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AI가 대신하지 못하는 것들

너무 빠른 세상에서 나만의 속도로 살아남기

by 담담

– 괜찮게 늙는 중입니다 ㉒


요즘, 무엇이든 AI가 대신해주는 시대다.
글도 써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심지어 내 하루의 감정까지 정리해주는 앱도 있다.
모두가 말한다. “이제 네가 안 해도 돼.”

처음엔 그게 참 좋았다.


내가 서툰 일들을 척척 대신 해주는 것,
머뭇거리며 한참 걸리던 선택을 빠르게 내려주는 것.
똑똑하고, 지치지 않고 멈추지도 않는 AI는
어느새 내 일상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지?’ 하고 문득 물었을 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보고, 듣고, 받아쓰는 일은 많았지만
정작 내가 살아낸 하루는 비어 있는 것 같았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시간은 시계로 측정할 수 없다.
시간은 흐름이며, 감정이며,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AI가 알려주는 건 '몇 시 몇 분' 같은
측정 가능한 시간일 뿐
그 안에 담긴 내 감정, 숨결, 눈빛까지는
결코 대신해줄 수 없다.

기계가 계산해주는 하루는 효율적이지만
삶을 깊게 만드는 건 바로 그 비효율 속에 숨어 있다.
무의미해 보이지만 내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
조금은 서툴렀던 대화,
돌아가는 길에 문득 울컥했던 감정 같은 것들.


에리히 프롬은 말했다.
“인간은 존재하는 것보다 소유하는 데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진짜 삶은 ‘존재’에 있다.”
AI는 더 많이 소유하게 해주지만
나는 점점 덜 ‘존재’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AI가 해줄 수 없는 일들을 천천히 해보려 한다.
답이 없는 감정, 예측할 수 없는 만남,
그리고 내가 나로서 느끼는 시간.
그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기계와 사람을 구분 짓는 마지막 선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느린 연습

– 스마트폰 알림을 끄고 30분간 ‘의도 없는 산책’ 해보기
– 손으로 짧은 편지 한 줄 써보기

사람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느낌으로 기억되는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