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잡초처럼 뽑을 수 있다면

잡초를 뽑으려 엄마를 생각하다.

by 제라

작년 한 해 동안 도시농부 과정을 수강했다. 농사는 나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흙을 만지고 텃밭을 일구고 있다.


올해 초, 시에서 운영하는 '함줄 공원 텃밭'에 신청했다. 3: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되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러웠다.


이랑을 만들고, 쑥갓과 아욱 씨를 뿌렸다. 토마토, 가지, 고추, 고구마, 상추, 호박 등 다양한 작물도 심었다.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것을 보면 신비롭다 못헤 경이롭기까지 하다. 요즘 씨를 뿌린 쑥갓과 아욱이 제법 자라 초록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KakaoTalk_20250521_023415951.jpg

처음엔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심조심 손을 대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자신 있게 잡초를 쏙쏙 뽑는다. 특히 비가 온 뒤의 흙은 잡초 뽑기에 제격이다. 쑥갓 사이에 교묘히 섞여 자신이 쑥갓인 척 자라난 잡초들을 단번에 알아본다. 뿌리까지 시원해게 뽑히는 것을 보면 묘한 통쾌감까지 든다.


잡초를 뽑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엄마의 몸속에 퍼져 있는 암세포도 이렇게 뽑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없이 퍼져 있는 고통의 뿌리들을, 잡초처럼 쏙쏙 뽑아낼 수 있다면... 건강한 세포 사이에 자신이 주인인양 활개를 치는 잡초같은 암세포들을 단숨에 골라낼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뽑을 수 있을텐네.


잠시 손을 놓고 멍하니 텃밭을 바라본다. 텃밭은 내 손으로 바꿀 수 있지만 엄마의 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엄마의 몸은 기도조차 닿지 않는다.

KakaoTalk_20250519_143556756_02.jpg 텃밭의 쑥갓


작가의 이전글'암'이라는 이름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