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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Oct 16. 2021

꿀삐의 마흔출산기㉜

부부,  '아이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 크리에이터로 키울 것인가, 오퍼레이터로 키울 것인가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_ 내가 결혼 하나는 잘한 것 같다. 


나는 남편에게 종종 연예인 가십과 같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남편은 나에게 경제 기사나 책에서 읽은 유익한 이야기를 매일 들려준다.


결혼을 하기 전에도 그는 다른 사람과는 사뭇 달랐다. 결혼을 하면 집안일은 어떻게 나눌지, 자녀 계획은 어떻게 할지, 돈 관리는 누가 할지, (부모님, 우리, 자녀의) 미래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하면 좋을 지에 대해 내게 구체적으로 물어봤고 덕분에 우리는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합의했다. 결혼 후 그런 이슈에 대해 트러블이 없었다. 우리가 논의했던 그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으니까.


요즘엔 이야기의 '화제'가 완전히 달라졌다.

매일 밤 열 시 반, 우리 부부는 같이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순둥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곤 한다. 내 배에 손을 대고 태교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내게는 훨씬 값지고 유익한 시간이다.


나는 임신 2개월쯤 되었을 때 남편에게 말했다. 

 - "여보, 순둥이를 위해서 우리 돈을 많이 벌어 놓아야 할 것 같아."

남편 -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 "오늘 네일 선생님한테 들었는데 요 앞에 사립 초등학교 있잖아. 수업료가 분기당 300만 원이래~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뭔지 알아? 담임이 원어민 선생님이라서 거기 가려면 영어 유치원을 나와야 한다네!"

남편 - "그런데 여보, 꼭 영어 유치원까지 보내야 할까? 나는 어릴 때는 한국어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독서(속독법)랑 주산 공부면 충분할 것 같아. 적어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학원을 보낸다거나 학업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기 싫어."


특히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교육을 하는 곳에서 학교든 학원이든 배울 것이 별로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았다. 나는 그저 주변 친구들의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려고만 했지, 진짜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못했었다.

그렇게 우리의 양육 목표는 '자유롭고 창조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 되었다.


순둥이가 성인일 될 2040년 즈음엔 지금 인간이 하는 업무 중에서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고 기계적ㆍ획일적으로 처리라는 일들은 상당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2045년에는 싱귤래리티가 실현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때 필요한 인재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 창조적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 사람일 것이다. 우리의 양육 목표와 거의 부합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자녀양육법'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한 책을 틈나는 대로 읽고 있다. 어떤 직업이든 상관없지만, 나처럼 누구라도 대체할 수 있는 일이나 남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오퍼레이터)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크리에이터)이었으면 좋겠다.

남편을 따라서 작가가 되면 더 좋을 것 같고!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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