니까 공사가 끝나기 전 들어갈 수 있었던 부분만 돌다가 내 앞서 시장으로 가셨다.
두 분이 가시는 가게를 알고 있으니 나도 천천히 걸어 따라갔다.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좀 되었는데 아직 주문을 하지 않고 계셨다. 내가 들어가니 네가 오면 주문하려 했다나. 나랑 엄마는 그냥 가락국수, 아버지는 냉메밀을 시켰다. 그 가게에서 처음 먹어본 게 냉메밀인데 아버지는 계속 그것만 시키셨단다. 어머니에게 물으니 다른 건 먹으려고도 안 하길래 그냥 나도 같은 걸 먹었어. 이러신다. 오늘은 내가 있으니 어머니는 나와 같이 가락국수를 드시게 된 거지 아니면 오늘 당신도 냉메밀 드셔야 했을 거라나. 식사 후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도 가로질러가는 길로 가자니 역정을 내시고 아는 길로 향하신다. 나는 늘 새로운 길을 가보기를 좋아한다. 오늘 부모님과 다르게 가본 길은 시간을 상당히 줄여준 경로였다. 다리가 불편해진 후 잘 안 돌아다니게 된 거지 , 과거 나는 혼자 걸어 다니며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를 즐겼다. 문제는 어머니다. 아버지와 함께 계시며 점점 비슷해져 간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귀찮아하신다. 늘 먹는 걸 먹고 가는 곳에 간다. 정해진시간에 식사하고 정해진 양을 먹고 - 이것은 나쁘지 않다- 낮잠도 정해진시간에 주무시는데 어머니는 그래도 성경 필사 책 읽기 개인 공부를 계속하시지만 아버지의 배움은 멈춘 지 오래돼었다. 그 결과 아버지의 시간엔 구멍이 나고 있다. 나처럼 다리가 불편해 많이 걷지 못하는 분도 아닌데... 공부도 많이 하신분이 배우는걸 싫어하시는지..
기록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시간에 구멍이 덜 날 텐데, 완고한 분은 내가 아무리 부탁해도 당신의 삶을 바꿔 보려 안 하신다. 어머니는 아버지랑 약국을 그만두시면 구경 다닐 계획을 하시던 분인데, 이젠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었다. 가시겠다 해도 걱정이다.
새로운 길로 가보고 새로운 음식도 먹어봐야 해요. 아버지... 멈추면 안 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