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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삐 Aug 30. 2022

61. 아내와 남편이 공동육아를 하면

어느덧 7개월에 접어드는 공동육아

-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행여 돈 때문에 하고 싶다는 걸 못해주거나 가난을 대물림할 것 같은 걱정에 둘째 생각은 꿈도 못 꾼다는 엄마

- 아이를 낳으면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퇴사를 해야 하는 엄마

- 외벌이로는 대출금 갚기 빠듯해서 어렵게 아내에게 맞벌이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남편

- 경력단절 후 갈 수 있는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하는 아내

- 노후 준비가 안 되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차마 손주를 봐줄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출생률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앞으로도 계속 떨어져서 50년 후에는 인구가 4,00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이 있을까. 


오늘 설거지를 하면서 남편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여보, 아이를 낳으면 1억씩 준다고 하면 출생률이 올라갈까?"

"1억? 갑자기 뭐야, 허경영이야?"

"아니~ 1억을 준다고 하면 자녀를 낳을까 해서 말이야."

"글쎄..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를 낳을까 싶다. 외국인 도우미 도입도 시급하고.."

"그래, 내가 생각해도 출생률은 답이 없는 것 같아. 나라가 완전히 바뀌지 않는 이상!"


우주가 태어난 지 어느덧 7개월이 되었다. 엄마라는 존재를 알아버렸다. 안 보이면 울고, 자꾸 안겨 있으려고만 한다. 낯선 사람이 눈을 맞추고 말을 걸면 '뿌엥~' 울음이 터진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이는 사랑스럽고 소중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임신과 출산의 고통은 잊힌 지 오래다. 아무리 통증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정말 아프긴 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기억이 왜곡되었다. 우주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만 생각난다. 둘째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내가 왜 이러지? 


이게 다 남편 때문이다.

남편의 직업은 작가이자 강사다. 우주가 태어나고 나서 강의를 하지 않는다. 바빠서 책도 쓰지 못했다. 나는 임신 전부터 지금까지 휴직 중이다. 둘 다 일을 안 하고 있다. 그럼 무슨 돈으로 사냐고? 그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먹고 산다. 애한테 들어가는 돈은 매월 나오는 양육 수당, 아동 수당 40만 원정도로 쓴다. 남편은 일을 안 하는 대신 육아를 한다. 우리는 공동육아를 한다. 산후조리원에 있던 기간과 친정에서 몸조리를 했던 기간을 합치면 한 달 정도 되는데 그 기간을 제외하면 나와 남편, 그리고 우주는 거의 24시간 동안 붙어 있었다.

 

남편과 육아를 같이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남편이 엄마들의 고충을 너무 잘 이해해준다는 것이다. 가장 힘든 신생아 시기에, 남편은 우주를 데리고 거실에서 잤다. 신생아 시기, 아이는 2~3시간에 한 번씩 밥을 먹는다. 밥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면 잘 수 있는 시간은 1시간~1시간 반 정도다. 남편은 쪽잠을 자면서 힘들어했다. 육아가 가장 고된 시기에, 가장 힘든 일을 했으니 남편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한다. 자기가 경험해 본 일 중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한다. 

남편은 우주의 특성을 나보다 더 잘 안다. 어떻게 놀아주면 우주가 잘 웃는지, 금방 잠이 드는지, 어떻게 안으면 편안해하는지 잘 안다. 우주가 울 때도 졸려서 우는지, 배고파서 우는지, 지루해서 우는지 나보다 더 잘 캐치해낸다. 

우주도 아빠와 애착 형성이 잘 된 듯하다. 아빠에게 낯을 가리는 아이도 있다던데 우주는 매일 우리 둘과 함께 있으니 내가 없어도 아빠만 있으면 안 울고 잘 따른다. 

남편이 육아를 해서 좋은 점은 또 있다. 바로 '도구'를 기가 막히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남편은 육아템을 정말 잘 활용한다. 나는 육아템을 사용하기 전에 맘 카페에 '지금 시기에 이걸 써도 될까요?' 일일이 검색하는 편이고 매뉴얼에 따라 사용하는데(내가 FM이기도..) 남편은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면서 바로 try. 범보 의자, 하이 체어, 졸리 점퍼루, 쏘서, 보행기 등을 권장 월령보다 빨리 시작했고 빨리 익혔다. (백일에 하이체어에 앉고 졸리 점퍼루를 하루에 한 시간씩 타고;;) 덕분에 우주는 고단했지만 엄마는 편했다.


남편이 육아를 한다고 해서 묘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남편의 육아로 내 삶이 얼마나 편해졌는지 모른다. 현재 남편은 육아 만랩도 힘들어한다는 '재우기'를 전담하고 있다. 이유식 먹이기, 똥 기저귀 갈기, 쓰레기 버리기(기저귀 쓰레기통,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우주 외출 준비하기(옷 갈기, 짐 싸기) 등 조금 지저분하면서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한다. 덕분에 나는 편하고 고상하게 육아 중이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둘째 생각이 나네. 


우리 집이 특이한 상황인 건 안다. 남편이 프리랜서고 출산 전 모아 놓은 돈이 있었기에 공동육아가 가능했다. 물론 육아는 함께 하는 것이라는 남편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기도 했지만, 당장 먹고사는 게 빠듯했더라면 불가능했을 거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육아가 이렇게까지 힘든 일이라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주변에 독박 육아하는 친구가 많기도 했고, '힘들어봤자 얼마나 힘들겠어' 하고 만만하게 본 것도 사실이다. 아이를 정말 좋아해도, 육아가 체질이라도, 혼자 육아는 고되다. 얼마나 힘들면 '독박'이라는 표현을 쓸까.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도움이라도 받고 그마저도 안되면 돈 아끼지 말고 도우미라도 불러야 내 몸을 건사할 수 있다. 지금은 나도 아무렇지 않게 집안일을 하지만 출산하고 나서 2개월까지는 손목이 나갈까 봐 설거지도, 청소도, 빨래도 안 했다. 차라리 유난스럽다는 말을 듣는 게 낫다. 내 몸은 내가 아끼고 지켜야 한다.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친구는 이제야 몸이 아프기 시작해서 도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남편과 공동육아를 하고 임신, 출산 기간 중에 먹고 살 걱정이 없으면 둘째 생각은 절로 난다. 나라에서 찔끔찔끔 한 달에 몇 십만 원주면서 출산하라고 하지 말고, 더도 말고 6개월 정도 부부가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의 일자리도 보장이 되어야 한다. 임신하는 데도 눈치 보이고, 휴직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출산하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아이를 낳을 수 있겠나. 어쩔 수 없는 경력단절 후에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자리가 생겼으면 하고 워킹맘을 대하는 직장 동료와 상사의 부정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쓰다 보니 출생률 반등이 점점 더 요원해 보인다.

이참에 스웨덴처럼 남편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해보는 건 어떨까.(이건 남편들이 싫어하려나..)


여하튼, 남편은 육아를 도와서 하지 말고 주도적으로 하시구요.
아내는 힘든 티 좀 팍팍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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