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예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둥둥! 두둥둥! 둥둥! 두둥둥!
이른 새벽, 은봉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은봉 아배요, 몸조심 하이소.”
북소리를 등지고 의병들이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의병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아들을 보낸 함양댁 할매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은봉아, 오늘따라 마음이 이상하다.”
은봉 어미도 느티나무 아래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은봉 어미는 깨끗한 물 한 사발을 장독대에 올렸다. 별빛 아래 무릎을 꿇어앉아 새벽까지 두 손을 모았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남강에서도 의병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준비했다.
“임금님이 궁궐을 버리고 달아났단다.”
“그러면 우리들은 어떡하라고!”
“누가 우리를 지켜주겠나.”
“오늘같이 좋을 날 무슨 걱정이고? 장군님과 의병이 왜놈을 물리쳤다는 소리 못 들었나?”
무쇠 솥뚜껑 위에서 전이 노릇하게 익어가고 아낙들의 이야기도 익어갔다.
두둥! 두둥! 두둥!
아이들이 먼저 마을 어귀로 달려 나갔다. 신이 난 은봉이는 펄쩍거리며 재주를 넘었다. 홍의장군과 기마병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들어왔다. 보병들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남편과 아들을 찾아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우리 아부지는 어디 계시노?”
은봉이는 눈을 비비고 다시 의병을 살폈다. 은봉이를 보면 먼저 달려와 안아줄 아비였다.
“우리 아부지는예?”
병칠이 아재는 고개만 숙였다. 은봉이는 팔을 당기며 다시 물었다.
“저기…, 맨 뒤에 올 거라.”
뒤에 달구지 몇 대가 굴러오고 있었다. 달구지를 끄는 의병을 살펴도 아비가 없었다. 달구지 한 대가 은봉 어미 앞에 멈췄다. 미순네 아재가 흐느끼며 말했다.
“덕삼이 용감하게 싸우다 갔심더.”
“가다니? 가다니요? 거, 거짓말 마이소. 은봉 애비는 그리, 그리 갈 사람이 아닙니더.”
미순네 아재가 거적을 치들었다. 아비는 잠자듯 눈을 감고 있었다. 은봉 어미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쳤다.
“아부지, 아부지요. 일어나 보이소.”
일어나지 못한 의병은 은봉 아비뿐만 아니었다. 네 명이 더 있었다. 승전의 기쁨을 누리기는커녕 마을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잔치하려고 장만한 음식이 장례를 치르는 음식이 되었다. 야미산 모롱이에 아비를 묻었다. 하늘도 밤늦도록 울었다.