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홀로코스트

악은 평범함 가운데 있다

by 아이린

견딜 수 없는 초조함과 불안감에 나는 급기야 아내에게 손찌검하는 남편이 되고 말았다.

아내가 조금이라도 불평을 하면 소리를 질러 대었고 그 말에 심하게 반박을 하면 다시 손을 올려붙였던 것이다. 정말 기억하기에도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노무현[여보 나 좀 도와줘] 중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깊은 반성을 했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사회운동을 시작하며 자신이 여성을 소유물이나 장식품처럼 대한 과거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노무현의 소탈한 모습이 드러나고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반성을 하면서 폭력을 멈추는 사례가 얼마나 될까?


흔히들 가정폭력 가해자는 우리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얼굴을 지녔을 것이라고 생각들 한다. 가해자의 폭력성 혹은 과도한 열등감 같은 정신적 문제가 그 원인일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이들이 가정폭력 가해자일 때 당황한다. 정희진 작가는 [아주 친밀한 폭력]에서 폭력 남편들은 아주 정상적인 사람들이며 그 폭력은 극단적이거나 일탈현상 같은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 구조에 내재된 현상이라고 말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그래서 교화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의식 역시 폭력을 정당화한다. 이로 인해 여성은 친밀한 관계나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서 폭력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들 역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고통받는데, 여성이 예외가 될 리가 없다.. 사회 속에 내재한 여자가 감히라는 의식 그리고 여자와 북어는 운운하는 저질스런 속어 그리고 김여사. 맘충 화냥년 따위의 용어만 봐도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만연한 것을 알려주며 상직적인 사회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럼 개개의 폭력에 대해 분개하는 것만으로 끝내야 하는가? 일상 속 만연한 폭력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https://www.mt.co.kr/economy/2023/07/05/2023070415580064100

기사에서 보듯이 가정 폭력은 대물림되기도 한다. 기타 다른 통계자료를 봐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지만 가정 폭력의 수는 늘어나면 늘지 절대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통계에 조차 잡히지 않는 폭력은 그냥 넘어간다는 말로도 잡히지 않는 폭력은 없는 걸까?


아내를 때리거나 자식을 때리는 남성들은 평범한 사람과 동떨어진 괴물이 아니다. 선량한 얼굴을 한 이웃남자가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누가 알겠는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역할이 공고하게 자리 잡고 가정이라는 영역이 사적 영역으로 규정되어 있는 한 누구든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여성 스스로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하지만 자기 안에 혹시 남성 우월주의 즉 가부장의식을 당연시하는 것이 남아 있으면 깨버려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남성의 폭력에 대해 형태가 어떻든 그럴만하다고 인식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성의 역할도 중요하다. 남성 스스로 여성에 대한 통제와 차별 이데올로기를 께지 않는 한 가정 폭력이라는 홀로코스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해질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좀 부정적이다. 언젠가 본 예능프로 - 좀 되었다- 여자 때리는 남 자였느냐는 여자 출연자의 말에 여자와 남자 차별하면 안 된다는 무신경한 발언을 하는 남자 출연자에게 경악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을 인위적으로 똑같은 링에 올려놓고 폭력적인 발언을 정당화한 것이다. 남자를 때릴 수도 있듯 여자도 때릴 수 있어야 그것이 평등이란다. 때린다라는 말은 물리적으로 상대방을 제압해 고통을 주겠다는 뜻이다. 대상이 남성이건 여성이건 문제가 있는 생각이다. 그 연예인은 지금 결혼했는데, 그의 무신경한 발언을 반성했는지 궁금해진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온갖 악한 것이 다 빠져나갔지만 상자 안에 희망이 남았단다. 나는 믿고 싶다. 더디더라도 나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그래서 일상 속 홀로코스트가 아닌 일상 속 평화가 이루어지는 세상이 올 거라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저 체온증에 시달리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