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를 갈아야 한단다.

뭔가 아깝다

by 아이린

이사오던 9월 무렵에는 난방을 하지 않고 온수만 썼으니 , 보일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몰랐다. 11월에 접어들어 사실은 중반이 넘어 난방을 시작했다. 난방이 안 되는 건 아니었는데, 목욕을 할 때 문제가 생겼다. 부모님은 기운이 없으시다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목욕을 하시는데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문제는 거의 매일 샤워를 하는 나다. 더운물이 금방 나오지 않는데, 그건 예전 살던 곳에서도 그랬으니 새롭지 않았는데, 머리와 몸을 적시고 비누칠을 하면 냉수신세만 면한 물이 나오는 거 아닌가


세면대의 물이나 설거지할 때 온수 사용하는 것은 문제없는데 왜 샤워하는 물만 이 양인지... 보일러 문제를 생각하지 못한 건 난방이 되는 탓이었다. 찬물이 나오는 것이 배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해서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관리 사무소에서는 확인해 보더니 보일러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AS전화를 하니 모델명을 묻길래 말해줬다. 우리 집 보일러는 부품 보관 의무 기간이 지나 , 문제가 생겨도 못 고친단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이야기해야 하니 와서 뭐가 문제인지 가르쳐달라고 했다.


AS 기사는 보일러의 패널을 열고 내게 온수를 틀어보란다. 시키는 대로 한참 물을 틀었다. 그 사람은 시간이 좀 지나자 , 나보고 와 보란다. 보일러 가운데 있는 작은 스위치 같은 것을 가리키며 고장이 난 건 이 부품이란다. 그게 뭐에 쓰는 거냐 물으니 난방수와 생활온수를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모터 란다. 이것 때문에 보일러를 갈아야 한단다. 보일러 수리 부품이 없단다. 의무 보관 기간 8년이 지나서 그런단다. 저 조그만 스위치 하나 망가진 것 때문에 통째로 보일러를 갈아야 해?


우리 집도 아니니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소소한 수리야 우리 돈으로 해도 보일러 교체를 월세 내는 처지에 할 수 없잖나. 배관이랑 보일러 몸체 구석구석 사진을 찍어 보내란다.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내일 교체해 줄 사람이 온단다.. 사진을 살 피다 보일러 한편의 스티커를 보니 설치 연도가 2003년이다. 22년이 지났네? 보일러 수명은 모르나 일반 가전이 이 정도 나이면 장수한 건데... 그래도 우리 이사 오고 보일러 갈게 된 일이 왠지 미안하네... 하루 종일 분주했다. 아버지의 돼지가 토해낸 동전 교환. 관리사무소 다녀오기 보일러문제 해결 그리고 점심 준비 등등...


그런데 부품 조그만 것 하나로 큰 보일러를 폐기하는 건 참 그렇다. 부품만 있음 버리지 않아도 큰돈 안 들여도 되는데, 부품 없어 버려야 한다는 게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드는 내가 궁상스러운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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