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평소에도 과학자 하면 존경의 대상이지만,
특히 그들이 연구한 것을 직접 쓴 에세이를 읽어보거나 연구한 내용을 서술한 글을 읽어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을 넘어 경이의 대상이 될 때가 많다.
얼마 전에 소개했던 카를로 로벨리의 루프양자중력.
식물학자 랩걸.
왓슨의 유전자 책들.
내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는
그들의 연구 과정이 아닌 결과가 적혀 있고
그걸 배우기 때문에 그 연구들의 여정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에세이를 읽을 때는 상상도 못 한 문제들에 부딪치는 여정 속에서 눈앞이 캄캄해진다.
저 부분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했지?
저게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해봤는데 어떻게 저걸 떠올리지?
저 부분을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까...
대표적으로 빛의 이중성.
주위에 빛을 한번 보자.
형광등, 가로등, 해, 별, 달, …
그걸 가만히 보고 있는 거다.
... 입자성과 파동성이 떠오르나?
그럴 리가 없지.
그냥 빛이다.
사실 빛이란 인지도 없다.
어디까지가 빛인지도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그 빛마저
입자성과 파동성인지를 나누는 것이다.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
고등학교 물리 1을 하면 배웠을 내용이다.
빛이 입자로 각각 존재하는가와 파동으로 존재하냐를 다퉜던 논쟁.
입자성을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는 뉴턴이다.
뉴턴이 빛의 입자성을 지지한 이유는
빛의 직진성과 반사, 굴절 때문이었다.
눈으로 보이는 빛은 직진하기 때문에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빛이 직진해서 날아간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레이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레이저를 물체에 쏘면 직진하고 거울에 닿았을 때 반사된다.
그렇기 때문에 뉴턴은 빛의 입자성을 지지했다.
다만 여기서 이 입자성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회절, 간섭.
회절은 틈을 통과한 빛이 직진하지 않고 넓게 퍼지는 현상이고
간섭은 겹친 빛이 더 밝아지는 것처럼 서로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빛이 입자라면?
좁은 틈을 지난 입자가 직진해서 날아가야 하며 입자보다 틈이 작으면 튕겨야 하고 틈이 크면 그대로 통과해야 하는데 왜 넓게 퍼지겠는가?
입자끼리 서로 더 강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상쇄시키는 건 안되는데 왜 상쇄되는 간섭이 일어날까?
이 입자설에 맞선 것이 빛의 파동성이다.
이 파동성을 이용하면 입자설로 설명되지 않은 것들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
특히 토머스 영의 이중슬릿실험은 결정적으로 입자설보다 파동설을 우세하게 했다.
이중슬릿실험은 두 틈을 통과한 빛이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인데,
위에서 입자설이 간섭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한 것처럼, 간섭은 파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 이후의 여러 연구들로 빛의 파동성은 거의 확정이 되어갔다.
하지만 파동성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빛의 입자성도 분명히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광전효과로 빛의 입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 이후로 루이 드브로이가 전자도 파동처럼 행동한다고 주장하면서 빛의 이중성이 떠올랐다.
그렇게 밝혀진 것이 빛의 이중성,
빛은 입자이지만 파동처럼 움직이고 애초에 파동이라는 것과 입자라는 것은 구별하지 않아도 되는 것.
처음 교과서에서 빛의 이중성을 배웠을 때
사실 크게 별생각 없이 그냥 받아 들려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빛은 내 눈에 보이는 입자인지 뭔지는
모를 그냥 밝은 것이고
이중성은 공부해야 할 무언가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 시간의 자유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내가 당연히 알고 잇었던 것을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식물학자, 랩걸을 읽어보면 그거 그냥 연구실에서 연구만 하는 거 아니더라.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 그거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하는 거 아니더라.
중학교, 고등학교 무려 4년을 배운 dna의 이중나선구조.
그걸 왓슨의 책으로 읽어보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더라.
과학자들이 직접 쓴 책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
우리가 당연히 아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간의 능력을 알게 되는 그 길에 함께 동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