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풀어 본 책 읽기 싫은 이유
마음이 복잡하거나 심란하면 책을 읽어도 뇌는 따로 움직인다. 분명 눈은 글자를 읽지만 뇌는 따라가지 못한다. 한동안 내가 그랬다. 책 한 권을 읽어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고 마음에 공허함만 가득했다.
그땐 몰랐지만 나는 독서가 아니라 나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거였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나를 알게 된 정도에 따라 독서를 해야 했다. 나와 비슷한 독서의 길을 간 사람이 없으니 알기 힘들었다. 사람들이 추천하거나 베스트셀러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장애를 가졌거나 다친 사람들의 책을 찾아보면 아픈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 사람은 그다지 없었다. 오로지 잘 견뎌낸 결과에만 집착했다. 나는 그들의 화려한 결말보다 얼마나 뼈아픈 과정을 걸어왔는지 궁금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글을 쓸 용기조차 없었다. 소극적인 성향이라는 핑계로 외면했다.
30대가 넘어서 심리학과를 다시 들어갔다. 나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공부를 통해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가진 짐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나만 아픈 것 같고,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점점 나와 소통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책 읽기가 힘든 이유를 더 알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었다. 책이 주는 좋은 점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각의 발전도 하지 못했다.
- 확증 편향: 내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는 현상이다.
내가 공감하고 싶은 부분만 기억했다. 오로지 내 감정에만 집중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
- 자기 중심주의: 자신의 관점, 감정, 욕구에 과하게 집중하여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
책을 얼마 읽지 않았는데 다 알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책을 많이 읽겠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했다. 스스로와 현실을 잘 알지 못해 생긴 교만이었다.
- 인지부조화: 자신의 행동이나 태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삶이란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뭐든 행동하기 힘들면 그만큼 반대편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게 부족한 것은 '이해'와 '공감'이었다. 독서를 할 때 아무것도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이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독서를 할 때 진정한 성장을 원하면 나와 다른 생각을 잘 받아들이고 공감하며 객관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사람을 만날 때도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책에서도 일부만 보거나 결론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사람은 나에게 많이 배움을 건네주고, 책은 내가 경험한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을 열어준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의견이 불안함을 조장한다. _철학자 에픽테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