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정 고운 정들기
전신마비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효율적인 활동은 컴퓨터를 하거나 책 읽는 거였다.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게 독서였다. 뭐라도 해서 스스로 서고 싶었다. 그게 책을 읽게 된 이유였다.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다른 건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게 책이었다.
처음부터 좋아서 시작한 게 아니라 읽기가 힘들었다. 독서하는 시간보다 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첫 번째, 그림이 많거나 글자 수가 적은 책 찾기
두 번째, 내가 좋아할 만한 주제의 책 고르기
세 번째, 좋은 구절에 밑줄 치기
네 번째, 사람들에게 독서한다고 말하고 다니기
다선번째, 어딜 가던 책 들고 다니기
여섯 번째, 내가 자주 있는 곳에 책 두기
일곱 번째, 도서관 자주 가기
일곱 번째, 그래도 안되면 책과 나는 악연이라는 걸 인정하기
나만에 방법을 터득하니 조금 나아졌다. 어색했지만 묘하게 정들었다. 예전엔 책장이 안 넘어가는 게 그리 답답했는데 스스로 인정하니 다르게 보였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리고, 내용 파악이 힘들고, 읽은 내용 정리가 더디다는 걸 인정했다.
미운 정이 들면 오히려 더 무섭다. 속도가 느린 덕분에 글을 오래 곱씹을 수 있었다. 마음에 든 한 문장을 가지고 나만에 생각을 더할 수 있다.
독서를 조금이라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무기력함 속에 내가 유일하게 선택한 거였다.
무언가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해보는 것이다.
_ 영국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