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라는 법률 용어가 있다. 물리적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보통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의심으로, 누군가를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줄 때 사용하는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원칙이다. 이 용어는 증거가 없을 때 추측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추가 공지에서 이 용어를 언급했다. 법치주의에서 '합리적 의심'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증명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In dubio pro reo)"는 피고인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증거는 없지만 합리적 의심이 드니 제명하겠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이는 법적 원칙을 정면으로 뒤집어 '의심스러우면 처벌한다'는 전근대적인 논리를 펼치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 아래에서 징계나 제명을 하려면, 그 사유를 주장하는 측(당 지도부나 윤리위)에게 엄격한 입증 책임이 있다. "작성자가 한동훈 전 대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라"거나 "정황상 의심되니 제명하겠다"는 주장은 입증 책임을 당사자에게 떠넘기는 비겁한 논리이다. 이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적 행위이다.
합리적 의심이 성립하려면 객관적인 사실 간에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단편적인 정황만으로 신분 상실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권력의 입맛에 맞춘 '자의적 추측'이자 '확증 편향'일뿐이다. 드루킹이 돌린 매크로와 당원 게시판 게재 글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도 어불 성설이며, 가족이 몇 차례 기사 링크 등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한 것을 근거로 한동훈 대표의 책임을 주장하는 것도 문제다. 한동훈 대표의 가족 역시 당원이었는데, 그들이 당원 게시판에 의견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국민의힘 윤리위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법률 용어를 전제정치의 도구로 전락시켰다. 본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한 방패였던 이 용어를 그들은 증거 없는 처형을 정당화하는 칼날로 사용하고 있다. 입증되지 않은 의혹으로 전직 당 대표를 제명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이지 못한 탄압'이고, 일부 국회의원의 말처럼 정치적 학살일 뿐이다. 계엄 전에 당원 게시판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장동혁 현 대표는 문젯거리가 전혀 없는 내용을 한동훈을 탄압하려 한다고 여러 매체에서 언급하였다. 그 당시의 장동혁과 지금의 장동혁은 다른 사람인가?
국민의힘 윤리위의 ‘기습 제명’이라는 비겁한 행동은 민주주의의 꽃인 정당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의 변화를 이끌어온 전임 대표에게 ‘기습 제명’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당 내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다. 토론과 숙의는 사라지고, 오직 반대파를 제거하려는 정치적 욕망만이 대신하고 있다. 이번 제명 결정은 당헌·당규가 정한 절차를 철저히 무시한 '법적 원천 무효'의 처사이다.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조차 주지 않은 기습 처리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위배하며,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유로 당의 자산을 도려내는 행위는 당원들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정치적 횡령이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독재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말했다. 지금 당권을 쥐고 흔드는 이들이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을 입막음하고 그를 당 밖으로 내몬다고 해서, 그에게 향한 민심과 변화를 원하는 당원들의 목소리까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비겁한 권력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정치적 해결 운운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자칭 기독교인인 장동혁 대표와 기타 유사 기독교인들에게 묻고 싶다. 참과 거짓 싸움에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한편으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들을 토해내시겠다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면, 그들에겐 어떤 말을 할 것인가? 듣는 귀가 있는 자는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