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피엔딩과 새드엔딩, 의미와 무의미
저번 회차에서 이미 몇 번 언급했지만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가 들어간 것이 좋다. 이야기는 의미가 있고 감동이 있다.
그중에서는 헤피엔딩, 즐겁고 기쁜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이른바 새드엔딩.
나는 새드엔딩의 결말이나 열린 결말의 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 이야기들은 헤피 엔딩과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고 머릿속을 한번 휘저어버리는 것 중 하나가 된다.
별이란 것은 이야기와 품고 또 우리의 삶과 너무 닮아서, 때로는 헤피엔딩을 가지고 때로는 새드엔딩을 가진다.
오늘 나는 별의 새드엔딩 중 대표적인 명왕성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명왕성, 왜소 행성 134340.
한때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었지만 결국 태양계의 행성에서 쫓겨나서 왜소 행성이 되어버린 비운의 행성이다.
1930.2.18 톰보의 새로운 발견 했으며 아홉 번째 행성.
그때의 명왕성은 소행성이나 혜성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에 행성이라 불리게 된 것인데,
그때 소행성의 정의는 화성, 목성 사이의 때를 이룬 천체였고 혜성은 뿌연 형체의 별이었기에
어느 곳에도 명왕성이 속하지 못했고 카이퍼벨트의 가장 큰 별이었던 명왕성은 결국 태양계의 행성에 속하게 된다.
하지만 명왕성은 크게 찌그러졌으며 20도가량 기운 궤도와 작은 크기 때문에 결국 태양계에서 퇴출되는 일을 겪게 된다.
여기까지가 명왕성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을 이야기이다.
나는 여기에 명왕성을 행성에서 퇴출하는 것에 기여했지만 결국 명왕성과 운명을 함께한 별, 제나에 대해 소개한다.
제나는 생소하겠지만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이 될 뻔했던 별이다.
수금지화목토천행명+제? 생소하다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을 찾으려 했고 또 놀랍게도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이 될지도 모르는 별을 찾아내는 것에 성공했던 사람은 놀랍게도 마이크 브라운이었다.
마이크 브라운, 천문학자이며 행성과학자.
별명: 명왕성 킬러.
그가 연구를 시작한 첫 목적은 9번째 태양계의 행성이었던 명왕성 너머의 10번째 태양계의 행성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런 그는 콰오아, 세드나, 산타(하우메아) 등의 천체들을 찾아냈으나 모두 10번째 행성이 아니라는 결론을 낸 후 명왕성보다 크고 명왕성과 아주 비슷한 10번째 행성 후보 제나를 찾아낸다.
마이크 브라운의 첫 목적은 명왕성 너머의 새로운 행성 제나를 발견해 내는 것이었겠지만 그는 결국 제나와 함께 명왕성까지 태양계에서 끌어내리는 것에 앞장서게 된다.
명왕성과 제나를 모두 태양계의 행성에 올리는 일에는 행성의 정의를 다시 설명하고 정의하는 일이 필요했다.
명왕성과 제나를 모두 행성으로 넣으면
그 외에 또 발견되는 명왕성보다 큰 천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했고
그에 따라 정의를 생각하면 명왕성보다 작은 천체들은
또 왜 태양계의 행성이 될 수 없는가를 생각해야 했다.
그 작업 과정으로 결국 명왕성과 제나는 행성이 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고 말았다.
그의 저서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의 6페이지에는 ‘몇 년간 이어진 명왕성에 관한 논쟁을 촉발한 원인은 제나였지만, 재밌게도 제나의 운명은 명왕성의 운명에 달려 있었다.’라는 말이 나온다.
또 페이지 107에는 ‘제나의 발견으로부터 명왕성은 그냥 단순히 카이퍼벨트의 천체가 모여 있는 거대한 무리 가운데서 두 번째로 큰 천체가 되었을 뿐이었던 것이다.’는 말이 나온다.
그 둘의 상관관계를 잘 알 수 있는 문장들이다.
제나, 명왕성만큼이나 새드엔딩에 가까운 끝맺음의 별이 아닐까.
나는 학교에서 명왕성을 행성으로 배우고 외운 시기가 없다.
내가 배운 태양계의 행성은 수금지화목토천행. 8가지가 끝이다.
교과서에 명왕성이 실린 기억은 있지만 주의 깊게 다루지 않으며 관심이 있는 친구들 외에는 모르는 행성이 명왕성이다.
한때는 수금지화목토천행명의 이름을 받고 태양계의 행성이 실렸으며 교과서에서 지구형 행성이냐 목성형 행성이냐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을 행성.
그런 행성이 이제는 관심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더구나 나는 제나라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새드엔딩.
새드엔딩이라는 것이 뭘까? 내가 생각하는 새드 엔딩은 다른 것보다는 잊혀짐이다.
이야기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별이든 가장 슬픈 결말은 무관심과 잊혀짐이다.
그래서 나는 명왕성이 점점 잊혀간다는 것이, 천문학과 별에 관심이 있다는 내가 제나라는 명왕성을 쫓아낸 별의
이야기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 슬프게 다가온다.
더해 과학이라는 정의가 새삼 인간이 정했고 만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연과학.
아무래도 개발보다는 발견에 가까운 분야고 그래서일까 나는 태양계의 행성이라는 것은 당연히 8개,
눈에 딱 들어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태양계라는 것조차도 발견한 것만은 진실일지언정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관점과 몫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한다.
조금은 허무했다.
태양계라는 것조차도 인간이 정한 기준이라니.
그게 당연한 건데도 허무하다.
나는 명왕성이 쫓겨났으며 제나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것이 슬프지만, 그 별들에게는 태양계라는 것조차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나는 세상과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살지만 세상과 우주는 우리가 정해둔 정의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모든 것들이 결국은 모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새삼 고대의 과학자이자 철학자들이 고뇌하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내 결론은 간단하다.
별을 보면서 의미를 찾아보자.
우주에서부터 온 무의미의 발견이니 우주에서 찾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