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13kg이 늘었다고 하면 많이 안 늘었네 하는 반응이지만.. 임신 기간 중에 다이어트를 의식하고 살아서그나마 선방했다.
사실 아이를 낳고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10kg 정도 쉽게 빠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자체가 오산이었다. 출산 직후에는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밤낮으로 우는 아기 때문에 잠잘 시간도 모자라 다이어트 생각을 못했고, 조금 편해진 지금도 아이를 보고 집안일하느라 식단 준비나 운동하는 시간을 따로 낸 다는 게 너무 힘들다.
출산 백일 즈음부터 샐러드를 먹고 헬스장을 등록했지만..
호르몬의 영향인지, 나잇살인지.. 굶어도 살은 안 빠지고.. 괜히 몸만 축났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중계에 올라가며, 수시로
임신 전 입었던 원피스를 입어보며 좌절하고 옷을 사러 갔다가 울면서 돌아온 적도 있었다.(하필이면 마쥬원피스를 입다니..)
아주 천천히 운동을 하고 아주 서서히 먹는 양을 줄이며, 일주일에 한 번은 필라테스를 하고 지내다 보니 어느덧 14kg이 빠졌다.
좀처럼 빠지지 않을 것 같던 똥배도 많이 들어갔고, 벌어졌던 흉곽도 조금 돌아왔다.그래도 체형이 변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매일 몸무게를 재며 울고 웃는 미치광이 같은 나를 지켜보며 당근과 채찍을 날리던 남편은며칠 전 진지하게 나의 다이어트 이야기를 꺼냈다.
"여보, 이제 살 그만 빼고 유지하는 건 어때?"
"왜? 내가 안쓰러워 보여?"
"아니, 이제 안 빼도 될 것 같아서.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나 더 안 빼도 될 것 같아?"
"응, 아기 낳았는데 그만하면 됐지."
하긴 아이를 낳은 여자의 몸이 66사이즈인 건 당연하고(이상한 합리화)
내가 마흔이 넘어 핫팬츠, 크롭티, 레깅스, 미니스커트를 입을 것도 아니고(입을 수만 있다면 입겠지만..)
66 사이즈 브랜드 옷은들어가니까..(비싸긴 하겠지만)
마침 다이어트 따위는 집어치우고 루즈하게(루즈 핏으로) 살고자 했는데 남편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던 20~30대를 돌이켜보면, 식욕억제제를 먹으면서 1일 1식을 하고 몸무게의 노예로 살던 그때는 예쁜 옷은 입었지만 행복하진 않았다.지금 몸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지만, 입을 수 있는 옷의 제약은 크지만 그때랑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나는 쭉~ 짧고 굵게 살기로 했다.살 빼고 입으려고 남겨둔 55 사이즈 원피스는 당근 마켓에 내놓고.. 끼이는 옷들은 좀 여유롭게 늘려야지.괜찮은 수선집이나 알아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