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경험 경험!!
우주를 사랑하는 농대생을 연재한 지 벌써 10화.
처음 계획하기로 다섯 화마다 직접 관측한 것, 관측지에 나간 일로 글을 쓰고자 했었으니 드디어 두 번째 관측 활동을 쓰게 되었다.
5화에 mt 이후로 틈틈이 관찰 사진과 경험이 들어갔지만 또 이렇게 본격적인 관측 내용을 다루는 것은 겨우 두 번째다.
생각만 같아선 매일같이 별을 보러 다니고 싶다만,
아쉽게도 별을 보는 것은 제약이 너무 많다.
1학기때는 다른 동아리 일로 비정기 관측회를 떠나는 것도 잘 못했고.
아무래도 저녁 일정이 없어야 하고
밤을 새우니까 다음 날 일정이 없어야 하고
더불어 날씨가 좋은 것과
달이 어두워야 하는 것까지 고려하니
기회가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
거기에 동아리 2개를 하는 학생으로서 다음날 일정이 비어있을 일도 없는 데다 고3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몸뚱이로는 도저히 밤을 새우고 다음 일정을 소화할 체력이 못 되고…
그렇기에 이번에 쓸 활동은 몇 안 되는 소중한 관측 기회중 하나인 망원경 실습날이다.
망원경, 동아리를 하는 큰 이유 중 두 번째다.
첫째가 사람, 둘째가 망원경.
개인이 망원경을 사기에는 무리가 있고, 초보자인 탓에 배우지 않으면 관측은커녕 설치도 어려우니까.
직접 망원경을 만져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
이때는 학교에서 관측을 한다.
동아리방 건물의 옥상에 망원경 2 개를 펼쳐놓고 설명을 듣고 직접 파인더를 조정해 보고 별을 찾아볼 수 있다.
대개 2가지 종류의 망원경을 사용해 보는데 돕소니언이라는 것과 적도의다.
적도의는 뭐랄까. 그냥 망원경처럼 생겼다.
평소 망원경하면 떠오르는 그거.
반면에 돕소니언은 조금 더 단순하게 생겼다.
다루기도 더 쉽고.
동아리가 보유한 망원경은 돕소니언이 적도의보다 성능도 더 좋다.
하지만 모양과 생긴 것은 적도의가 더 멋있다.
적도의를 설치해 보자.
(내가 설치한 건 아니고 임원분이 설치하는 거 3번 보면 대충 외울 수 있다.)
먼저 삼각대를 설치한다.
이 망원경은 신기하게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망원경인데 카메라를 같이 설치하면 망원경이 별을 따라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삼각대의 튀어나온 홈 부분을 북쪽에 맞춰야 한다.
그렇게 삼각대를 설치하고 나면 가대를 설치하면 되는데 삼각대의 튀어나온 홈에 맞춰서 나사를 돌린다.
이제 무게추를 설치하고 경통을 설치한 뒤 중심을 맞춰준다.
이제 파인더를 끼워 나사를 맞추면 된다. 접안렌즈도 같이.
솔직히 망원경 설치가 궁금하면 유튜브를 찾아보는 게 더 좋다.
이렇게 글로 설명해 봐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니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가 보자.
돕소니언, 이건 쉽다.
받침대에 원기둥 모양의 망원경을 고정만 시키면 된다.
진짜 이게 끝이다.
멋있는 건 적도의인데, 설치가 편한 것과 성능은 돕소니언이 더 좋으니 조금 아쉽다.
나는 적도의를 더 보고 싶은데 돕소니언이 어떤 측면에서 보든지 더 좋아서 관측 나가면 늘 돕소니언을 들고나간다.
마치 전자현미경보다 광학 현미경이 더 멋있고 예쁜 것 같이.
실험기구가 구경하고 싶어서 실험수업을 듣는 나는 돕소니언보다는 적도의가 더 좋다. ㅎ
뭘 해도 망원경은 글보다는 영상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그럼 내가 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경험을 푸는 일이다.
내가 직접 한 경험들을 풀어보는 것.
남은 단계들인 파인더 조정과 직접 별을 맞추는 것은
내가 직접 해 볼 수 있었던 일이다.
파인더 조정.
파인더는 망원경 위에 달려 있기 때문에 파인더로 보는 것과 망원경의 경통으로 보는 것이 다르다.
그렇기에 두 개가 보는 대상이 맞도록 맞춰줘야 하는데 그걸 파인더 정렬이라고 한다.
두 개의 렌즈에서 보는 대상이 맞아지도록.
큰 불빛(별 아니어도 됨) 하나를 두고 파인더 안에만 들어오도록 해서 경통의 중앙에 맞춰주고
그것으로 파인더의 나사만 조절해서
경통의 중앙에 있는 불빛이
파인더 십자선의 중앙에 오도록 맞춰주는 것이다.
위에 상태를 밑에 그림처럼 맞춰준다.
처음 이걸 해 볼 때 어려웠던 것은 파인더의 나사가
내 생각만큼 안 움직였다는 것이다.
나사가 몇 개가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돌리다 보니, 이걸 이리로 돌리면 분명 이렇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나사가 6개가 있는데, 그걸 다 만져도 되는지 얼마나 돌려야하는지 모르겠으니.
오른쪽 나사를 돌렸을 때 어디로든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으니까 당황하고
그러다 보니 그냥 굳어버려서 대충 이것저것 조금씩 건드려만 보고 못하겠다고 해버리는 것이다.
이제 조금 망원경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보면,
아직 복불복 느낌이긴 하지만 어째저째 감이 생긴다.
아무튼 파인더에 들어온 불을 노려보면서 나랑 가까이 있는 나사 3개 중 2개만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그것만으로도 뭔가 알 수 없는 축을 중심으로 불빛이 움직인다.
그럼 움직이는 나사만 이용해서 최대한 십자가 중심에 맞추고 또 움직이는 나사를 찾는 것이다.
내 경험상 별을 맞추는 게 핵심적인 나사는 2개다.
6개 중에 불이 움직이는 나사 2개를 찾아서
그 2개를 최대한 이용해 불빛을 가운데로 가져오기만 하면 된다.
학교 실험실에서 전자저울의 영점을 맞출 때 뒤에 구슬을 맞춰 본 분들은 그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영점을 맞출 때 두 개의 나사 중에서 구슬을 움직이도록 하는 나사를 찾아 쓱쓱 돌려서 최대한 중앙에 오게 하고 그걸로 안되면 다른 나사를 조절하는 것처럼.
불빛이 안 움직이는 나사는 내버려 두고 불빛을 움직이게 해주는 나사들을 찾아서 각각 가운데로 보내려 하면 어느 순간 불빛이 가운데로 온다.
이후로 경통의 불빛이 여전히 가운데 있는지, 파인더에도 가운데 있는지, 둘 다 가운데 있는 것을 확인하면 끝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 진짜 우리가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는 단계를 할 수 있다.
그냥 보면 될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파인더 정렬보다 실제 망원경으로 별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학교에서 관측할 때는 그래도 별이 몇 개 없어서 조금 쉽지만 관측지에서는 이렇게 넓은 하늘에서 점 하나를 확대된 것으로 찾는 거다.
넓은 하늘에서 파인더로 내가 보는 것이 어느 부분인지도 모르겠는데 그중에서 점 하나를 찾는다? 그나마 학교에서는 이리저리 뒤적거리다 보면 별이 하나밖에 안 보이니 맞출 수는 있지만…
관측에 나가면 여기를 봐도 별, 저기를 봐도 별 이 중에서 어느 별이 내가 찾는 그 별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써야 하는 것이 양안시다.
별 관측에는 눈과 관련된 용어가 많다.
주변시, 직접시, 양안시…
주변시와 직접시는 나중에 또 관측 간 이야기를 쓸 때 풀고
지금은 양안시.
말 그대로 양안, 두 눈을 쓰는 것이다.
오른쪽 눈을 파인더에 대고 확대된 우주를 보면서 반대쪽 왼쪽 눈은 넓고 큰 우주를 본다.
왼쪽 눈으로 내가 관측할 별을 찾아 고정시키고 왼쪽 눈에 힘을 줘서 그 별을 계속 본다.
그러면서 오른쪽의 세상과 왼쪽의 세상을 합친다는 생각으로 왼쪽 눈에 보이는 별을 향해 가면
어느 순간 오른쪽 눈에 점 하나가 나타난다.
물론 예상처럼 두 시점이 완벽하게 맞아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은 꿈도 못 꾼다.
굉장히 뜬금없이 이게 맞나 싶은 순간에 별이 하나 눈으로 날아온다.
그걸 십자에 맞추고 경통의 접안렌즈로 관측하면 끝.
생각보다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봐온 사람과 망원경을 처음 다뤄본 사람은 다르다.
가르쳐주는 임원 분들은 어려운 건 알면서 뭐가 안 되는 건지는 잘 모르는 느낌이다.
결국 경험.
망원경 실습을 계속하면 들은 내용을 또 듣는데도 계속하는 이유다.
맞춰볼수록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별 관측은 토성이나 목성이 제일 관측이 재밌고
그것보다 진짜 재밌는 것은 성운, 성단.
애초에 보이지 않아서 성도를 찾아가야 하는데 어렵다.
성도도 재밌는데 어려운 주제니… 다음 관측 이야기로 넘기고.
하면 할수록 천문학은 이상한 경험이다.
성운이나 성단은 망원경으로 봐도
보이는 거라고는 뿌연 이물질 같은 게 다인데,
그런데도 그게 망원경으로 보이는 순간이 너무 짜릿하다.
인터넷에 널린 잘 찍힌 사진? 교과서에 실린 성운?
그냥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끔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모른다.
대학생 여럿이.
이 희끄무레한 이물질 같은 것을 망원경으로 한번 볼 거라고.
그 추운 날에 새벽, 아침까지 망원경을 돌리고 있다.
좋다. 즐겁다.
별을 볼 수 있어서, 망원경을 만질 수 있어서.
우주가 커서 좋다.
내가 사는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때로 이해되지 않지만
할수록 익숙해지는 것도, 별을 보는 것도, 추운 것 마저도.
손이 어는 것도, 쌍안경, 카메라...
다 즐겁고 좋다.
별이 좋고 우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