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무기는 아니다 『이방인』

고전은 여전히 어려워

by 이유신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이방인』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마치 자신의 감정을 차단하는 듯 보이지만 느껴지는 그대로를 표현하기도 한다.

여자친구가 자기와 결혼할 마음이 있냐는 물음에 남일처럼 답했다.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독자들은 흔히 주인공을 외로움 사람, 독특한 사람, 솔직한 사람으로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기이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는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말하기에 좋게 보이지 않는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뫼르소는 감정의 결핍이라기보다 상대에 대한 무관심으로 보인다.


나는 주위의 벌판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하늘 닿는 언덕까지 줄지어 늘어선 실편백나무들, 그 적갈색과 초록색의 대지, 드문드문 흩어져 있지만 그린 듯 뚜렷한 집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고장에서 저녁은 우수에 젖은 휴식과도 같았을 것이다. 오늘은, 풍경을 전율케 하면서 천지에 넘쳐 나는 태양 때문에 이 고장은 비인간적이고 기를 꺾어 놓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처음으로 엄마를 이해하는 대목이었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엄마가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살인죄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뫼르소는 덤덤했다. 슬픔조차 무시하고 행복함조차 뭔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

느껴야 할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어머니의 장례에서 울지 않았고, 사랑을 말하지 않았으며, 삶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사회는 뫼르소의 침묵과 무관심을 결국 그를 이방인으로 규정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아서 마침내 그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닫자,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솔직함이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그것이 언제나 무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황과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솔직함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한다. 말속에 상대를 향한 이해와 존중이 함께 담길 때, 솔직함은 마음을 열게 하는 다리가 된다.

마음이 따뜻하지만 무뚝뚝한 말투가 가려진 사람은 상대가 진심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걸 잘 알아채지 못한 경우가 있다. 내 마음과는 달리 상대에게 오해가 섞이게 된다면 나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고 솔직함을 이야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솔직함보다 진심을 부드럽게 감싸 전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JTBC 아는형님


<아는 형님>에서 한혜진의 인상과 말투에 오해를 가져온 경우를 이시언이 말한 적이 있다. 내게도 이런 경험이 있기에 공감이 갔다. 나는 별 의미 없이 한 말인데 상대에게 나쁘게 들렸다면 내게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거였다.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고 상대가 오해할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방인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는 상대에게 솔직함보다, 진심을 이해받을 수 있는 언어를 건네려 한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 김화영 옮김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