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관측이라니?!
앞서 몇 번 언급했지만 별 관측에는 꽤 많은 조건이 달린다.
달이 어두워야 하고
날씨가 맑아야 하고
저녁과 다음날 아침 일정이 없어야 한다.
(밤을 새야 하니 다음 날 오전에 일정이 있다면 체력 확인도 필수!)
그중 하나라도 틀어지면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 학기에 많은 관측을 할 수가 없다.
관측이 잡힌 날은 달이 어둡다.
삭, 완전히 없거나 또는 이미 져 버렸거나.
별을 보는 데 있어 달빛은 생각보다 훨씬 방해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달은 꼭 관측지까지 나가지 않아도 볼 수 있기에 관측지에서 달을 볼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첫 학기의 마지막 관측이었던 월식봉사는 별 관측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맨날 별 보러 다니다가 귀한 관측지에 가는데 언제나 볼 수 있는 달을 보러 간다니!
관측지에서 보는 달은 어떤 느낌일지 또 다른 기대감이 생겼다.
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이다.
보름달일 때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 에 섰을 때 발생하고 특히 이번에 본 월식은 개기월식이었기 때문에 달이 온전히 지구 그림자로 들어가 가려진다.
개기월식은 레드문, 붉은 달이 뜨기로도 유명하다.
달이 가려지면서 붉어지는 이유는 태양의 빛이 지구를 지나가서 달에 도달하게 되면서 평소보다 긴 파장의 빛인 붉은색이 달에 반사되기 때문이다.
월식 봉사를 가면 그곳에 월식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데,
안타깝게도 고등학생 때 지구과학을 듣지 않아서 월식이라는 단어를 중학생 때나 겨우 봤던 나에게는
그 정도 지식이 없었다.
다행히 같이 가던 친구가 고맙게도 빠르고 쉽게 속성 과외를 해 주어서 알고 갈 수 있었다.
월식이 일어나던 때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고 시작이 10시쯤 끝나는 것이 2시쯤이었어서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않아 구경을 온 사람들보다 봉사를 간 동아리 사람들이 더 많았다.
시간이 시간인 탓에 관측하기 알맞은 조건 중 3번, 저녁과 다음 날 아침 일정이 없을 것을 위반하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도 늦은 시간에 예상외로 아이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나도 어릴 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때, 캠핑장에서 일식이 일어났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아빠가 선글라스 끼워주고 자동차 문을 겹치게 열어줘서 해가 가리는 것을 동생이랑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땐 그냥 아 신기하네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인지, 정확히 어디인지, 그곳에서 뭘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면서 해가 가려지는 모습 하나만큼은 아직도 머리에 선명히 남아있는 걸 보면 꽤 감명 깊게 봤었던 모양이다.
관측지에서 신나서 뛰어다니는 아기들도(아마 월식보다는 넓은 공간에 밤늦게 깨어있으니 즐거웠던 것이겠지만) 언젠가 월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날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나도 정식으로 월식이라는 것을 관측한 건 처음이라서 그곳애 있던 사람들과 아이들만큼이나
달이 붉어지는 것도 신기하고 점점 가려지는 것도 신기했다.
태양, 지구, 달이 서로서로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가장 알맞은 증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실감했던 것은 달이 생각보다 훨씬 밝다는 점.
일상 속에 밤은 언제나 겉보기에는 달보다 밝은 수많은 가로등과 함께 있기 때문에,
밤에도 어둡다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달이 엄청 밝다는 것도 특별한 보름달이 뜰 때가 아니면 그걸 느끼면서 살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달이 점점 가려질수록 점점 더 보이는 별들과 방해되지 않는 시야.
월식 덕분에 달이 있을 때 관측을 나가지 않는 이유를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오리온자리를 봤다.
산에 걸려서 허리띠의 절반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허리띠라는 느낌이라서 너무 신기했다.
특히 오리온성운이 선명하게 보여서
즐겁기보다는 얼떨떨했다.
뭔가 별이라기엔 별이 한 두, 세 개가 모인듯한...? 뿌연...? 저게 뭐지... 별인가?라고 생각하는데 오리온성운이란다.
아, 그게 맨눈으로 보이고 별과 구별이 되는 거였구나.
그 후에 학교에서 하늘을 보는데 오리온자리가 보였다. 심지어 오리온성운도.
... 역시 사람이 뭘 알아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점점 가려지는 모습을 담았다.
아직 사진을 못 찍을 때였고 삼각대도 없을 때라 달 붉은 건 다 흔들렸다ㅠ
오리온자리는 못 찍었는데 폴리아데스 성단이랑 황소자리가 찍혔다.
뭉쳐있는 희뿌연 것이 폴리아데스 성단이고
가로 v가 아마 황소자리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