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라
어릴 때 그림일기를 쓴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학교 들어가서는 숙제로 일기를 썼다. 일기와 숙제라니 검사받는 일기에 생각 없이 속내를 털어놓다가 한번 된통 혼난 후 두가 지 버전의 일기를 썼다. 숙제로 일기를 내지 않게 된 후 가끔 집에서 쓰기는 했는데, 집에서도 내 일기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음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일기를 쓰지 못했다. 가지고 다니는 수첩에 찔끔 그날의 단상을 적거나 그것도 안 하거나, 블로그라는 것이 생겼을 때부터 일기라 기는 뭐해도 이것저것 감상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쓰는 것이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음은 알지만 , 그래도 기록으로 남겨 놓은 예전 일상을 보면, 아 이래서 쓰라고 하나 싶기도 하다.
요즘 엉긴 기억 때문에 좀 당황한 일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 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오페라를 본 일이 있었다. 이후에도 한번 정도 더 아버지와 오페라를 봤는데 하나 국립극장 나머지는 세종 문화회관이다. 대체 어디서 어느 작품을 본 것인지 엉겼다. 히브리 노예들의 노래를 아이다로 이기고 돌아오라를 나부코로 그런데 아니었다. 이래서 감상문이나 일기를 꼼꼼하게 써둬야 하는 것 같다. 무대 뒤로 가서 히로인인 소프라노 가수와 오현명 선생님을 만난 게 언제인지도 기억 안 나고...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든 경험을 두 번씩 아버지 덕에 해놓고 아무런 기록도 안 남겼다. 이젠 서울에 살지도 않아 혹시 공연을 한다 해도 숙소를 잡고 봐야 하는 처지인데..
몸까지 불편한 나는 유튜브로 오늘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으며 어릴 적 다닌 음악회 미술 전시회 등을 생각한다... 기록을 남겨둘걸 희미한 기억 속에 남은 그 많은 좋은 경험의 순간.. 다시 돌아가지 못할 시간들을 기록으로 남겨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