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건강상태

조금 답답하다

by 아이린

원래부터 책을 즐기시는 분은 아니었다. 전공서적을 읽거나 신문이나 시사 잡지 정도만 보셨다. 내가 아는 예술가들은 인문학적 소양도 풍부하던데 아버지에게는 해당이 없는 이야기다. 아버지에게 이야기한 적 없지만 아버지가 쓰시는 곡은 , 요즘으로 따지면 AI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패턴화 된 곡이다. 연주회를 할 때 돈이 많이 드니 오케스트라를 사용하는 작곡이 불가능한 것 안다. 그래도 시를 가지고 곡을 쓸 수 있지는 않았을까? 저작권은 아니어도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작사(?) 가의 허가가 필요하니 별로 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다. 때가 한번 아버지가 작곡하신 가곡을 위해 , 시인 조병화 선생님을 아버지 대신 만나 허락을 받은 일은 있다. 다른 악기를 사용해 보는 것도 없이 늘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단조로운 음구성. 아버지는 이때부터 지금 상태에 도달할 씨앗을 뿌리신 게 아닌가 싶다. 어머니나 나는 눈이 침침하고 체력이 떨어져 못 읽는 책 투성이지만 아버지에게 남의 일이다. 오늘도 아버지는 티브이 볼륨을 높이고 본인이 뭘 보는지도 이해 못 하시는 티브이를 보고 계신다.


기억이라는 퍼즐에 조금씩 구멍이 생기고 계시는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수첩을 사용하지 않으신다. 핸드폰에 스케줄을 입력하시는 듯한데, 가끔 나를 불러 핸드폰 자판을 사용하는 법을 물으신다. 수첩에 적는 게 기억에 더 도움 될 것 같아서 수첩 사드릴까 물으니 필요 없으시단다. 어머니도 손이 심하게 떨려 펜을 잡고 뭘 써도 알아보기 힘들어서 그러시는 거라 말씀을 하신다. 요즘은 일단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고 걔시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만 드신다. 운동을 권하니 추워서 싫다고 그러신다. 어머니가 처방약을 가장 좋은 시간에 분배해 드시게 하고 영양제와 홍삼류를 그리고 단백질 드링크를 챙겨드린다. 어머니 자신은 정작 드시지 못하고 아버지만 드시게 하는 게 마음 아프지만.. 어머니가 같이 살면서 아침저녁 애정표현 하고 격려해 주고 칭찬해 주니 아버지는 많이 부드러워지시긴 했다. 오래간만에 아버지를 보게 된 사람은 줄어버린 체중에 놀라 걱정한다지만 , 우리는 아버지의 혈색이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최소한 일기라도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시기를 권해도 소용이 없다, 이 부분은 걱정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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