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피어난 어느 봄

우리 안에 봄이 있다.

by 제라

“다음 주는 무슨 글을 쓰나요?”

“다음 주에는 시를 써 볼 거예요.”

글도 어려운데, 시라니. 어르신들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스쳤다.

“요즘 날씨도 좋고, 꽃도 많이 피었잖아요.

남편분이나 아내분 손잡고 나들이 다녀오시면 어때요?

그러면 시적인 감성이 올라올지도 몰라요.”

“남편이랑 무슨 산책이여… 말도 안 돼.”

누군가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모인 수업에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지난주에 혹시 나들이 다녀오신 분 계실까요?”

잠시 조용하던 가운데, 한 어르신이 살짝 손을 들었다.

“ 남편이랑 비둘기공원에 다녀왔어요.

요 근래 처음으로 함께 걷는 산책이었어요.”

그 말에 수업 분위기가 환해졌다.

“그럼 그 이야기를 시로 써볼까요?”


봄이다


일요일 오후

오랜 만에 남편이랑 공원 산책

어제 내린 비로

하늘은 맑고 공기는 깨끗하고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꽃잎

아이들 떠드는 소리

깔깔 웃음소리


봄이다.

남편도 좋아한다.

나의 답답한 마음도

봄바람에 확 날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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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를 들으며

다른 어르신들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날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작은 봄을 하나씩 피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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