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대학 다닐 무렵 형법 공부할 때였던 것 같다. 개론 시간을 넘어 각론을 배울 무렵 친분이 있던 선배가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를 읽어볼 것을 권했다. 그는 자신이 사형 반대론자가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후라 그랬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 선배만큼의 변화를 내게 불러일으키진 못했지만 정말 잘 쓴 글이었다. 호소력이 있었다. 나 역시 이 책이 계기가 되지는 못했지만 사형 반대론자가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는 지금은 사실상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러저러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 책을 잊었다. 조갑제 대기자의 유튜브를 우연히 보고 난 후, 다시 그 책을 구해보려 했지만 절판되었지 뭔가. 뭐 이러저러 이사 다니면서 많은 책을 손에서 놨으니 혹시 당시 그 책이 내 손에 있었어도 지금 까지 남아있지는 못했을 것 같다. 내 성향이 보수는 아니다. 진보는 더더욱 아니다. 중간에서 약간 우측으로 기운 정도라 해야 해야 하나.
어제 한동훈 전 대표 관련 집회에서 조갑제 대기자는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어느 한쪽만 옳고 나머지는 그르다는 식의 사고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헌법질서가 흔들리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입을 다물고 상황만 보는 것은 이기심과 비겁함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벽에다 욕이라도 하면서 저항하라 했다.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부정선거를 이야기하고 내게 유리한 판결은 정의요 아니면 불의라는 이들이 넘치는 현실에 입 다무는 것 참.... 12.3 계엄을 내란 아니라 신의 뜻 운운하거나 계몽령 운운하는 이들 중에 지식인들도 있는 것 같다.
. 전문대까지 계산하면 교수 간판 단 이가 20만 정도란다. 그러나 자신의 학문적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이는 한 줌도 안 된다. 당장 공천 문제가 연결되어 있어 입 다무는 정치인도 있는데... 폴리페서쯤이야. 아무튼 과거 내가 좋아했던 정치인 오래전에 손절했지만 그 역시 양비론의 그늘에서 비겁하게 눈만 굴리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침을 뱉었다. 여기저기 양지를 찾아 옮겨가는 이들, 유승준이 우리나라에 20년 넘게 입국 못하는 이유가 뭔지 기억하기 바란다.
양지만 찾아다니는 본성을 비난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본질이 무엇인지 기본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잊은 이들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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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드라마였는지 제목은 잊었는데, 김수현 작가가 동성애에 관해 다룬 주말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 엄청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라마 속에서 작가는 동성애에 대해 무덤덤한 시각을 보여줬다. 내가 늘 주장한 시인도 부인도 않는 정도 그러나 아들이기에 가족이기에 밀어내지 않고 감싸 안으려는 드라마 속 어머니가 김수현 작가의 시각이 아니었나 생각도 되었다, 더 이상 드라마를 쓰지 않지만 김수현 작가는 언어의 마술사라 칭찬 들었던 이답게 상당한 논란이 될 내용을 풀어냈다. 그분 역시 상당히 보수적인 분이고 요즘 성향을 맞추기를 힘들어하셔서 절필한 것으로 아는데 아무튼 꾸준히 나름대로 봤던그 작품을 사람으로 치매 어머니 부양을 둘러싼 형제간의 갈등을 다룬 것, 미혼모 문제 다룬 것 등등. 정말 담대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말해야 할 내용 말하고 싶은 내용 주저하지 않았던 분으로 기억한다.
누구도 언제나 옳고 누구도 언제나 그르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본질에 어긋나는 사안에 대해서는 평소의 정치적 입장 이런 거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옳은 일에 나서야 한다. 이익을 따지고 눈치 보고 입 다무는 이들 나중에 그들 곁에 아무도 없을 수 있음을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