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것2

무질서도, 엔트로피

by 달삭

우주 안에 있는 세계는 아름다워서 두렵다.




언뜻 보면 상반된 듯한 두 단어가 어떻게 함께 존재할 수 있을까?


나한테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복잡하게 이루어진 것이 단순한 규칙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효율적인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고 단순한 듯하면서도 의외로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인다.


가령, 생명체라는 복잡한 유기물의 정보가 단지

A, T, G, C의 DNA염기로 저장되어 있는 것.


광합성과 세포호흡에서의 ATP생성회로가 비슷한 원리로 이루어지는 것.


가장 작은 단위라는 원자가 커다란 태양계와 구조가 비슷한 것.




같은 세계 같은 규칙으로 움직이는 그 아름다움.

극한의 효율.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이뤄내는 신비.


어느 것 하나 이유 없이 이루어지지 않고 촘촘히 엮여

단 하나 또는 단순한 규칙으로 움직인다.




나에게는 그런 것들이 아름답다의 감정을 주는 것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그런 것들이었다.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무언가가 단순한 규칙으로만 움직이는 것.




그리고 즐겁게도 우주에는 빅뱅, 아니 어쩌면 빅뱅 이전부터 이어지던 규칙이 하나 있다.


엔트로피 증가. 무질서도의 증가.


엔트로피의 증가는 작게 보면

동전을 흩뿌렸을 때 앞뒷 면이 무작위로 나온다거나

잉크, 향수의 확산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일들이다.


다시 잉크와 향수가 우연히 다시 모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엔트로피는 늘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이고

작게 보면 이런 방향으로 일어나는 것이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임 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숨 막히게도 엔트로피의 증가는 크게도 일어난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쭉.

엔트로피는 증가해 온 것이다.


즉, 빅뱅이 일어날 시점의 엔트로피는 지금의 엔트로피보다 작았을 것이고

엔트로피가 작다는 것은 무질서도가 작다는 뜻, 빅뱅의 세계는 지금보다 더 질서 정연했을 것이란 뜻이다.




초기우주, 엔트로피가 낮은 우주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앤드오브타임’에는 인플레이션 이론으로 초기 우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초기 우주는 에너지가 심하게 끓고 있는 환경이었는데 그곳에서 아주 우연의 확률로

딱 한 부분 차분한 부분이 생기면서 밀어내는 힘이 발생하고 그러면서 빅뱅이 일어나서 엔트로피가 낮은 우주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이 이론은 과학자들마다 다 생각이 다르다고…




엔트로피는 아직 도저히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생명의 근원


우리가 왜 어떻게 만들어지고 발생한 것인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해 주기 때문이다.


생명체라는 질서 있는 무언가가 발생하는 것이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일까?


하지만 엔트로피는 무질서도인데,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이렇게 질서 있는 생명체가 만들어져 있다고?


도대체 생명이라는 이 정교하고 규칙적 것은 어디서

나온 걸까.


어떻게 하면 물질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것이 만들어지지.


그게 어떻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되는 거지?


나중에는 인간이 모두 분해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잖는가!




무질서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세계에 나타난 질서 있는 덩어리.


물질끼리 서로 연결되어 스스로 움직이는 이상한 것.

자아를 가지고 생존하려 하는 것.


우리는 왜 생명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있을까?


우리가 나무 책상과 다른 게 뭐가 있지?


신의 작품일까. 아니면 유전자라는 복합체의 명령일까.


도대체 생명은 뭐지? 인간은 뭐지? 나는 뭐지?


이 세계에 뭘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왜, 어디에서 생성된 것일까.


우연의 산물일까. 누군가의 의도일까.




여기에 내가 원하는 답은 없다.




생명체가 신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생명체는 의미가 있다.


생명체가 우연의 산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생명체는 의미가 있다.


둘 다 아름답다.

이게 아닌 다른 방향이더라도, 그게 생명에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진실은 알고 싶다.


그건 그냥 내 욕망이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욕망.




그렇기에 때때로 생각할 수 있는 생명체는 공허하고 슬픈 이야기다.


치열한 읽기의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