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나는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루틴이다.
늘 '조금 더 일찍 준비할걸...'이런 생각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면서도
이불속에서 최대한 늦게까지 게으름을 피우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면 허둥지둥 움직인다.
재빨리 1차 출근준비를 마치고는 샤우팅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을 깨우고 불위에 올린 음식이 타지 않는지 살피면서, 못다 한 출근준비를 병행한다. 이럴 때면, '나는 정말 멀티가 잘돼.'이딴 쓸데없는 생각마저 든다. 아마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내일도 난 또 게으름을 피울 것이다.
이렇게 정신없는 아침식사 준비 중에도 나는 꼭 마지막 깨 뿌리기를 놓치지 않는다.
오늘 아침밥상에도 주꾸미볶음을 만들어 올리면서, 눈으로 통깨를 찾았다. 마음 급한 아이들이 벌써 개인접시로 주꾸미를 집어가려고 젓가락을 들면 나는 "아직 아니야. 통깨를 안 뿌렸어." 하고 멈춰 세운다. 그리고 통깨를 뿌린 뒤에야 "다 됐다. 빨리 먹어 늦었다."를 외친다.
사실 깨를 뿌린 것과 안 뿌린 것과 무슨 맛의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바빠도 깨를 뿌리고야 만다.
깨를 뿌리는 건 '요리가 끝났다'라는 나의 선언이다. 이 요리의 마침표.
유튜브로 따라 하는 어설픈 서양요리에서도 나는 파슬리가루 뿌리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파슬리 또한 무슨 맛이 난다고 생각하고 뿌리는 건 아니다.
나에게 파슬리와 통깨는 양식과 한식의 마침표다.
대학교 때, 소개팅 준비로 바쁜 한낮. 화장에 소질이 없던 내 얼굴을 친구가 대신 화장을 해 주며 말했다.
"미달아, 너는 그림을 그릴 때, 언제 붓을 내려놓아야 할지 알잖아? 나는 지금 언제 이 퍼프를 떼어야 할지 아는 거야."
그 친구는 평소 그림을 그릴 때, 언제 붓을 떼야할지 모르겠다며 '아 망했어. 욕심내지 말고 네가 말할 때 그만하고 낙관 찍을 걸.'이란 푸념을 했기에, 나와 친구는 큭큭거리면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내 기준에 화장을 잘한다는 건, '너무 과하게 꾸몄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예뻐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붓을 내려놓아야 하는 때를 놓치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된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비단 화장과 그림뿐이랴.
아침의 게으름, 요리, 글쓰기와 인간관계까지도 욕심을 내려놓고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 마침표의 순간을 잘 포착한다는 건 참 어렵다. 하지만 마침표를 잘 찍어야 후회가 덜 남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 ' 하면서도 늘 한 발 더 내딛고는 한다.
이럴 때는 사실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달아, 화장을 어느 정도 했잖아? 그럼 멀리 서서 큰 거울로 전체를 한 번 봐봐. 더 할지 그만할지."
" 야, 너야말로. 내가 그림 그리다가 마무리되어 갈 쯤이면, 맨날 뒤로 물러나서 보라고 하잖아. "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친구는 여전히 언제 붓을 떼야할지 모르겠다고 하고, 나는 여전히 화장을 잘 못한다.
그래도 바쁜 아침밥상에서 통깨를 뿌리기를 놓치지 않으며, 나는 오늘도 마침표 찍기를 연마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