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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Oct 02. 2022

63. 시간이 지나니 조금 놓게 되네

연애 초반에는 누구나 뜨겁다. 그 불타오르는 감정 때문에 연애 외의 모든 건 뒷전으로 미뤄놓고 모든 시간을 상대와 함께 하고 싶다. 상대에게도 내가 전부이기를 바라요하기도 한다. 연애 중반, 관계가 안정기로 접어두면서 연애 외의 시간도 갖고 싶다. 친구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고 때로는 혼자 있고 싶기도 하다. 상대가 소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개인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야 더 오래, 더 뜨겁게 연애할 수 있다.


딱 지금 나와 우주가 연애 중반에 접어든 연인 같다. 우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만 우주를 소유하고 싶었고, 가족의 육아 간섭에 대해 뾰족한 반응을 보였고,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누군가가 우주를 대하면 짜증을 잔뜩 냈다. 분유를 타는 것이나 수유하는 자세, 트림시키는 방식 등. 모든 것을 내 방식대로 고집했다. 누군가가 날 대신했을 때는 내가 시킨 대로 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첫 애라서 그런 건지, 늦은 나이에 낳아서 그런 건지,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민한 건지, 내가 유독 유난스러운 건지..

친구들에게 털어놨는데..

그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 들었다.


그런데 우주가 태어난 지 200일 정도 지나면서 괜찮아진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거짓말처럼 우주에 대한 소유욕, 집착과 육아 방식에 대한 예민함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족이나 친지, 친구에게 우주를 맡길 때도 불안하지 않고 때로는 혼자만의 외출을 즐기기도 한다.





소중한 작은 생명체는 하루 종일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닌다. 세상 모든 게 다 궁금한 듯 보고 만지고 맛본다. 특히 이불, 수건, 발판, 옷 등 보드라운 촉감을 지닌 천에 관심이 많다.


180일에 배밀이를 시작

197일에는 혼자 앉았.

200일에는 소파를 잡고 스스로 일어더니

215일에는 네 발 기기를 시작했다.

지금(243일)은 걸음마 보조기를 능숙하게 끌고 손잡아주면 한 발 한 발 옮기기도 한다.

그야말로 폭풍 성장이다.

처음엔 응-애라고 울었던 애가 이제는 응애 대신 음-마 하면서 운다.


매일매일이 새롭다. 참으로 신기하고 경이롭고 황홀하기까지 한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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