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대를 꿈꾸던 중학생
내 기억 속의 나는 늘 희망진로가 있었다.
희망진로라고 하기에는 거창하고 그냥
미래에 하고 싶은 일. 꿈.
늘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 시기 그 꿈을 꾸던 시기에는 내가 무조건 미래에
그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유치원- 초등학생 때 여느 아이처럼 꿈꾸던
화가, 시인, 작가를 거칠 때도
내가 진짜 화가가 될 줄 알았고 시인과 작가가 될 줄 알았다.
엄마가 가진 공방처럼.
그런 공방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가족들과 함께 살 것이라고 상상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시험을 치기 시작했으며
무엇보다도 과목마다 선생님들이 바뀌어서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 새롭게 재정렬 되었다.
책으로 읽기만 했던 것들을 수업시간에 직접 배우고 외우고 시험을 치면서 좋아하게 된 과목들.
이야기와 책을 좋아했던 덕에 방학 때 받은 교과서에서 소설만 골라 읽고 들어갔던 국어 수업.
시와 소설을 해석해 주는 국어는 수업 자체는 재미있었다. 시험은 싫었지만… 그렇다고 힘들지도 않았다.
적은 노력 높은 점수.
국어는 내내 즐거운 과목이었다.
역사.
가장 좋아하던 책 장르가 역사책이기도 했고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역사 소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었다.
그 자체로 이야기인 역사.
그래서 외우는 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흐름에서의 디테일 추가.
역사도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과학은…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음… 그냥 눈에 보이는 듯한 국어나 역사랑은 다르게 생각을 해야 한다는 과목에 대한 오기나 흥미였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사춘기가 온 것 같다.
생명의 기원을 알고 싶다.
생명의 기원, 빅뱅 이전, 모든 것의 시작. 시작이 어디였을까.
내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
수학은 공식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걸 적용하는 게 문제였다면. 그리고 그건 공식 하나로 뭐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아니었다면.
과학은… 그 공식 하나로 모든 현상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걸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좋아하고 있고.
온갖 미스터리들에도 얼마나 관심이 많았는지… 국어 발표 시간에 지구리셋설을 주제로 잡은 일은 아직도 기억한다. 그걸 칭찬해 주신 국어 선생님도 참…대단하신 분이셨던 것 같다.
음악이나 미술, 체육에는 초등학생 이후로 재능도 없었지만은 흥미도 완전히 잃어버렸고
그렇다고 다른 것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기에 흥미가 있는 것을 찾으려면 내 주위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중에서는 국어, 역사, 과학. 그중에서도 과학.
이때부터 막연히 연구원의 꿈을 꿨었는데.
연구원에서 농대로 넘어가는 계기가 하나 생기게 된다.
김초엽 작가님의 지구 끝의 온실.
냅다 SF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머스크라는 먼지에 뒤덮인 지구를 어떤 식물학자가 만들어낸 덩굴식물이 정화해 낸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런 식물이 만들고 싶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한창 미세먼지로 시끄럽던 때.
미세먼지를 먹고 식량으로 사용할 예쁜 빨간색 열매를 맺는 그리고 순식간에 퍼져서 자라날 수 있는 덩굴식물.
그런 식물을 만드는 연구원이 되고 싶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되고 식물을 만들겠다는 것은 깡그리 추억 속에 넣고 잊은 채 공부하기 바빴지만…
그때부터 내 희망진로는 농대가 되었다.
인생을 소설처럼.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다.
어이없고도 황당한 내 진로 이야기.
이 생명과학을 꿈꾸는 이야기에 어쩌다가 천문이 끼어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