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것

시공간

by 달삭

별과 우주를 보다 보면 가장 무섭고 섬칫한 순간이 있다.

내가 보는 저 별이 지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생각하다가 그 거리의 단위인 광년의 뜻을 순간 떠올렸을 때다.




1 광년이라는 것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

평소에 그냥 받아들이던 것이 별을 보다 보면 뼛속을 시리게 깊숙이 파고들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별의 빛이 몇 백 년을 건너서

온 것이니

내가 현재, 지금 보는 저 별의 모습은 저 별에게는 현재가 아니라 몇 백 년 전 과거라는 그런 것.




얼마 전 친구와 베텔게우스에 과한 이야기를 DM으로 한 적이 있다.

오리온의 어깨를 담당하고 있으며 겨울 밤하늘 달과 구름이 뜸하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겨울철 대삼각형에 속하는 별.


또한 적색 초거성이기 때문에 꽤 빠른 시일 내에 터질 수 있는 별.


대화 속에서 그 친구는 베텔게우스가 이미 터졌는데 우리가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베텔게우스는 약 640광년이 떨어져 있으니 만약 폭발한다 하더라도

그 빛이 640년 후에야 우리에게 도달하게 되니

이미 폭발을 했어도 우리가 아직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광년이라는 단위가 그런 의미니까 이론적으로는 당연한 말이었겠지만

그 의미를 깨달은 순간은 매번 새삼스러운 충격이 덮쳐온다.


광년이라는 단위를 쓰는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그 상상조차 되지 않은 거대함이 때로는 어떻게 이리도 무서운지.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없는 실체가 어떻게 이리도 불편하던지.




우주를 보다 보면 이런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혼란, 두려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현재이나 저 별에게는 몇 백 년 전의 과거라는 사실.

그것으로부터 오는 불편함.


내가 살고 있는 거대한 세계를 마주 보며 느끼는 갑갑함과 불편함은 왜 과거 철학자들이 그렇게 시간의 논증에 매달렸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시간과 공간을 알아내려는 시도는 철학뿐 아니라 물리학에서도 보인다.

내가 요즘 깊게 관심을 두고 있는 카를로 로벨리의 루프양자중력이 그렇다.


그의 책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23페이지에는 ‘모든 물리학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물이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이다’라고 한다.




이런 시간의 물리학을 이해하려면 우선적으로 시간의 개념을 좀 바꿔야 한다.


'시간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흐른다.'라는 이 개념부터.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흐르지 않는다.

지구 내에서조차 그렇다.

산꼭대기와 땅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왜냐하면 땅이 지구에 더 인접하게 있기 때문이다.

모든 물체는 자기 주위의 시간을 더디게 하기에 지구는 자신과 가까이 위치한 땅의 시간을 더디게 한다.


물체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이유는 아래쪽이 더 더딘 시간이기 때문에 더딘 시간으로 물체가 이동하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의 18페이지,

‘세상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어떤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어떤 곳에서는 빨리 흐른다.’


확실한 것은 우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구 내에서도 시간은 위치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카를로 로벨리의 루프 이론의 루프 양자중력 방정식은 시간 변수를 포함하지 않는다.


입자들이 공간에 담긴 것이 아닌 스스로 공간을 형성하며 또한 시간 속에 사는 것이 아닌 서로 상호작용하며 그것에 의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로의 관계들 속에서만.


여기서 조금 더 들어가면 복잡해지지만 그런 세상을 이루는 입자들의 고리를 루프라고 부르며 시공간이라는 것이 이렇게 이루어진다는 이론이 루프이론이다.




오직 사건과 관계.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입자들의 얹힌 관계.


결국 그의 이론에서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135쪽에는

‘물론 나는 이것이 세상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라 확신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양자적 특성을 무시하지 않고 시공간의 구조를 생각하는 내가 보기엔 일관되면서 완벽한 방법은 이것뿐이다.’라는 문장이 있다.


최고의 물리이론 중 하나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비슷했다.


그런 물리 법칙들은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서 일단 ‘이렇지 않을까?’를 만들어두고

이런 경우와 저런 경우에 그 법칙을 적용해서

이럴 때도 설명이 되고 저럴 때도 설명이 되는 것.


사고 실험이라는 것은 그렇게 판별되는 것이라고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께서는 말씀해 주셨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연구한다는 것은 그런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

천문학, 물리학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같다.


밝혀낸 것이 진실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어느 날 모든 법칙이 다 뒤집어질 수도 있는 어떻게 생각하면 의미 없는 불확실성.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탐구하기에 신비롭고 흥미롭지만 그만큼 두려움을 주는 것.




나에게는 시간은 흥미도 흥미지만 두려움이다.


일상에서 의심 없이

당연히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이

깊게 생각해 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니까.


그리고 그걸 깨닫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우주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식인 것인데 우주를 보면 그 상식에 불편함이 생긴다.


어쩌면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만 차마 상상할 수 없는 곳.


눈에 보이는 세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공존해 있는 장소.


내가 아는 상식이 우습다는 듯 붕괴되어 버리는 저 먼 곳을 보면

두려움과 호기심이 섞여버린 불안감에서 오는

이름 모를 저릿한 감정이 함께 들어오니까.


그래서 우리가 우주를 사랑하나 보다.















도시의 별은 유명한 별만 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오른쪽 위 오리온자리에 성운까지 찍혔어요.

오리온자리 우리 기준 왼쪽 어깨의 약간 붉은색의 별이 베텔게우스입니다.

사진으로도 붉은빛이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