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 아니다
취향이란 표현은 좀 그렇고 스타일이라 해야 하나? 아버지는 예전부터 좋아하는 옷의 범위가 정해져 있었다. 큰 키 탓에 무얼 입어도 잘 소화할 수 있는 분이었지만 , 아버지는 무얼 입는 자체를 거부하신다.. 무슨 소리냐면 새로운 스타일을 시험해 보는 것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선물로 들어오는 옷이나 액세서리류도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범주에서 벗 어나지 않았다. 그냥 양이 많기만 하면 오케이라 해야 할까?
아버지의 옷을 정리해서 버릴 무렵 비슷한 옷이 너무 많음에 놀랐다. 원래도 옷장 하나를 본인의 옷으로 채우던 분이니 옷의 양이야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비슷한 색 그리고 디자인 경우에 따라선 똑같은 옷은 좀 아니지 않나. 예술가라고 해서 입는 것을 독특하게 입으란 것은 아니지만, 창의성은 여러 분야에서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고 안 가보던 곳도 가보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어머니는 모든 게 귀찮아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분이지만 아버지는 그냥 안 하신다. 어머니는 드시는 음식에 기호가 있어서 가리기는 하지만, 기호에 문제가 없는 음식은 정말 맛있게 드신다. 아버지는.. 내가 생각하기에 음식에 대한 기호가 아예 없으시다. 밥 국 그리고 김치 김 생선이나 고기 여기서 절대 벗어나지 않으신다. 나물도 장아찌도 찜 종류도 다 안 드신다. 그냥 당신 말씀은 배만 채우면 된다나 음식 맛은 중요하지 않다나.. 이런 분에게 무슨 기호가 있겠는가?
아침에 어머니가 아버지 옷 중 하나를 입지 말고 치우자고 하셨다. 체중이 줄어버린 탓에 모양도 안 나고 무엇보다 옷이 낡았다.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아버지는 묘하게 고집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 교회에 양복을 입고 가셔야 한다고 우기시는 일이다. 다들 양복 입는데 당신만 안 입을 수 없으신 단다. 게다가 양복 상의를 덮을 수 있는 아우터는 어머니가 버리라는 그 옷뿐이라나. 양복을 안 입으면 되지 않냐고 내가 그러니 언짢아하신다. 아버지는 키가 크고 목이 길어 블랙진 과 터틀 그리고 가지고 계신 헤링본 재킷 입으면 참 멋있다. 그렇게 코디를 해드려도 안 입으시고 당신 고집대로 하신다. 내버려도라는 어머니를 힐끗 보고 내가 무슨 옷 입든 왜 상관이냐 버럭 하시고는 외출하셨다. 당신의 루틴과 표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로 생각되시면 내버려 두어야 하나? 아직은 본인이 옷에 대해 의식하고 입고 그러시니 다행인가?
나는 체중도 많이 나가고 키도 작고 거무튀튀한 피부 탓에 입을 수 있는 옷이 별로 없다. 옷가게에 가서 입어보고 싶은 옷을 발견해도 주제 파악하고 손도 안 대는데, 키나 체중 그리고 외모 다 갖춘 분이 거기다가 예술을 하기에 모험을 해도 되는 분이 왜 그리 고지식한지.. 이런 경직된 생활 태도가 아버지의 병을 만든 걸까? 나에게도 간간히 고집스러운 취향이 나타나는 게 있는데, 이참에 고치자.
나노 바나나가 고쳐준 어머니와 나의 옛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