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인 자리에서 충성하라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큰 일에는 진지하게 대하지만 작은 일에는 손을 빼버리며 소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서 한 사람의 몰락이 시작된다 모든 인간은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기 집의 하인을 업신여기거나 조국, 종교, 사회를 신성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일상의 평범한 일을 소홀히 다룬다면 인생의 붕괴는 시작된다."
누가복음 16:10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니라
마태복음 25:21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고린도 전서 4:2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중이다.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도 이것을 왜 꺼냈을까? 무엇보다 내 지독히 빈번한 이사 과정에 버려진 책들 중 이건 왜 어떻게 살아남았나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1/3 정도 읽은 것 같다. 뭐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은이는 아무것도 꿈꿀 수 없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꿈꾸고 어떻게 그것을 해냈는지를 담담한듯하면서도 약간의 자부심이 깃든 논조로 풀고 있다.
나온 지도 꽤 된 책이고 읽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이 책이 남아있는 것은 나 자신이 너무 암담하고 힘든 와중이었던 탓 같기도 하다. 지금도 나아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 나의 환경은 절망 그 자체였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책을 읽었다. 돈이 별로 없어서 인터넷 서점에서 아이쇼핑을 미친듯하며 한 권 한 권 사서 읽었던 것 같다. 빌려 읽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돈도 없는 애가 무슨 책이냐 누가 그럴지 모르나 점점 망가져가며 바닥을 향해 가는 나 자신과 집안형편 속에서 붙잡을 것은 책뿐이었다. 책이라도 읽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이 책 이후 몇 년은 책도 읽지 못하고 그냥 잠만 자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너무 자서 지금 잠이 안 오나?
아무튼 정말 우연히 나는 밖으로 나가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다. 동네 공원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는 한 줄이 두줄이 되었고 그 두줄이 한 페이지를 채우는 내용이 되었다. 나는 절면서 공원을 몇 바퀴 걸어 다니고 운동 기구를 조금씩 건드려 보는 일상을 시작했다. 내가 버린 시간 가라앉아 날려 버린 시간이 지금 미치게 아깝지만 지나간 일을 돌아봐선 안된다. 내가 놓인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변함없이 충실하게 하는 것이 답이라는 깨달음 탓이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었다.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유능함이 내게 있다고 착각하고 오만하게 살았다. 지금 정말 아무것도 아닌 소시민으로 살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삶을 충실히 살아간다 자신할 수 있다. 내 호흡에 맞춰 할 수 있는 일에 조금씩 최선을 다하는 삶 그 가운데서 나의 하나님은 영광 받으실 것이라 믿는다. 순간을 아니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 것을 다시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