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하루 누웠던 은봉 어미가 일어났다. 얼굴이 반쪽이었다.
“은봉아, 아부지가 우째 가셨는지 잊으면 안 된다.”
은봉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울 거 없다. 은봉이 니는 의병의 딸인 기라.”
은봉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짚신을 꿰어 신고 마을로 내달렸다. 은봉이는 느티나무에 매달린 북을 힘껏 두드렸다.
둥당둥당둥당!
북소리를 듣고 의병들이 뛰어나왔다.
“이게 누고? 은봉이 아이가. 무슨 일이고?”
미순네 아재가 은봉이 어깨를 잡았다.
“장군님 만나 뵈러 왔심더.”
“야야, 장군님은 얼라들 하고 이야기할 시간이 없다.”
곁에서 지켜보던 의병들도 헛웃음을 지었다.
“조막만 한 딸 아가 장군님을 만나겠다고?”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더.”
“허허, 참 내.”
은봉이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금 뒤 장군이 나왔다. 은봉이에게 불호령이라도 떨어질세라 미순네 아재는 가슴을 졸였다.
“장군님, 지도 의병이 되고 싶습니더. 지가 머스마들보다 힘도 세고, 돌팔매 쌈도 제일 잘합니더.”
은봉이는 팔뚝을 걷어 보였다. 눈동자에 힘도 잔뜩 주었다.
“네 나이가 몇이냐?”
“열한 살입니더.”
고개를 끄덕이던 장군이 은봉이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아비의 원수는 우리가 갚을 것이다. 너는 홀로 남은 어미를 돕거라.”
“지가 여자라서 안 되는 겁니꺼?”
부들거리던 은봉이는 그만 자리에 퍼질러 앉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