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당신에게 달은 어떤 의미인가?
밤길의 수호자?
사랑의 맹세?
전래동화 속 달토끼?
달은 태양이나 지구만큼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의미와 감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만으로도 지구에게는 각별한 천체다.
지구를 맴도는 유일한 천체.
밤하늘에 빛나는 점이 아닌 면으로 보이는 유일한 천체.
만약 달이라는 천체가 없다고 생각해 보라.
밤하늘에 전부 점밖에 없는 것이다! (... 별 관측하기는 더 좋겠는데...?)
아쉽지 않겠는가? 점뿐인 밤하늘이라니!
신이 있다면 지구를 특별히 축복한 것이 틀림없다.
낮에는 태양 밤에는 달.
낮에는 태양으로 밝게.
밤에는 적당한 위성으로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심지어 가끔 우주 탐구를 더 하라고 달이 어두워지는 시기도 있다.
이렇게 축복받은 곳이 어디 있겠는가.
달은 흔적을 머금은 천체다.
수없이 많은 천체들이 부딪힌 흔적들.
부딪히고 깎이며 만들어진 바다들.
인류가 가장 처음 지구를 벗어나 다른 땅을 밟은 순간을 머금은 천체.
아름답지 않은가.
마치 인간의 첫 탐험을 축복이라도 하듯.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이렇게 익숙한 아름다움을 머금고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환경이라니.
재밌게도 이렇게 좋아하는 천체지만 관측 한번 나갔을 때 새삼 달이 별을 보는데 꽤 방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월식을 보러 가면 달이 어두워질수록 별이 더 잘 보이는 현상을 보게 되는데 그래서 달을 보다 말고 별을 실컷 보는 즐거운 일도 일어난다.
월식!
달을 관측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지구 그림자로 달이 들어가면서 달이 가려지는 현상!
우주 현상을 보면 내가 우주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 확 와닿는다.
우주는 너무 넓고 커서 내가 그 속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매일 보는 밤하늘이지만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이 달이 지구를 돈다는 것이 체감되지 않는다.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이 지구조차도 되지 않게 작아서 저 큰 우주를 감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럼에도 우주를 가장 가까이 저 달이 우리를 돌고 있었고 우리가 태양을 도는구나를 알게 해주는 것이 바로
월식과 일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경이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저 모든 현상들이
밤하늘이라는 2차원의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이 3차원의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달이 모양을 바꾸는 것이 즐거운 것도 그 이유에서 온다.
밤하늘이 별의 운동으로 밤 내내 보고 있으면
'아 움직인다. 우주는 유동적이구나'를 느끼지만
매일 관측을 할 수 있는 노릇이 아니라서
매일 모습이 바뀌어서 이 우주가 유동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달이라는 천체가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나에게 달 이란 그런 의미다.
내가 우주 속에 속해 있었음을 깨닫게 해 주고 우주가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그런 천체인 것이다.
'달에 집을 짓는다면 지구로 향하는 창을 낼 것이다.
창문이 곧 생동하는 액자가 될 테니.'
심채경 박사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지구가 도는 모습을 내내 본 수 있는 달의 집.
언젠가 딱 한번 우주에 나가게 된다면,
지구를 실컷 본 다음에 달을 밟고 서서
거대한 지구가 도는 것을 계속 바라보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달 사진은 많다...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