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지 못하는 두려움에 대하여
모른 척 지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문제인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냥 덮어두고 싶어진다.
문제라고 인정하고, 덮어둔 덮개를 열어 세상에 공개하면, 수면 아래 잘 묻어둔 내 두려움이 현실이 되어 내 앞에 분수처럼 솟구치게 될까 봐
아직, 열어보기에는 내 마음이 준비되지 못해서
그냥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면, 현실에서도 없어질 것 같은 실낱같은 기대감에
결정을 유보하고 흐린 눈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는 나의 바람대로 사라지기보다는 덮어둔 시간 동안 속으로 곪고 곪아 흐린 눈을 한 나의 어리석음의 자책까지 더해 더 무서운 모습으로 내 눈앞에 서 있다.
아이가 내게 이야기했을 때는 초등학교 3학년쯤이다.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남한산성을 산책하던 길 위에서 "엄마, 나 손이 좀 이상해."
보통의 손 모양보다 휘어있는 아이 손등을 보고 두려움이 나를 삼켰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렇지만 난 그 순간 흐린 눈을 선택했다.
" 아니, 너 손이 왜 이러니? 그러게, 평소에 연필을 엄마가 똑바로 잡으라고 했지? 엄마 말 안 듣더니..."
아이의 습관으로 원인을 돌리면서 잔소리를 한바탕 한다.
그리고, 지난여름 고1이 된 아이가
'엄마, 나 손 병원 한번 가보고 싶어.'라는 말 뒤에 보이는 원망의 눈빛을 보고서야,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인근 병원을 찾았다. '혹시 내장 기관에도 문제 있을 수 있으니까, 소견서 써줄 테니 대학병원으로 가보세요.'라는 말을 듣고서나,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좀 더 일찍 병원에 가볼걸, 내 미련함에 아이의 좋아질 기회를 놓친 게 아닐까.... 난 도대체 뭐 하는 엄마인가 하는 자책을 스무 번씩 스무 번을 더 하고 나서야,
손을 전문으로 본다는 병원을 찾았고 그러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학교에서,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학부모님과 상담하면서
' 왜, 아이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시고, 외면하실까? 외면하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텐데...'라고 푸념했던 나 자신을 떠올리며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는 늘 두렵다.
인정하는 것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 다칠까, 마음이 애달파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흐린 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