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는 하지만…
휴직을 하고 회사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가끔씩 들려오는 그(그녀)들이 전해주는 사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건 물론이고 승진과 인사이동, 경조사, 사내 이슈까지… 소식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하고 있다.
비록 휴직은 했지만 그래도 너희의 소식에는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알리기 위해 안부 전화와 카톡을 정기적으로 건네는 나 자신이 가끔씩은 한심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내가 많이 예민해서 그런 건가.
언제쯤이면 인간관계에 대해서 초연한 태도를 취하게 될까.
배려심 있는 회사 동료(??) 몇 명 덕분에 2022년 1월 자로 대다수의 동기들이 승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유쾌하게 웃으면서 축하해주면 되는데 왜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할까.
내가 남아있었다면 나도 그 명단 안에 포함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고 원하지 않는 패배를 당한 것 같아 좌절감도 든다.
요즘「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와다 이치로 지음)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저자가 퇴사 이후에 경험한 12가지 후회 중의 하나가 바로 '동기가 먼저 승진하는 것을 웃으며 넘겼어야 했다'이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이다.
게임에는 승패가 따르는 법이다. '회사 생활'이라는 장기전에서는 최종적인 승패가 결정되기까지 수많은 국지전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그리고 게임에 참가한 이상, 내 의사와 관계없이 승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게임 초반에 패배했다는 사실이 가슴 안에서 점점 묵직해졌고, 죽을힘을 다해 일했던 나날이 전부 무의미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돌처럼 변해 갔다.
한 가지 명백한 것은 내가 과장이었을 무렵처럼 제1차 선발로 레이스를 앞서가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해도, 그때는 출세 게임의 승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1차 선발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두 번째 그룹에 있으면 여전히 역전은 가능하다. 덧붙이자면 세 번째 그룹에 위치해 있어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장래의 승패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게임은 마라톤이고 역전이 가능하므로, 기회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하며 담담하게 자신의 역할을 계속 수행한다. 우연히 같은 부서의 상사와 부하가 되더라도 부하의 역할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은 그러한 태도이지, 한 번의 패배로 포기하여 달리기를 멈추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게임의 결과에 흥미가 없다는 식으로 가장하고, 앞서가는 동기를 웃으며 축하해 주고 자신은 변함없이 앞을 향해 달린다. 자제력으로 그것을 훌륭하게 연기할 수 있다면, 조직원으로서의 평가도 올라갈 것이다.
'축하해주려니 질투가 나서 마음이 씁쓸하다', '웃으면서 축하해 주자'는 양가감정으로 오전 내내 시무룩해져 있는 나에게 남편이 말한다.
"나 같아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냥 감정 그대로 받아들여. 부러우면 지는 거지만 오늘은 부러워하자. 자연스러운 감정을 거부하면서 괴로워하지 말고.."
그래, 받아들이자.
승진을 포기하고 휴직을 하면서 '순둥이'라는 가보를 얻었으니까.
모든 걸 다 손에 쥐려고 하는 건 너무나 큰 욕심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