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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Dec 23. 2021

45. 임신 31주

#본격적인 붓기 시작  #크리스마스 케이크 만들기

#뼈 실종된 발등

대학교 1학년 시절이었다.

무더운 여름이라서 샌들을 신고 갔는데 같은 과 남학생이 내 발을 유심히 보더니 한 마디 했다.

"발이 왜 이렇게 말랐어? 발만 보면 44사이즈네?"

몸은 통통한데 손과 발에 유난히 살이 없어서 놀림을 받던 내가

임신 30주만에 팅팅 불은 오뎅 같은 발을 갖게 되었다.

다행인건 손은 아직 그렇게 붓지 않아서 어머님이 물려주신 반지를 낄 수 있다는 것.


#딸기 생크림 케이크 만들기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예약하기 위해서 신라호텔 패스트리부티크에 전화를 했다.

"딸기 생크림 케이크 예약하고 싶은데요~"

"아 네, 1월 주문은 12월 27일부터 가능하세요!"

"그 전까지 예약이 꽉 찼나요?"

"네~ "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 케이크이길래 이렇게 먹기가 힘든거냐며, 투덜거리던 남편은 그냥 나보고 만들어 달라면서 딸기 두 팩을 사왔다.

마침 크림치즈와 생크림이 있어서 이른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었다.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에 정성이 들어가면 언제나 맛있다.

저녁으로 케이크 한 판을 다 먹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D-42

출산 예정일은 2022년 2월 3일이다. 37주 6일 출산이니 좀 빠른 감이 있다.

담당 선생님은 38주 이후에 제왕절개술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소띠' 아이를 출산해야만 하는 남편의 의견 때문에 일정을 당기기로 했다.(남편은 호랑이띠와는 상극이라면서 무조건 소띠를 고집했다.)

임신 전에는 몰랐는데, 띠는 입춘 기준으로 달라진다고 한다.

내년 입춘은 2월 4일이어서 2월 3일까지는 소띠, 2월 4일부터는 호랑이띠다.


순둥이를 만나려면 한 달도 더 넘게 남았지만, 설레는 마음에 디데이 달력을 샀다.


#증상

- 운동을 하다가 골반이 아래로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바로 검색을 해보니, 임신 후기에 종종 나타나는 치골통이라고 한다. 생경한 고통이었다. 절뚝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 다 아프구나.

- 옆으로 누워 자는 일이 일상이 되니, 목과 어깨에 근육이 뭉치는 느낌이 든다. 풀어주려고 어깨에 손을 살짝 만졌는데, 생각보다 아파서 놀랐다. 고등학교 3학년 입시 때 겪었던 이후로 이런 결림은 처음이다.

-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태동과 빈뇨감 때문에 깊은 잠을 못 잔다.


#눈 내리는 주말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한 시간쯤 되니 눈이 쌓였다.

올해는 춥지 않아서 눈을 볼 기회가 없었데..반갑네 하는 마음도 잠시, '오늘은 운동을 하러 나가지 못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12월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런지 어릴 때부터 겨울을 유난히 좋아했었다.

지금처럼 함박눈이 내리면 동생과 놀이터에서 손이 얼도록 눈사람을 만들고,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던 유년시절과 터보의 '스키장에서'를 부르며 눈 속으로 뛰어나가던 학창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는 그렇게 기다리던 눈인데, 이제는 눈을 보면서 '저걸 언제 치우나', '눈이 내리면 미끄럽겠는 걸' 하고 걱정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니.. 

내년에는 아이와 함께 내리는 눈을 맞으며 다시 설렘을 느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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