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는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당신밖에 모르는 성향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뭔가 한 가지 못마땅하면 그것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음도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었다. 내가 연말 한 이틀 아팠다. 감기나 뭐 그런 질병명을 붙일 수는 없는 증상이었다.
내 아픈 일의 시작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연말이니 문제의 친척- 아버지 여동생-에게 인사겸 전화하라 당부한 일부터였다. 이 여느 때처럼 그 친척은 어머니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아버지는 쏟아지는 말을 감당하지 못하고 수화기를 어머니에게 넘겼다. 친척은 조카 둘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어머니를 탓했다. 그 자식들은 낼모레 60이다. 여든이 넘은 부모가 교육을 책임질 나이 아니다.
어머니는 듣다 듣다 화를 내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아버지에게 앞으로 당신 여동생과 당신만 왕래하라고 그리고 집엔 오지 못하게 하라 소리치셨다. 고요한 호수 같던 집에 짱돌이 던져진 것이다. 나나 동생은 그 친척과 왕래를 안 한다. 전화를 받지 않음은 물론이다. 이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건 아니다. 둘 다 엄청나게 고통을 받았다. 무슨 일이든 한쪽 잘못으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나 역시 더 이상 안 참기로 한 거고 동생도 마찬가지다.. 그 친척은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어른에게 우리가 도리 다하지 않음만 강조한다. 어머니가 화를 내시자 나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계속 화를 내셨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 버린 행동이 아버지의 괘씸죄에 걸리고 만 것이다
나는 코로나 감염 후 자가 격리를 했었다. 남들은 열이 올랐다지만 나는 열이 나지 않고 체온이 내려갔다.. 어느 날은 32.8라는 수치 때문에 혼자 두려워한 적도 있다. 두통이 심했지만 지급받은 타이레놀을 먹을 수 없어 긴급으로 이부프로펜을 공급받았다. 물을 끓여 마시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난리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후에도 체온이 1도 정도 낮은 상태가 된 거다.. 35.5라는 수치에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스트레스나 컨디션이 나쁘면 1도 정도 더 떨어진다 그러다가 다시 오르기를 계속했다. 아침이면 자고 일어나 체온과 혈압을 계속 잰다.. 그저께부터 체온이 34.5로 덜어져 올라오지 않았다. 버릇처럼 따뜻한 차를 마시고 양말 신고 옷을 껴 입었다. 그래도 얼음 위에 누운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31일 아침 깨질듯한 두통에 깨어보니 33도가 되지 않는다. 전날보다 더 떨어졌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고 앉아 있는데 도통 나아지지 않는다. 어머니가 아침 준비를 하시는 동안 나는 방 안에서 떨면서 누워 있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다. 체온 저하는 그 증상 중 하나란다. 그러나 내 경우는 코로나 이후 체온 조절 관련한 부분에 문제가 더 생긴 것 같단다. 사실 저체온은 방법이 없다. 따뜻한 것 마시고 뒤집어쓰는 게 고작이다. 오후쯤 시원한 귤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란다에 나가 귤 하나를 집어 들고 들어오는데 아버지가 춥다고 문을 왜 여냐고 화를 내신다. 몸은 추워 죽겠는데 입은 바싹 말라 힘들어 귤 한 개 먹으며 입 안을 적시려 한 건데, 몸이 좀 어떠냐 묻는 법조차 없으시다. 발병 전에도 내가 아픈 것에 대해 관심 없어하셨지만 발병 후엔 다 심하다.
팔에 힘을 주지 못해 물건을 자꾸 떨어뜨리는 것도 거슬린다고 화를 내시는 분이다. 아침을 건너뛰어서 점심을 차려드릴 생각에 주방에서 조금 움직였더니 소음이 났나 보다. 덜그럭거린다고 또 화를 내신다. 티브이가 안 들린단다. 내가 헤드폰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만큼 볼륨을 높이시는 분이 내 그릇 만지는 소리가 시끄럽단다. 그냥 서러웠다. 방에 들어와 책상 앞에 앉으니 눈물이 나왔다. 체온을 다시 재보니 35.5 이제 정상에 도달했고 한기가 좀 가셨다. 억울한 기분 슬픈 기분이 체온을 올려준 건가?
나에게는 원래 아버지라고 카테고리화할 존재가 없었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어머니 남편이 있을 뿐이다
동생은 그래서 자기 자식들에게 각별하고 다정하다 . 아버지 같이 되기 싫다나.
가끔 미디어를 통해 보는 아버 지의 자식에 대한 정? 아무튼 따뜻한 태도 등을 보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아버지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 아버지가 주는 용돈이나 생각나서 사 왔다는 군밤 한 봉지가 선물로 제자들이 보낸 과일 고급 케이크보다 더 가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냥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다. 더 이상 체온이 떨어지지 않기만 바란다. 우울해져서 가라앉으니 한기가 사라지다니 이건 또 이대로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