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령을 받고 정신없이 현장을 배우던 때였다. 선배들의 기술을 하루빨리 습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기, 산 아래로 차량이 굴러 떨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으로 가는 차량 안엔 무전 소리가 끊임없이 들린다. 팀장님과 선배들은 무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상황은 실시간으로 변했고 구조 방법도 계속 수정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들것을 달고 크레인에 매달려 있었다. 신참인 내가 아래가 보이지 않는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내려가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상황.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선배들에게 혹독하게 몸에 익힌 대로, 손이 마음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시신을 혼자 빼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냥 쑥 빼내는 것이 아니다. 구겨진 차를 벌리고 시신을 안아서 들것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고, 또 안아서 들것에 옮기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현장에선 환자의 피가 흥건하거나 차마 글로 적지 못하는 모습까지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동안 성장한 것일까, 선배들의 믿음을 얻은 것일까. 그렇게 첫 메인 구조는 팀원들 덕분에 잘 마무리됐다.
당시 팀장님은 유독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강조하셨다. 특히 망자를 수습할 때 하신 말씀이 세월이 흘러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마지막으로 지켜보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가능한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려야 한다.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것도 해야 하지만, 이런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그 가르침 때문일까. 나는 지금도 현장에서 망자를 수습할 땐 속으로 말을 건넨다.
“고생하셨어요. 편안히 쉬세요. 혹시 우리 아버지 보시면 덕분에 잘 지낸다고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