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주름보다 깊은 이야기

살아낸 시간이 만든 선

by 담담


– 괜찮게 늙는 중입니다 ④

나이든다는 건 선을 하나씩 더 갖는 일이다.
눈가에, 입가에, 이마에.
그리고 마음에도.

그 선들은
기억을 지나온 자리이고,
견뎌낸 감정의 흔적이고,
지워지지 않는 이름 없는 이야기들이다.


예전엔 주름을 두려워했다.
나이보다 먼저 들어 보일까 봐,
내가 관리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까 봐.
어딘가에서 ‘관리된 얼굴이 성공’이라 속삭였고,
나도 그 말을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거울 속 주름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가 버틴 날들의 지도잖아.”

웃어야만 생기는 입가의 선,
자꾸만 찌푸렸던 날들이 만든 미간의 흔적.
그건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기록’이었다.


나는 지금 내 얼굴을 사랑하려고 연습 중이다.
그 주름이 없어졌으면 하고 바라기보다,
그 주름이 생기기까지의 나를 떠올려보려 한다.

어떤 순간엔 웃었고,
어떤 날엔 울었고,
어떤 계절엔 지독하게 버텼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어줬고,
그게 지금 이 선을 만든 것이다.


이제 나는
‘주름을 펴려 하기보다,
이야기를 새기려 한다.’

사람은 결국 어떤 선을, 예쁜 주름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

오늘의 느린 연습

거울 속 주름 선 하나를 천천히 바라보기.

→ “이 선이 언제 처음 생겼지?”
→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얼굴로 웃고 있었지?”
주름은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할 문장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주름을 감추려 하겠지만
나는 그것에 말을 걸어보고 싶다.
“네 덕분에 내가 버텼구나.”
그렇게 괜찮게 늙어가고 싶다.
이 선이, 나라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